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577)
theZINE

어릴 때 글이라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글을 접하고는 이런 글을 짓고 읽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 의미 없는 동어반복이나, A는 A라는 당연한 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당연한 말 반복하기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이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끝나는 인생살이를 그렇게 해석하며 스스로에게 설명하려는 본능적인 행위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나도 같은 이유로 그런 행위를(세상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고 덧없다는 느낌을 벗어나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주말에 실컷 놀다 회사가려니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곳이 대청봉 방향이었으면, 보이진 않아도 그랬으면 했네. 대신 내 앞은 설악초, 설악 케이블카 방향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바로 앞 설악초등학교 전교생 59명, 생각보단 많다 이곳 초입은 장대비 소나기가 퍼붓던 날 맨발로 차까지 뛰어가던 기억, 뛰어서 버스를 타느라 아기 신발 한 짝 잃어버린 기억, 주말 인파가 너무 많아서 입구에서 차를 돌린 아쉬운 기억도 있는 곳. 야영장으로 오기는 처음인데 국립시설의 미친듯한 가성비는 늘 놀랍다. 타이밍 맞춰 클릭질 하는데 소질이 없는지라 주중을 노리니 더 저렴해져서 저세상으로 가버려. 이번 연말은 회사에 평소와 달리 큰 풍파는 없지만 억지로 여유를 부리는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은 든다. 캠장에 어떤 아기가 아빠 아빠 하고 부른다. 용건은 알..

모바일 기기와 SNS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PC를 옹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생산적인 활동에는 PC가 우세인 듯 하지만 모바일OS가 PC와 비슷한 형태의 옵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 외에도, 정보 습득 방식이 모바일 & APP 기반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PC 시절 대비 모바일 기기 생산성의 강약을 논하기보다는 모바일 기기의 강점은 다른 방향으로 강화되어왔는데, 어디에서나 핸드폰으로 강의를 듣는다거나 유튜브로 수업, 시사, 부동산, 재테크, 정치...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 자체가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변해왔다고 느낀다. 이렇게 조선미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한 문단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분의 책..

이런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때 반복되는 머뭇거리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는 말, 누구나 다 이미 알고는 있다는 말. 물론 아는 내용, 들어본 내용도 꽤 많이 있다. 반대로 의외였던, 처음 들어보는것들도 있었다. '의외', 즉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을 일부 바로잡거나 새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조언들은 대체로 불편함도 함께 안겨준다. 마음이 찔리게 만드는 조언, '직장인이 이런 조언을 어떻게 따르냐' 싶은 실천이 쉽지 않은 조언, 알고 있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조언... 1. 우선 공통적으로 반복되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온전한 식품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 '정제 곡물', '정제 당' 같..

유튜브가 기성 미디어를 압도하는 강점은 콘텐츠의 다양성 아닐까. OOO텐트 치는 법, XXX 섬 여행, --- 자동차 신모델 리뷰... 생각나는 무엇을 검색해도 대부분은 찾아낼 수 있다. 그 중에는 교양, 역사를 파고드는 준수한 품질의 채널들도 많은 듯 하다. 나도 그런 채널을 가끔은 보는데 이 책을 쓴 사람도 그런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표지에 적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채널 제목인 듯. 이런 교양 채널 중에 기업의 역사, 창업주 이야기 같은 주제도 재미있는데, 이 책은 유명한 회사/브랜드가 탄생한 이야기를 묶었다. 질레트, 3M, 레고, 아디다스, 롤스로이스 같은 큰 회사 외에도 '모노폴리(브루마블의 원조 보드게임)', 아스피린, 페니실린 같은 제품을 다루기도 한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고 ..

배경지식1 크게 활약하는 사람, 고군분투한 사람을 하드캐리 했다고 함. 배경지식2 여름에 크게 더워질 때는 신으로 추앙하고, 더위가 꺾이면 그런 사람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 환절기 밈이 된, 에어컨의 발명가, 윌리스 캐리어 (사진)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다가 에어컨의 등장이 불러온 변화를 지적한 부분이 아주 인상깊어서 이 글을 시작했다.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소환되는 농담 소재를 넘어서서, 캐리어라는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불러오는, 시대의 작은 분절을 가져오는 사건을 만들었다니. 에어컨이 없던 시절 미국 남부는 날씨 때문에 업무의 효율도 떨어지고 산업 기반도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습도가 변하면 종이가 줄어들고 늘어나는 탓에 다른 색의 잉크를 몇 차례 인쇄해야 하는 컬러 인쇄가 힘들었다거나..

간만에 차를 끌고 명절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에 네비 최단시간 옵션을 골라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라는 안내를 보고, 그래 한 번 어떤지 가보자고 국도길을 앞차 따라 졸졸 달리른 길. 어떤 식당 앞에는 수 많은 차가 세워져있어 지역 맛집인가보다 하고 지도를 찾아 체크는 해두었는데 다시 갈 기회가 있을까 하니 그건 의문이다. 이 큰 나무와 정자는 보자마자 반했다. 도시에 나고 자라 가져본 적 없는 고향 마을어귀라는 공간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이 이런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소. 운전 중에 1초만에 스쳐간 공간이 어딘지 알고싶어 지도를 켜서 보다가 우연히 다른 각드의 로드뷰를 보았더니 한 끗 차이로 가을 풍경이 걸려있다. 내 것은 아니면서도 내 것이자, 지키고 싶은 것들이 이런 풍경이다 ..

연애를 해보기 전에는 마음이 어딨는 줄 모르다가 상대방 때문에 힘들 때 아픈 곳이 가슴 속 어딘가여서 마음이 이곳에 있구나 깨닫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통의 위치를 알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법을 익히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흘려버리는 것은 그냥 막는 것과 같으니까.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좋았던 시간들이 아직 끝나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을 이내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혹은 그럴 희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신촌을 이 각도에서 보기는 처음. 그러고 보니 학생 시절 다니던 곳은 6층(칵테일바 런어웨이), 7층(카페... 이름이 재즈였던가?)이 가장 높은 곳이었나보다. 내가 들르던 만화방, 당구장, 플스방, PC방, 술집, 밥집은 거의 지하1층~2층 이었던 것 같다. 바람산은 어쩌면 처음이 아닌지.... 가본 적이 한 번 정도 있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착각이거나. 신촌은 이 정도 높이에서도 꽤나 멀리 조망할 수 있다. 잠깐 하숙이란 걸 해본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무인카페 스터디룸이 되어있다니. 하긴 하숙집이 있기엔 번화한 곳이었나보다. 입대 전날 머리를 깎으러 평소 가던 곳보다 비싸고 좋아보이는, 보보라는 미용실을 찾아갔었다. 그 사이 (그러니까... 25년!?!) 어떤 매장들이 이곳을 거쳐갔을까. 지금은 휑하니..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복무 시절에 아마도 한 번도 아니고 두어번쯤, 전역의 날을 꿈 꾸며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심훈 선생은 1901년에 태어나서 36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한국 고등학생은 누구라도 교과서에서 그 이름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인으로서 대단한 성취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겐 '들어보긴 한 것 같은' 정도의 인물일 것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흔히 공감할 법한 표현을 쓰자면, 나에겐 '평범한 위인'이라는 범주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만난 '그렇고 그런 훌륭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사람을 긴 시간이 지나 이렇게 1대1로 만나는 것이 이렇게 인상 깊은 순간들이 될 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