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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특징을 묘사하는 글 중에는 200자 원고지에 면도칼로 직접 깎은 연필을 열 개쯤 준비한 후에야 글을 쓴다던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젠 핸드폰으로 단문을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원고지 몇 천 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고, 지금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꾹꾹 눌러 쓰는 것 정도로도 복고 감성을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가끔 귀찮은 이유로 핸드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한다. 어차피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기에, 사진이 필요한 대부분의 글에서 어차피 핸드폰을 써야 한다. 핸드폰으로 제목 정도만 쓰고 일단 사진부터 모두 업로드한 다음에 컴퓨터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찌됐든 핸드폰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노..

겉절이도 아닌, 보통 김치보다는 단맛이 살짝 묻어나는 김치맛이 특이했다. 비싼 가격은 그냥 그러려니 싶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은 맛이 좋긴 한데 잘 만든 시판 제품도 이 정도 맛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 콩국수는 좋은 콩만 쓰면 차별화가 어려운 메뉴가 아닌가. 나에게 최고의 콩국수는 제주도 조천에서 먹었던 콩국수였는데, 땅콩이나 뭔가 부재료가 곁들여진 것 아닐까 싶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가미 여부보단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맛은 조천이 더 좋았다. 콩물은 순수하게 콩만으로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진주회관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진주회관은 기본 간은 되어있고 따로 달라고 해야 소금이나 설탕을 준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진주집보다도 슴슴한 느낌이었다. 원래 슴슴한 간에 김..

지난 번에 자마버거에 다녀온 글을 쓰면서(https://thezine.tistory.com/604) 수제버거의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량생산한 패티가 아닌, 고기를 갈아 손으로 경단 빚듯이 빚어 만든 패티를 구우면 되는 걸까, 수제와 다름 없는 대량 생산 패티라면 되는 걸까, 프랜차이즈도 포함될까, 아니면 독립매장이어야 수제버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이번에 간 곳도 프랜차이즈 버거집이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메뉴판에 중국어가 눈에 띄게 크게 적혀있어서 혹시 중국 회사인가 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본사 홈페이지에는 매장이 70개가 넘는다고 나온다. (진짜 괜찮은 사업은 인기 프랜차이즈 매장 내는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 사업인 것 같다.) 처음 가는 햄버거집에서는 ..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함께 주량도, 회복탄성도 점점 내리막을 걷는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문득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노화를 촉진하는 행위이지만 아직 남은 젊음을 확인하는 반항일 수도 있겠다.

3박4일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마침 TIME에 제대로 휴가 가는 법에 대한 기사가... 너무 심하게 더우니 뭘 해도 지치고 늘어졌다. 폭염주의보 문자가 일상적으로 느꼐질 정도로 날씨가 더울 때는, 숙소든 액티비티든 최대한 편하고 쾌적한 일정을 짜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Dies Irae는 원래 '진노의 날'인데, 승무원들이라면 사건사고가 많은 비행을 '이레'(irregular한 상황)가 많다고 하니 Dies Irre도 말이 될 것이고, 어제 오늘 천재지변에 가깝게 비가 많이 온 상황을 가리킬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에 버스가 늦어지고 평소보다 미어터지고 출근시간이 길어지고 하는 상황을 보니 문득 사회생활 시작하던 시절에 비 많이 오는 날이면 경험했던 짜증나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오늘은 그냥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그 시절 나는 이런 날이면 더 걸리는 시간, 인파로 부대끼는 불편함, 신발과 옷이 젖는 불쾌함, 우산을 접지 않고 타는 이들의 무신경함 등등이 겹쳐서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1년에 몇 번 정도는 겪음직한 상황과, 기분..

동네에 원래 있던 수제버거집 바로 옆에 또 버거집이 생겼다. 매번 그냥 지나치다 이번에 가봤다. 큰 상권도 아닌데 바로 옆에 오픈한 이유는 아직도 궁금. 빅오리지널이 와퍼같이 큰 사이즈인가 했는데 그냥 기본 버거인 것 같다. 더블 패티는 없고 무게 추가는 가능해서 조금 추가해봤다. 수제맥주를 같이 파는 점이 특이하다. 냉동패티가 아니면 수제버거라고 봐야할지, 프랜차이즈 버거도 수제라고 봐야하나 기준이 뭘까 혼자 수제버거의 정의를 고민해봤다. 카라멜라이즈된 양파(이 말은 한국어로 번역된 말이 없을까 문득 궁금하다)가 약간 들어있고 패티는 육향이 느껴진다. 양파는 좀 더 들었으면 어떨까 싶은데 많다고 무조건 좋은건 아닐 수도 있어서 아쉽다기보단 궁금함 정도. 번은 살짝 불판에 구워서 버터나 오일이 묻었으면 ..
최근에 뜻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변화가 있었다. 거울을 보다가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문득, 글 끝에 ctrl+z를 적던 친구가 생각났다.(한글로 '컨트롤+z'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ctrl+z가 '되돌리기' 단축키로만 쓰이지만, 그땐 아마도 PC통신 터미널에서 글을 쓰다가 누르는 글쓰기 완료 단축키 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남들은 뜻도 잘 모르는 말꼬리를 항상 쓰던 그 친구는 누군가와 짝사랑 중이었다. 그 친구의 짝사랑에 나도 조금은 (이야기 들어주기, 그런 행동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북돋아주기 등으로) 일조한 끝에, 그 친구는 짝사랑에 성공해서 결혼을 했다.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 알바 자리가 생겼을 때 나를 불렀던 것도 근무중 연애상담 때문이었다. (이제야 밝힌다 은주야..

플레인으로는 홀케이크(4.4만정도), 미니(1.2만)으로만 판매해서 레몬치즈케이크로 사왔다. 같은 이름으로 가게가 더 있는 걸 보니 프랜차이즈인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지점이 꽤 많은 프차다. 크림이 올려진 부분은 맛도 질감도 연해져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꾸덕함을 조금 넘겨서 살짝 건조한 느낌. 원래 재료비가 높은 메뉴인데 직접 굽지 않고 본사에서 받아오니 가성비가 나오긴 힘든 방식일 거다. 안그래도 목이 좋지 않은지 가게들이 오래 못버티는 곳에 생긴 가게인데 이곳도 오래는 못 갈 것 같은 안타까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