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서평] 제주, 오름, 기행 본문

서평&예술평

[서평] 제주, 오름, 기행

thezine 2022. 8. 16. 23:54

요약하면 제주 오름 여행 책인데, 단순하게 요약하자니 아쉬운 생각이 드는 책이다. 대표적인 오름 40곳의 역사,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의미를 풀어쓴 글이다. 에세이 많이, 가이드북 약간, 역사책 약간. 축구로 치면 4.3.3. 정도.


기자 출신 작가가 제주를 사랑한 사진가 고 김영갑과의 인연으로 시작해서 제주 올레를 만들어낸 재단 이사장을 자주 언급하다가 다시 김영갑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순서와 비중이 곧 이 책 저자에게 제주, 오름이 의미하는 것들을 요약해서 말해준다.


기자 출신 작가라고 하면 연상되는 그런 걸쭉하고 소박한 느낌이 진하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정서와는 다른 종류의 감성이다. 이를 닦아도 스며나오는 옅은 소주 냄새를 풍길 것 같은 중년 남자 감성이 가득 묻어난다. 진한 볼펜을 꾹 눌러가며 정자체로 원고를 썼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콰하게 낮술 자신 칙칙한 배나온 아저씨 감성은 아니다.

어디서 경험한 듯한, 조금 이르게 세상을 등진 예술가를 격렬하게 애도하고 추모하는, 동료이자 동생이자 친구가 남긴 비문 같기도 하다. 슬픈 감정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늘같고 지붕같은 부모님과의 이별이나, 내 목숨과 바꾸고픈 새끼와의 이별이나, 함께 나란히 걸어서 좋았던 누군가와의 이별, 어느 것도 가볍고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나름 많은 생각을 하고 순서를 정한 것인지, 책 마지막 부분에는 주로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오름들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된다.


e book으로 사놓고 틈틈히 읽다 보니 몇 개월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1년쯤 걸렸으려나. 중간 중간 등장하는 사진을 보려면 핸드폰으로는 제대로 읽을 수가 없고, 독서용으로 사놓은 아마존 태블릿으로 읽어야 해서 더 오래 걸렸다. 사놓고 다시 펼쳐보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가보지 않은 오름으로 향하는 날에 다시 몇 번은 펼쳐들게 될 것 같다. 꾹꾹 눌러쓴 듯 무거워서 오래 걸려 읽기는 했지만 책을 산다면 이런 책을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서평&예술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유럽도시기행 2  (1) 2022.09.20
[서평]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0) 2022.09.04
[서평] 경험을 선물합니다  (0) 2022.08.07
[소설] 작별인사 (김영하 작가)  (0) 2022.07.20
간츠:오  (0)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