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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THE LONG DAY CLOSES No star is o'er the lake Its pale watch keeping The moon is half awake Through gray mist creeping The last red leaves fall round The porch of roses The clock hath ceased to sound The long day closes Sit by the silent hearth In calm endeavour To count the sounds of mirth Now dumb for ever Heed not how hope believes And fate disposes: Shadow is round the eaves The long day clos..
어쨌던, 저쨌던, 괜찮던, 아니던 간에 관계 없이, 모바일 세대, 터치(스크린) 세대는 예전보다 활자에 덜 친화적인 건 분명하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영상 매체는 정보를 주입하는 것에 가깝지, 독서를 통한 능동적인 입력을 대체하긴 어렵다. 다만 한 편으로는 모바일 세대(다른 말로 '요즘 아이들'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상대방을 정의함으로서 나를 꼰대로 만드는 강력한 어감....!! 때문에 피해간 단어.)의 어휘는 또 나름의 '얕지만 넓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 매체도 '재생 시간'이라는 분명한 한계점 앞에서 자막에 많이 의존하기도 하는데, 자막의 공간도 유한하니 나름 어휘 선택에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요, 트렌드에 묻어서 새로운 어휘들이 퍼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단어 하나는 새로운..

지금 사는 곳에 벚꽃이 피던 시기에 구경 왔다가 입주하게 되서 그런지, 벚꽃이 피면 아이들 어렸던 그 시절의 애틋한 기분이 돌아온다. 그리고 짧다는 봄보다도 더 짧은 벚나무 꽃 피는 기간이 끝났다. 꽃도 꽃이지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는 공식적인 선언인 듯 해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벚꽃 사진을 올리는 것 같다. 나처럼 되는 대로 사는 사람도 이 정도면 계절이 변했다고 고개들어 위를 보게 하는 신호수다. 엊그제 눈보라 비바람으로 주말에 후두둑 떨어진 벚꽃잎들을 보니 벚꽃 계절이 짧다는 원망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벚나무는 1년 내내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을 2주 남짓한 꽃 피는 시절만 삶인 것처럼 말한 것은 아닌지. 벚꽃잎은 비오듯 우수수 떨어져도 길거리에는 눈 녹은 구정물 같은 지저분한 느낌..
3일 연휴 주말.적당히 놀다가 졸음에 쫓겨 잠자리로 떠난다.이게 행복이지.
지난 연말 초겨울에 일정 상 포기한 굴업도를 너무 춥지는 않은 3월 말에 가볼까. (백패킹 3대 성지 - 짬뽕 3대 성지나 3대 500?은 다른 거고, 아무튼 3대OO라는 단어의 인위적인 어감이 별로긴 하지만, 누가 정한 건지 알 수 없는 근본 없는 3대 맛집류와는 달리, 백패킹 3대 성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소인 듯 하여, 이곳들 모두 가보지 못했지만 나는 모두를 인정하기로 함.) 굴업도의 백패킹 장소는 춥다는 바닷가에서도, 사방이 탁 트인 섬에서, 그 중에서도 산(언덕) 위 허허 벌판에 있다. 한 겨울에는 극동계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 3월이 좋을 것 같다. 작년 6월 말, 비바람이 심해서 포기한 제주도에 딸린, 우도에 딸린, 비양도 백패킹을 올해 6월에는 다시 시도해볼까. (여기도 백패킹 3대 ..

good cop, bad cop의 원래 뜻은 다르지만, 좋은 부모, 나쁜 부모 (순화하자면, 무심한 부모 라고나 할까)의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 표현이 떠올랐다. 마침 평일에 쉬게 되서 새로 옮기려는 축구팀 연습장에 갔다. 축구하러 온 아이들 숫자는 대충 세어도 최소한 40명은 될 것 같고, 코치만 6명 정도. 그동안 다녔던 팀들에 비해서 인원이 많다 보니 우루루 뛰어다니는 모습도, 분위기도, 활기가 느껴진다. 대충 세어보니 연습을 보러 온 부모는 15명 정도였다. (열 명 보단 많고, 스무 명은 안되어 보였다) 나처럼 부부가 같이 보러 온 사람들도 조금 있는 것 같으니 대충 세어도 아이 40명 중 10명 정도만 부모가 연습을 보러 왔다. 아이의 학교 공개 수업 행사에 갈 때는 좀 더 자세하게 ..

