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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8월 일본 출장 때부터 두툼한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기회가 없었다. 조막만한 고기를 열심히 두드려서 튀김옷만 잔뜩 입히는 '옛날(?) 돈가스'는 배고팠던 학생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영 맛이 없다. 인천공항 히바린은 2터미널이 문을 연 직후 광저우 유배출장을 떠날 때 처음 들렀다. 이후 공항에 오는 날이면 찾아온다. 김포공항 비항기면 어쩔 수 없고. 깨를 갈고 겨자와 돈가스소스를 비벼서 두툼하게 익힌 안심 돈가스를 찍어먹어야 진짜 돈가스... 나에겐 그렇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카레 끼얹은 옛날 돈가스는, 그래서 최악의 돈가스 중 하나였다. 아침이라 입맛이 그런지,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지, 생맥주는 맛이 그냥 그래서 마시다 남겼다. 기본 돈가스 소스 외에 몇가지 다른 소스와 샐러드드레싱도 나..
몇 마리까지만 튀기고 기름을 간다고 홍보하는 치킨집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여기가 거기였군. "원래 그 정도 튀기면 다른 곳도 기름을 갈아서 쓰는 곳이 많다"는 말도 있고, "처음에 튀기는 닭보다는 몇 번째쯤 튀긴 닭이 가장 맛이 좋다"는 말도 있음. 집 근처에서 치킨집을 검색하면 2km정도 반경만 해도 한 20개 정도... 가본 곳이 아니라면 여기가 어떤 곳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엔 어디를 시도해볼까 고민하다 집 근처 이 브랜드의 매장을 오늘 한 번 이용해본 결과, 치즈떡볶이: 그럭저럭. 그 가격에 진짜 치즈를 쓸 리는 없지만 ... 치킨: 메뉴에서 제일 베이직해보이는 걸 고른 거긴 한데 일반적인 후라이드치킨은 없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나의 기준은 '후라이드 치킨이 맛있어야 맛있는 치킨..
온갖 식당과 카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어떤 잡지를 읽던 중 콩카페가 연남동에 오픈했다는 글 발견. 그 길로 위치를 확인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후기를 보니 줄이 길다는 이야기가 많다. 7월 말일 정도에 오픈을 했다니 딱 두 달 전인데 그 사이에 오픈발이 조금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3일 전에 올라온 후기에도 20분 기다렸다는 글이... 다행히도 바깥에 늘어선 줄은 없다. '테이크아웃 줄'과 '안에서 마실 사람 줄' 표지판이 있는데 줄을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가게 안은 꽉 차 있었지만 가게 구석자리, 딱 봐도 인기 없을 듯한 2인석이 마침 비어있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후기를 몇 개 읽어보니 코코넛연유커피, 코코넛스무디커피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것 같다. 스무디커피가 더 비싼 6..
국립공원 입구에 고기집, 오리집, 닭집 등등 외에도 괜찮은 카페 한둘씩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길을 따라 다니던 중 눈에 띄어 들어갔다. 차를 타고 정처 없이 가던 길이라 주차장이 눈에 띄지 않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패스 패스. 카페 자체가 많지 않았고, 개중에는 돈가스와 스프를 판다고 써있는, 카페가 카페가 아닐 거란 의심이 드는 곳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그 옛날 유선전화가 놓인 카페에 가면 종종 마셨던, tea bag에서 우려낸 헤이즐넛 커피가 나올 것 같아서 역시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쳐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저런 nut이란 nut은 많이 먹어봤지만 hazelnut은 실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날씨가 좋은 추석 연휴, 국립공원 주차장 입구에는 주차 줄이 길게 늘어설 만한 날이었..
Sweden인가 어디에 이렇게 물을 보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한다. 그냥 평범한 호수, 다리, 자전거 통로가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매스컴에 소개되고 나면 그땐 평범한 무언가가 아닌 이 길만의 스토리가 생겨나고, 이것 하나를 보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옛날에 대만에 혼자 여행을 가기 전에 TIME의 기사에 대만 타이난의 한 건물 사진이 실렸다. 오래된 건물이 사진과 같이 현대미술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TIME에 이 건물이 소개된 후에 대만에 가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나를 이곳으로 안내해준 타이난의 지인은 내가 알려준 주소로 날 데려다준 후에 '아 이거? 근데 이거 보려고 일부러 이 동네로 온 거야?' 이런 눈빛이었다. 같은 물건과 장소와 음식 등등이..
