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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타지키스탄 유목민생활 다큐를 보니 그네들의 전통생활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서는 다양성과 오리지널리티랄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이어질까,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네들 생활의 일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케넥티드 삶을 살고 있고, 살고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앞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해먹고 약재료를 구하는 장면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기도를 하는 장면과 나른한 나레이션도 이젠 어색하나마 이즈음이 마지막이 아닐까, 몇 년만 지나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이마저도 기회가 없어지지 않을까. 전세계가 동시에 같은 것들을 누린다는 황망함, 그렇다고 그들의 누릴 권리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어떤 명사(유명인), 어떤 단어, 어떤 사건. 여러 번 들어보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달라고 하면 구체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특징도 하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막연히 이름만 들어본 사람, 단어, 사건인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이어령이라는 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이 분이 쓴 책도 있었고, 가끔 신문에 기고문의 필자로 보기도 했고, 다른 책에서 한 꼭지의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쓴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책에는 이어령 교수의 책상도 등장했던 것 같다.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istory.com))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어령 교수가 노환에 췌장암까지 여명이..
아래 목차를 보시라. 태국의 역사, 문화, 언어, 왕실의 의미, LGBT 이야기 등등 '태국 개론 101'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비문이 있거나, 쓸데없이 어렵게 쓴 표현도 없으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채워주는 적당한 설명만 덧붙여서 읽기가 편하다.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두루두루 모아 읽기 쉽게 썼으니 참 좋은 책이다. 태국에 대해 생겨난 약간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책을 느릿느릿 돌아가며 읽는 편인데 쉽게 빨리 마쳤다. 외대 태국어과 교수 2인이 썼다. 몇 년 살고 현지언어도 할 줄 안다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이 아니라, 긴 시간 경험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이 정도 글을 쓰려면 공부하고 검색해본 후 뇌피셜을 더하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로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노래는 연..
앞서 올린 [서평]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tistory.com) 책을 읽으니, 이 저자는 인용한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 중에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다.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특정 상황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연설 문구, 소설 구절, 노래 가사, 영화 장면 같은 것들이 많을수록 감정과 생각의 차원이 넓고 깊어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독,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를 인용하는 부분이 많은 듯 해서, 이번엔 나쓰메 소세키를 키워드로 책을 찾아봤다. 인문학도였다면 일찌감치 대학 시절에 이미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았을 것 같다. 수잔 손택은 사회운동가로, 평론가로, 소설가로 유명했던 사람이고, 나쓰메 소세키는(타이핑을 거듭할수록 이 이름은 타이핑하기 번거로운 이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