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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언젠가부터 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모임이 갑자기 생겨서 실로 7-8년만 만난 고3 반 친구들. 그냥 실없는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편하고 좋았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기분 좋았던 말은 너 참 특이했다. 유별났다. 라는 말 유일무이한 특질이 있다는 말, 그냥 별나다는 말. 삶의 순간들을 의식해가며 멍 때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그런 말이, 오늘 참 듣기에 좋았더라. 아빠 직원 남편 기타등등 사회적인 내 역할들과는 무관하게 나라는 인간성을 바라봐준 말이라 느껴졌다.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잠깐 원시적인 나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돌아왔다. 다들 가장으로 직원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잘못을 해서 혼냈는데, 늘 자신에게 사랑만을 말해주던 엄마 아빠가 자신을 혼내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나보다. "엉엉, 나 아빠 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 혼내. ㅠㅠ 나한테 )이러지마 ㅠㅠ" 언젠가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목욕을 하자고 했더니 아주 신이 나서 누나에게 빨리 목욕하러 가자면서 "누나, 우리 빨리 부끄러워지자!(=옷 벗자) 꺄하하하" 더러운 것을 닦은 휴지를 변기에 던져넣었는데, 그 모습이 본인이 방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보였는지 (다 알아~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히히 아빠 장난꾸러기~~(장난꾸러기와 말썽꾸러기를 구분 못함)" 외국에 있는 엄마와 영상통화 하는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엄마 어디야? 나도 거기에 있고 싶어 (나도 엄마랑 같이 있고 ..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할 때 카투사 중 일부에게 미군병장학교(PLDC)에 갈 기회(?)를 주는데, 어쩌다 보니 거기에 나도 참가했었다. 미군들은 병장 진급대상자라면 꼭 PLDC를 수료해야 하지만, ROKA(Republic Of Korea, Army 약자인데, 약자 가... 흠... 못 멋진듯?), 대한민국 육군은 당시 기준으로 6.6.8.6 이었다. 군생활 21개월차가 되면 (특별히 영창에 다녀오거나 하지 않았다면) 누구나 병장이 될 수 있다. (잘난 놈도 이병이 되어야 하고, 못난 놈도 결국 병장이 되는 곳.) 그런 마당에 카투사는 굳이 PLDC를 갈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지만, 그 바닥에선 나름 인정을 받고, 중대나 소대 별로 리더급 카투사에게 그 기회를 주곤 했으니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긴..
오래전 읽다 만 책을 펼쳐드니 책꽂이로 꽂아놓은 옛날에 다니던 미용실 명함이 나왔다. 니켈 실장... 카드뮴 실장... 요즘은 리튬 실장이 잘 나갈지도. 프랜차이즈? 지점도 많고 오래된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문득 궁금... 지금 든 생각인데, 원소 주기율 표를 보고 들어온 순서대로 닉네임을 정한 것일지도! 그럼 120명 정도 들어올 때마다 리셋되서 헬륨2, 수소2... 오늘은 그냥 실없는 농담 하는 밤.
입대 날짜 받아놓고 하루 하루가 자유와의 이별 같았다. 사람에 따라 쉽게 가기도 하는데, 난 몇 달을 '이등병의 편지'와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보냈지. 어제 밤늦게 걷기 운동을 나갔다. 가끔 동네 산책로를 걷고 뛰고 달리기 APP에 기록을 했었다. 어제 그 기록을 찾아보니 동네 산책로 걷기 운동은 딱 1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땐 그래도 걷다 뛰다 했는데 이번엔 거의 걷기만 했다. 마음은 '뛰기도 해야지' 하는데 몸이 극구 거부. 주말에는 가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GYM에 간다. '적어도 매주 세번은 해야 운동이지...'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그마저도 안하고 있구나 싶어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자고 생각을 바꿨다. 어제 밤, 뻐근할 정도로 홍제천변을 걷고, 오늘 아침에는 근력 운동을 했더니 종일 몸..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 한 분은 (선생님들이 보통 그렇듯/그랬듯) 수업 사이 사이 주의를 집중시킬 겸, 혹은 그냥 생각이 나서 수업 외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유독 대화의 주제가 무기력했다. 아마 그 분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수업 시간 잡담에서도 드러나서 그럴 것이다. 그 선생님이 이 이야기는 몇 번 반복했던 것 같다.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너희들 졸업하고 대학 가고 군대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늙고 나면 죽는다. 결국 다 죽으려고 사는 거다.' 이런 이야기. 과정과 종착지에 대해 혼동, 또는 관점을 달리 해서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살다 보니 언젠가는 죽는 것이지, 죽으려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 죽는 게 목적이라면 그 전에라도 언제든 선택의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연말..
