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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대만의 식민지 역사 부분을 읽고 있는데 대만에도 나름의 식민저항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여전히 조선의 독립 의지나 저항운동과는 많이 다르지만. 한편 당시 문학계의 상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일본어 문학 황금기'라거나, 식민 해방 이후 일본어 사용 작가들이 '말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는 맞지 않는 표현도 보았다. 대만의 전반적인 식민제국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긍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껏 접한 간접적인 인상 정도 수준에서는 맞는 말 같다.) 나는 "대만은 청일전쟁이 뭔지 겪지도 못했는데 그 결과로 조국의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고, 조선은 온 백성이 내 나라의 주권강탈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명확했기에 일제를 대하는 마음가..

중2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가족구성원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청소년기의 감정변화나 심리 관련 책을 몇 권 찾아봤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한 어투로, 코믹한 삽화와 함께 쉽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이고 피괴적인 감정은 막상 닥쳤을 때 본인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본인 감정상태의 본질을 정의하지 못하고 짜증, 무기력, 분노, 자책, 충동적 행동 같은 표면적인 증상만 인식하는 식으로 말이다. (줏어들은 지식으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무기력인데 본인들은 우울증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우울증 진단과 치료-도 못찾는 경우가 있다고 함.)..

제목도, 문체도 '와 진짜 슬렁슬렁 썼다' 싶은 책이다. 처음에 저자가 김부장 캐릭터와 스토리가 떠오르자마자 1박2일 만에 다 썼을 것 같은 단순하고 편한 어투로, 김부장의 상황을 엿보면서 단순히 전달만 하듯 쉬운 문체다. 그래서 회사에서 점심시간 3번 만에 다 읽었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런건 처음. 내용은 평범한 대기업을 다니는 김부장이 평범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회사에 잘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인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설치곤 너무 간단하지만 개인에겐 절실할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되게 쉽게 썼구나 싶으면서도 순간순간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다. 분량도 적고 워낙 쉽게 읽히다 보니 몇 안되는 짧은 인상깊은 장면만으로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뭐지..

아침 안개 때문에 앞이 안보여서 밑에 깔린 화살표만 보고 티샷을 한다. . 앞이 안보이는 안개를 보니 영화 미스트 생각이 자동으로 난다. 결말을 보고 '이게 뭐지? 별로다...' 정도의 담담한 감상이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은 '이게 뭐야!! 허무하고 황당하고 이상해!!' 같은 (글로 써놓으면 내가 받은 느낌과 거의 동일한데 느낌표로만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감상을 느꼈던 것 같다. 오래 오래 전에도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회사 동료들과 티샷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땐 11월 찬 공기 때문에 안개가 심했다. 그 땐 화살표 대신 안개 저 편으로 불빛이 느리게 깜빡였다. 고민할 것 없이 그 불빛 방향으로 치면 됐다. 그 때나 오늘이나 생각보다 공은 잘 찾아진다. 보이는 게 없으니 과한 힘을 빼고 무리..

일본은 근대화의 길을 걷고부터 국가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엘리트를 양성하는 고등 교육기관을 세웠다. 주요 거점 지역을 대표하는 구제고등학교는 제1고 제2고 같은 번호로 이름 붙여졌고 오늘 날의 고등학교 학제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의 고3~대학1, 2학년 정도로 대학의 예과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교육기관으로 제국대학이 설립되었다. 초기 구제고등학교의 정원은 제국대학의 정원과 비슷해서 구제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제국대학 입학이 보장되었는데 다만 그 안에서도 동경제국대학은 '동대'라 불리고 제국대학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입학시험은 주로 어문학, 외국어, 글쓰기가 전부였던것같다. 당시 한국에는 경성제대, 일본에는 도쿄, 교토, 홋카이도, 오사카, 도호쿠, 나고야, 큐슈 7개, 그..

