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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thezine 2024. 3. 17. 22:40

 
 
 
 
 어떤 명사(유명인), 어떤 단어, 어떤 사건. 여러 번 들어보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달라고 하면 구체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특징도 하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막연히 이름만 들어본 사람, 단어, 사건인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이어령이라는 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이 분이 쓴 책도 있었고, 가끔 신문에 기고문의 필자로 보기도 했고, 다른 책에서 한 꼭지의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쓴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책에는 이어령 교수의 책상도 등장했던 것 같다.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istory.com)
 
 

심훈 기념관에서 무심하게 진열되어있던 심훈 선생 모음집 (2천원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서도 우연히 만난 이어령 교수의 함자. 이런 식으로 자주 마주쳤지만 누군지 잘은 몰랐던 그런 이름.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어령 교수가 노환에 췌장암까지 여명이 길지 않은 시기에 인터뷰 전문 작가가 몇 차례 집을 방문해서 여러가지 주제로 자유롭게 문답을 이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만든 책이다. 책 제목이나 주제가 죽음이나 인생의 마무리나 그 비슷한 것들이면 일단 어떤 책인지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이 책은 한 시기의 대표적인 인문학자가 길게 남기는 마지막 인터뷰 같은 책이라서 골랐고, 연로한 인문학자의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 독후감을 쓸까 하다가, 정리하려다 아예 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쉽게 가기로 했다. 인상적이었던 문구들을 사진으로 찍어두곤 했는데 일부만 추려서 올려본다.
 

 
 
 
 

 
 
 
 

 
 
 
 

 
 
 
 

 
 
 
 
 
 
 

 
 
 

 
 
 
 

 
 
 
 
 

 
 
 
 

홍도야 우지마라 부분은 어린시절 유머집 스타일. 예고없이 닥친 80년대 개그에 웃어버렸다.

 
 
 

 
 
 

 
 
 
 

통찰보다는 부모로서의 공감이 된 장면. 아이에겐 별거 아니었을, 부모만 절실하게 기억하는 안스러웠던 기억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진다. 지적인 것은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운동회날 텅빈 교실의 쓸쓸함을 그리워하고 목적 없이도 도시를 건들건들 걸어다니는 한가로운 구경꾼, 그러면서도 새벽의 미세한 시작을 발견하고 먼저 짹짹거리는 새처럼 예민한 사람, 자기다움으로 군자의 길을 걷기에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 이 단편적인 개성에 대한 묘사를 다 합쳐보면 이어령 교수가 추구하던 자아가 어떤 것인지 감이 온다. 거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에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책을 읽었다.
 
 
  호기심 많은 학자로 88세까지 살아온 분의 다양한 생각과 통찰이 녹아있다는 점 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전문 인터뷰이의 화려한 수식어구는 약간 부담스러웠다. 이어령 교수는 이 인터뷰의 요약본이나 마찬가지인 신문 기사용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했고 22년 2월에 별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