호사유피 인사유명은 모양 좋은 말일 뿐, 남길 이름 석자 크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떠난 후에는 세상에 이 나무 그루터기만큼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옆 동네 뒷 산에 그루터기들은 인위적인 간벌의 흔적이 아닐까. 시계판처럼 생긴 흠집은 아마도 물이 흐르고 얼고 녹아서일까. 강남 대로변의 낙엽은 빌딩 관리인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소일거리를 더할 뿐이지만, 산에서는 떨어지고 쌓여도 누구에게도 일 없이 자연스런 풍경이라서 좋다. 오래된 작은 길가에서는 종종 나무가지로 만들어진 터널들을 볼 수 있다. 나무는 그저 제 모양대로 자랐을 뿐이지만 그 사이로 길이 생긴 덕분에 나무의 일부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오늘 비가 온 탓에 이제 산에 가도 마른 낙엽 밟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대신 차갑고, ..

커피 원두라는 게 시기 별로 좋은 원두 수급 상황이 달라질 테니 메뉴 자체에 '원두가 바뀔 수 있다'고 표시해두었다. 원두 종류를 산미나 향이 다른 5종을 구비해둔 터라 원두가 바뀌더라도 그때 그때 준비된 원두 중에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이런 커피에 맛들이면 맛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마실 수 없게 되어버린다. (혹은 아예 저렴하고 맛도 마실 만한 수준인 회사 구내 카페가 낫다.) 디저트 메뉴는 계절과일을 얹는 메뉴(이름은 이튼매스인데, 이튼매스를 검색해보니 좀 다르다. 이 가게 스타일로 많이 변형을 한 것 같다.), 바스크치즈케이크, 카이막이 있다. 디저트 메뉴는 모두 신선 식품이긴 하지만 개수 자체가 아주 많진 않아서 로스가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일 것 같다. 운영은 '금토일월', 주 ..

연희동 지도 뒤지다 발견한 곳. 춘장에 양파가 새롭다. 먹다보면 양념이 자꾸 밑으로 빠져서 면을 먹을 때 숟가락으로 양념을 챙겨야 하는 것도 근본 간짜장의 전형이다. 중국인들 없이는 대한민국 식당가 운영이 안된다는 말에 나오는 중국인들과는 세대가 다른, 아마 화교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이 날도 옆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들일 것 같은 노인 여러 명이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식사중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내가 문닫을 시간이 가까운 저녁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아니면 이 집 면 특징인지 모르지만 약~간 불은 느낌. 아무튼 요즘 시대에 찾기 힘든 진짜 간짜장을 하는 것만으로 2km를 걸어서 다녀왔다.
휴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맛 좋은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 하지만 오후였다면 내가 수면 문제가 없었어도 크게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알딸딸한 귀갓길에 연속으로 마음에 드는 노래가 추천으로 떠서 들을 때는 음악에 몰입하게 된다. 출근길 쨍한 햇빛이 스며들어오는 버스 안에서는 그런 느낌은 느낄 수 없다.겨울에 스산한 공기도 경치가 좋고 옷을 따뜻하게 입었을 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논산 훈련소에 10월 15일에 입소해서 11월 말쯤 의정부로 옮겨갈 무렵,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했지만, 힘든 일과를 마칠 즈음 국기 하강 시간에 발을 멈추고 바라본 가을 하늘과 공기와 나무에 비친 노을빛은 참 아름다웠다.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몇 몇 순간을 꼽아보자니 그 중 여럿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