어쩌다 보니 더 쓰게 된 강상중 작가? 교수?의 독후감. 강상중 작가의 아이돌(?)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과 그 소설의 화자인 '나'라는 인물이 있고, 다른 소설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그 소설의 주인공 '한스'가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와 소설작품들인 듯 한데, 그 두 소설에서 작가가 찾아낸 공통된 주제의식을 이야기하고, 두 주인공의 후일담을 상상으로 쓴 소설이 챕터마다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강상중 작갸가 에세이 작가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소설 문법이 등장할거라고 예상을 못한 탓에 괜히 어색하기도 하고, 독일인 한스가 일본 소설 느낌의 대사를 하고, 한스의 부인이 일본인이라는 설정 등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곁다리 설정들이 이래저래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에..

한갓진 오후, 아파트 단지에서 옆 단지로, 다시 옆 단지로 산책 중에 어느 아주머니가 지인을 만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파마 예약 다 해놨는데 아이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하는 거야 글쎄, 어쩔거야." 자못 진지하게 별 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곁을 지나 어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날씨 좋아 베란다를 열어둔 어느 집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기 엄마가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우는 척 아기를 달래니 아기가 곧 울음을 그친다. 참 별 거 아닌 모습들이 평화롭다. 회사에 다시 나가는 평일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모습. 아파트단지 이름에 마을을 붙이던 1기 신도시 작명법이 그 소원(?)을 성취했나보다. 아파트는 마을 그 잡채.

굳이... 가까운 타인이라는 말이 안맞다 싶어서 저렇게 썼다. 친숙한, 이 더 가깝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요 며칠 외부 교육기관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했다. 옛날에 비슷한 기회가 있었을 때도 그렇고, 이런 외부기관 교육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루든 며칠이든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 앞뒷자리 수강생들과는 회사 파티션보다 가까이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수업 내용 때문에 같이 이야기하고 물어보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때면 너무 부자연스럽게 거리두는 느낌은 무례하고, 오바하면 부담스럽고, 각자의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래 자리로.2005~2006년 쯤, 민방위도 아니고 무려 예비군이라는 파릇파릇(?)하던 시절, '박달 교장'이라는, ..

요즘 연이어 읽고 있는 일본 작가 강상중님이 2013년에 출판한 도시 기행 에세이. 추측하건데 이 분은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인기 작가의 신분이 되자 출판사에서 도쿄의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장소가 상징하고 기념하는 것들에 대한 에세이를 기획한 것 같다. 이 책은, 독자 입장에서는 방문하는 장소 별로 3-4장 분량으로 구분되는 내용이라 연속적인 내용을 따라가는 부담도 없고, 중간 중간에 그 명소들의 사진들이 나와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명소' 목록에는 호텔, 유서 깊은 연극 극장, 미술관, 증권거래소, 도쿄대학, 아키하바라 같은 랜드마크도 있고, 고양이 카페나 고서점가, 슬럼화된 거리 같은 도시의 지나간 역사가 담긴 곳들도 있다. 위..

대로로 난 큰 창과 밝은 분위기. 투썸답게 케이크는 많은편. 케이크전문카페와 스벅을 제외하면 이정도도 드물겠지. 샌드위치, 모닝롤샌드위치(에그, 참치, 감자)도 있다. 커피, 디저트야 다른 지점과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온 입장에서 느끼기에 모닝롤에그는 맛이 고소하고 괜찮았고 아메리카노 커피는 라지가 레귤러 대비 500원 더 비싼데 샷은 넣지 않고 물만 추가했나 싶은 담담한 맛. 의자는 훌륭하진 않지만 양호하다. 스벅에 하나씩 있는 쾌적한 소파까진 없지만 어지간한 개인카페들보단 낫다. 이곳의 최악은 음악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매장에서 빨리 먹고 나가라고 고정된 불편한 의자를 설치해놓고 거슬리는 음질의 스피커로 붕붕 거리는 팝을 틀어놓는데, 여기도 똑같다. 곡이 문제라기보단 스피커 음질, 음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