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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더 쓰게 된 강상중 작가? 교수?의 독후감. 강상중 작가의 아이돌(?)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과 그 소설의 화자인 '나'라는 인물이 있고, 다른 소설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그 소설의 주인공 '한스'가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와 소설작품들인 듯 한데, 그 두 소설에서 작가가 찾아낸 공통된 주제의식을 이야기하고, 두 주인공의 후일담을 상상으로 쓴 소설이 챕터마다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강상중 작갸가 에세이 작가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소설 문법이 등장할거라고 예상을 못한 탓에 괜히 어색하기도 하고, 독일인 한스가 일본 소설 느낌의 대사를 하고, 한스의 부인이 일본인이라는 설정 등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곁다리 설정들이 이래저래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에..
한갓진 오후, 아파트 단지에서 옆 단지로, 다시 옆 단지로 산책 중에 어느 아주머니가 지인을 만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파마 예약 다 해놨는데 아이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하는 거야 글쎄, 어쩔거야." 자못 진지하게 별 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곁을 지나 어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날씨 좋아 베란다를 열어둔 어느 집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기 엄마가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우는 척 아기를 달래니 아기가 곧 울음을 그친다. 참 별 거 아닌 모습들이 평화롭다. 회사에 다시 나가는 평일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모습. 아파트단지 이름에 마을을 붙이던 1기 신도시 작명법이 그 소원(?)을 성취했나보다. 아파트는 마을 그 잡채.
굳이... 가까운 타인이라는 말이 안맞다 싶어서 저렇게 썼다. 친숙한, 이 더 가깝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요 며칠 외부 교육기관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했다. 옛날에 비슷한 기회가 있었을 때도 그렇고, 이런 외부기관 교육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루든 며칠이든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 앞뒷자리 수강생들과는 회사 파티션보다 가까이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수업 내용 때문에 같이 이야기하고 물어보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때면 너무 부자연스럽게 거리두는 느낌은 무례하고, 오바하면 부담스럽고, 각자의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래 자리로.2005~2006년 쯤, 민방위도 아니고 무려 예비군이라는 파릇파릇(?)하던 시절, '박달 교장'이라는, ..
요즘 연이어 읽고 있는 일본 작가 강상중님이 2013년에 출판한 도시 기행 에세이. 추측하건데 이 분은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인기 작가의 신분이 되자 출판사에서 도쿄의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장소가 상징하고 기념하는 것들에 대한 에세이를 기획한 것 같다. 이 책은, 독자 입장에서는 방문하는 장소 별로 3-4장 분량으로 구분되는 내용이라 연속적인 내용을 따라가는 부담도 없고, 중간 중간에 그 명소들의 사진들이 나와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명소' 목록에는 호텔, 유서 깊은 연극 극장, 미술관, 증권거래소, 도쿄대학, 아키하바라 같은 랜드마크도 있고, 고양이 카페나 고서점가, 슬럼화된 거리 같은 도시의 지나간 역사가 담긴 곳들도 있다. 위..
대로로 난 큰 창과 밝은 분위기. 투썸답게 케이크는 많은편. 케이크전문카페와 스벅을 제외하면 이정도도 드물겠지. 샌드위치, 모닝롤샌드위치(에그, 참치, 감자)도 있다. 커피, 디저트야 다른 지점과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온 입장에서 느끼기에 모닝롤에그는 맛이 고소하고 괜찮았고 아메리카노 커피는 라지가 레귤러 대비 500원 더 비싼데 샷은 넣지 않고 물만 추가했나 싶은 담담한 맛. 의자는 훌륭하진 않지만 양호하다. 스벅에 하나씩 있는 쾌적한 소파까진 없지만 어지간한 개인카페들보단 낫다. 이곳의 최악은 음악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매장에서 빨리 먹고 나가라고 고정된 불편한 의자를 설치해놓고 거슬리는 음질의 스피커로 붕붕 거리는 팝을 틀어놓는데, 여기도 똑같다. 곡이 문제라기보단 스피커 음질, 음량,..
타지키스탄 유목민생활 다큐를 보니 그네들의 전통생활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서는 다양성과 오리지널리티랄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이어질까,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네들 생활의 일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케넥티드 삶을 살고 있고, 살고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앞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해먹고 약재료를 구하는 장면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기도를 하는 장면과 나른한 나레이션도 이젠 어색하나마 이즈음이 마지막이 아닐까, 몇 년만 지나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이마저도 기회가 없어지지 않을까. 전세계가 동시에 같은 것들을 누린다는 황망함, 그렇다고 그들의 누릴 권리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어떤 명사(유명인), 어떤 단어, 어떤 사건. 여러 번 들어보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달라고 하면 구체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특징도 하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막연히 이름만 들어본 사람, 단어, 사건인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이어령이라는 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이 분이 쓴 책도 있었고, 가끔 신문에 기고문의 필자로 보기도 했고, 다른 책에서 한 꼭지의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쓴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책에는 이어령 교수의 책상도 등장했던 것 같다.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istory.com))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어령 교수가 노환에 췌장암까지 여명이..
아래 목차를 보시라. 태국의 역사, 문화, 언어, 왕실의 의미, LGBT 이야기 등등 '태국 개론 101'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비문이 있거나, 쓸데없이 어렵게 쓴 표현도 없으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채워주는 적당한 설명만 덧붙여서 읽기가 편하다.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두루두루 모아 읽기 쉽게 썼으니 참 좋은 책이다. 태국에 대해 생겨난 약간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책을 느릿느릿 돌아가며 읽는 편인데 쉽게 빨리 마쳤다. 외대 태국어과 교수 2인이 썼다. 몇 년 살고 현지언어도 할 줄 안다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이 아니라, 긴 시간 경험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이 정도 글을 쓰려면 공부하고 검색해본 후 뇌피셜을 더하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로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노래는 연..
앞서 올린 [서평]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tistory.com) 책을 읽으니, 이 저자는 인용한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 중에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다.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특정 상황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연설 문구, 소설 구절, 노래 가사, 영화 장면 같은 것들이 많을수록 감정과 생각의 차원이 넓고 깊어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독,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를 인용하는 부분이 많은 듯 해서, 이번엔 나쓰메 소세키를 키워드로 책을 찾아봤다. 인문학도였다면 일찌감치 대학 시절에 이미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았을 것 같다. 수잔 손택은 사회운동가로, 평론가로, 소설가로 유명했던 사람이고, 나쓰메 소세키는(타이핑을 거듭할수록 이 이름은 타이핑하기 번거로운 이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