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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대만의 식민지 역사 부분을 읽고 있는데 대만에도 나름의 식민저항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여전히 조선의 독립 의지나 저항운동과는 많이 다르지만. 한편 당시 문학계의 상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일본어 문학 황금기'라거나, 식민 해방 이후 일본어 사용 작가들이 '말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는 맞지 않는 표현도 보았다. 대만의 전반적인 식민제국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긍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껏 접한 간접적인 인상 정도 수준에서는 맞는 말 같다.) 나는 "대만은 청일전쟁이 뭔지 겪지도 못했는데 그 결과로 조국의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고, 조선은 온 백성이 내 나라의 주권강탈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명확했기에 일제를 대하는 마음가..

아침 안개 때문에 앞이 안보여서 밑에 깔린 화살표만 보고 티샷을 한다. . 앞이 안보이는 안개를 보니 영화 미스트 생각이 자동으로 난다. 결말을 보고 '이게 뭐지? 별로다...' 정도의 담담한 감상이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은 '이게 뭐야!! 허무하고 황당하고 이상해!!' 같은 (글로 써놓으면 내가 받은 느낌과 거의 동일한데 느낌표로만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감상을 느꼈던 것 같다. 오래 오래 전에도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회사 동료들과 티샷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땐 11월 찬 공기 때문에 안개가 심했다. 그 땐 화살표 대신 안개 저 편으로 불빛이 느리게 깜빡였다. 고민할 것 없이 그 불빛 방향으로 치면 됐다. 그 때나 오늘이나 생각보다 공은 잘 찾아진다. 보이는 게 없으니 과한 힘을 빼고 무리..

한갓진 오후, 아파트 단지에서 옆 단지로, 다시 옆 단지로 산책 중에 어느 아주머니가 지인을 만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파마 예약 다 해놨는데 아이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하는 거야 글쎄, 어쩔거야." 자못 진지하게 별 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곁을 지나 어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날씨 좋아 베란다를 열어둔 어느 집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기 엄마가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우는 척 아기를 달래니 아기가 곧 울음을 그친다. 참 별 거 아닌 모습들이 평화롭다. 회사에 다시 나가는 평일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모습. 아파트단지 이름에 마을을 붙이던 1기 신도시 작명법이 그 소원(?)을 성취했나보다. 아파트는 마을 그 잡채.

굳이... 가까운 타인이라는 말이 안맞다 싶어서 저렇게 썼다. 친숙한, 이 더 가깝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요 며칠 외부 교육기관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했다. 옛날에 비슷한 기회가 있었을 때도 그렇고, 이런 외부기관 교육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루든 며칠이든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 앞뒷자리 수강생들과는 회사 파티션보다 가까이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수업 내용 때문에 같이 이야기하고 물어보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때면 너무 부자연스럽게 거리두는 느낌은 무례하고, 오바하면 부담스럽고, 각자의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래 자리로.2005~2006년 쯤, 민방위도 아니고 무려 예비군이라는 파릇파릇(?)하던 시절, '박달 교장'이라는, ..

대로로 난 큰 창과 밝은 분위기. 투썸답게 케이크는 많은편. 케이크전문카페와 스벅을 제외하면 이정도도 드물겠지. 샌드위치, 모닝롤샌드위치(에그, 참치, 감자)도 있다. 커피, 디저트야 다른 지점과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온 입장에서 느끼기에 모닝롤에그는 맛이 고소하고 괜찮았고 아메리카노 커피는 라지가 레귤러 대비 500원 더 비싼데 샷은 넣지 않고 물만 추가했나 싶은 담담한 맛. 의자는 훌륭하진 않지만 양호하다. 스벅에 하나씩 있는 쾌적한 소파까진 없지만 어지간한 개인카페들보단 낫다. 이곳의 최악은 음악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매장에서 빨리 먹고 나가라고 고정된 불편한 의자를 설치해놓고 거슬리는 음질의 스피커로 붕붕 거리는 팝을 틀어놓는데, 여기도 똑같다. 곡이 문제라기보단 스피커 음질, 음량,..

타지키스탄 유목민생활 다큐를 보니 그네들의 전통생활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서는 다양성과 오리지널리티랄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이어질까,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네들 생활의 일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케넥티드 삶을 살고 있고, 살고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앞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해먹고 약재료를 구하는 장면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기도를 하는 장면과 나른한 나레이션도 이젠 어색하나마 이즈음이 마지막이 아닐까, 몇 년만 지나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이마저도 기회가 없어지지 않을까. 전세계가 동시에 같은 것들을 누린다는 황망함, 그렇다고 그들의 누릴 권리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로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노래는 연..
아이들과 숨 참기 놀이를 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다른 놀이로 관심을 돌리고, 그러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이런 간단한 놀이를 진심으로 아빠와 즐거워서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들었다가, 또 다 큰 어른들도 가끔은 이러고 놀지 않는가 (물론 다 큰 어른과 노인이 그러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진 않은 것 같다.) 하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처음에 들었던 생각처럼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하고 습관적으로 비관할 일은 아니라고 다시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빠와 노는 일이, '놀아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게 느껴지면 좀 허전한 기분이 들겠다' 싶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도 '박물관' 같은 곳에, 아이들이 그닥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지금도 이..

한국 캠핑 유투버만 해도 여럿이고, 스타일도 각자 제각각이다. 말 없이 텐트 치고, 요리하고, 쉬고, 불멍하고, 마무리까지 자막만 달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스타일, 혼잣말 오지게 하는 스타일, 몸매를 강조하는 옷차림의 여자 유튜버, 털털한 스타일의 여자 유튜버, 캠핑 유튜버계의 조상님에 가까운 유튜버, 부부 캠핑 유튜버, 회사 그만두고 캠핑 영상 두어개 올리고 소식이 없는 유튜버... 반면 기존에 찾아본 몇 개의 미국, 일본 캠핑 유튜버는 미국은 부시크래프트(정글에서 맨손으로 살아남기)에 가까운 자연인 스타일, 일본은 미니멀까진 아니고 컴팩트하고 조용한 스타일의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골고루 찾아본 건 아니라서 어떻다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본 한국 유명 캠핑 유투버들은 대체로 장비를 많이 갖춘 스타일..

어릴 때 글이라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글을 접하고는 이런 글을 짓고 읽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 의미 없는 동어반복이나, A는 A라는 당연한 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당연한 말 반복하기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이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끝나는 인생살이를 그렇게 해석하며 스스로에게 설명하려는 본능적인 행위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나도 같은 이유로 그런 행위를(세상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고 덧없다는 느낌을 벗어나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주말에 실컷 놀다 회사가려니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