아침에는 음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뉴스나 웹서핑 같은 단편적인 글을 읽을 때 그나마 집중이 된다. 요즘은 다시 멀어졌지만 TED 강연을 듣기도 했었다. 저녁시간에는 음악을 들으면 아침과는 달리 일단 귀에서부터 대환영을 하는 느낌이다. 아침에 음악을 틀면 '좋은 줄은 알겠는데 지금은 땡기지 않는 음식을 누군가 들이미는 것처럼'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저녁에는 아침과 똑같은 이어폰에서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이 나오는 느낌이다. 출근과 퇴근 시간에 달라지는 마음 상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퇴근시간에는 마음이 가벼울 테니까. 잠자리에 들 때면, 누구나 권하는 것처럼 핸드폰 불빛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데, 이 나쁜 습관을 잠자리에서라고 버릴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나마 아이들 잠에 방해가..
황토펜션...여러 가족 뒤섞여있고... 가스난로는 타이머가 있었는지 새벽에 난 데 없이 환한 불꽃을 빛내며 광풍 사운드까지. 바닥은 절절, 너무 뜨겁게 끓어서 덮을 이불도 포기하고 밑에 깔았다. 여러 사람들이 자느라 다양한 소음이 섞여있던 곳에서 하룻밤이 지나고 다시 집. 혼자 누운 자리가 어젯밤과 너무 심하게 대조적이다. 조용하고 쾌적... 그래도 어제는 어제대로 좋았고 오늘은 오늘대로 좋다. 시골은 대도시 소음이 없어서 그런지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낮은 산봉우리에 낀 안개와, 오후의 석양을 혼자 즐길 여유도 5분쯤 있었다. 북적북적대는 가족애도 느꼈다. 있는 가족은 다 끌어모은 주말이었네. 다만 잠자리가 고달팠을 뿐, 다른 방법으로 주말을 보내려 해도 더 나은 방법은 없었겠다. 그래서 지금 조..
유명한 카페이지만 일부러 찾아갈 계획까지는 없었던, 우연히 동선이 딱 맞아서 찾아간 곳. 코엑스 지점만 두어번 가봤다. 역시 커피맛은 굿굿. 가게 되면 에스프레소 계열 말고, 드립으로 마시길 추천함. 둘 같이 놓고 마시니 아메리카노는 향이 연했다. 커피 종류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그냥 싼 거 골라도 맛 좋음. 코엑스지점에선 아메리카노만 마셔서 좋은지 몰랐다. 커피 종류 중에 Authentic이 있는데 외래어한글표기법에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센틱'이라고 써있다. ascent+ic인 줄 알고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했던 이름. 코엑스에 갔다가 보고 '이게 그건가?' 하고 구글에서 근황을 찾아보게 만든 간판. 오랜만에 신촌에 갔을 때 아직도 잘 있길래, '거센 스타벅스의 풍랑을 이겨내고 있구나' 생각..
8월 일본 출장 때부터 두툼한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기회가 없었다. 조막만한 고기를 열심히 두드려서 튀김옷만 잔뜩 입히는 '옛날(?) 돈가스'는 배고팠던 학생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영 맛이 없다. 인천공항 히바린은 2터미널이 문을 연 직후 광저우 유배출장을 떠날 때 처음 들렀다. 이후 공항에 오는 날이면 찾아온다. 김포공항 비항기면 어쩔 수 없고. 깨를 갈고 겨자와 돈가스소스를 비벼서 두툼하게 익힌 안심 돈가스를 찍어먹어야 진짜 돈가스... 나에겐 그렇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카레 끼얹은 옛날 돈가스는, 그래서 최악의 돈가스 중 하나였다. 아침이라 입맛이 그런지,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지, 생맥주는 맛이 그냥 그래서 마시다 남겼다. 기본 돈가스 소스 외에 몇가지 다른 소스와 샐러드드레싱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