이렇게 보면 참 쉬운 인생. 실은 수시로 뒤를 돌아보고 물어보고 넘어지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손을 내밀며, 어른이 되기까지 아직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지금은 걱정없이 앞으로 가지만 어느 순간에 길이 무서워져 익숙한 보호자의 손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도 이내 다 괜찮아지기도 하고. 그건 어른이 되어도 반복되는 일이긴 하지.
어떤 한반미반(한국인 반 미국인 반) 친구가 I hate Korean apartment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한국문화의 몰개성을 대표하는 의식주 환경이 아파트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저런 지적질을 당할 주거 문화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에서는 일정 부분 내려놓고 살기에는 아파트만한 공간도 없다. 그러니까 너도 나도 아파트로 이사를 다니고, 재개발이니 어쩌니 하고, 국민은행이든 네이버든 '주택시세'='아파트시세'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 그제는 잠깐 집 앞에 외출할 때 골프 우산을 챙겨 나갔다. 땡볕에서 그거라도 쓰니 조금 나았지만 그래봐야 200-300미터 걸어 간 후에도 땀이 줄줄... 아파트 광장에 분수대는 1년 중에 며칠이나 트는 ..
...라던가 근본없는 단어지만 '로망'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망치 나사 드라이버 같은 걸 뚝딱거려 무언가를 만들고 아이들도 호기심과 흥미 가득하게 함께 손을 보태는 장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집중하고 신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아빠라는 역할에도 다양한 스테레오타입이 있을 텐데 가끔은 그렇게 전형적인 상황을 맞는 것도 즐겁다.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모습이나 상황이라고 해서 이루기 쉽거나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열심히 육각렌치로 나사를 조이던 아이들의 모습을. 낮에 이케아에 가서 책장과 책상과 의자 등등 아이들 가구를 몇 가지 골라 담았다. 배달 시키지 않고 이 날씨에 땀 찔찔 흘리며 승용차에 간신히 다 실어서 옮기고 박스 뜯고 치우고 조립하느라 고생한 ..
'발굴'의 '굴'자다. 한국식 한자어는 '발굴'인데 중국어에서는 '후벼낼 알'자를 써서 '알굴挖掘'이라고 쓴다. '굴'자는 '팔 굴'. 그냥 '삽질 세번'이라고 쓰면 될 것을 그냥 없는 말 만들어보려다가 서론이 길어졌다. 피곤한 일요일 저녁, 먼 길을 다녀오는 길이라면 1분 1초라도 아껴서 당장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내일로 미루고 씻고 누울 시간이다. 처음은 차에 전화기를 두고 와서 다시 내려갔다오고, 그 이후에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을 넘기지 않으려고 또 내려갔다. 그리고 현관을 들어서는데 뭔가 쎄~한 느낌... 음식물쓰레기를 잠시 내려놓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그냥 올라왔다. 세번째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 기계에 넣고 올라왔다. 삽질 세번(삼연굴) 끝에 세..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밝은 곳은 '여기는 spotlight 켜진 무대다~' 생각하고, 고가도로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유독 굵던 배수구는 '이게 천지연 폭포다~' 생각해보고, 거센 바람에 저 얕은 물에조차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 '이게 대자연이다~' 생각해보며 오늘도 야밤 걷기 운동. 이렇게 우수가 많이 흘러들어가면 도로의 먼지와 콘크리트에서 우러나는(?) 알칼리 성분으로 물고기들이 멀쩡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비바람이 심한 탓에 정말 운동 나온 사람이 없네 싶었는데 그 와중에도 운동 나온 듯한 사람, 나 말고도 두 명은 봤다. 다시 월요일의 일상으로 dive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