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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거의 8년째 살면서 익숙하고 당연했는데, 이제 떠나려니 아쉬운 풍경. 갑자기 모든 것들이 아쉽다. 아이들의 친구와 그 친구들의 엄마들, 이웃집사람, 어린이집 선생님, 처음 이사올 때부터 내내 친절하게 잘 해주신 부동산 아저씨... 남는 사람들에겐 일부가 없어지는 거지만, 떠나는 사람은 전부를 두고 떠나는 거니 떠나는 사람만 더 아쉬운 것이 당연하긴하다. 한강이 얼고 그위에 눈 쌓인 모습이나, 태풍에 한강이 불어난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쿨한 척 떠나야지.
번거로운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 저 작은 발로 까치발을 선다고 해서 얼마나 더 높이 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아이가 힘을 다해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는 모습이 좋아서, 또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새로 생긴 놀이터에 가고, 동물원에 가고, 수족관에 가고 그런다. "저기봐 저기! 고래야!" 부모의 외침에는, 신기하고 재밌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출장 끝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었다. 공항에서 집에 오는 길에 자꾸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가는 걸 참아가며 부지런히 왔건만, 워낙 늦은 시간인지라 당연히 아이들은 곤히 자고있고, 내일은 망할 놈의 워크샵이라 저녁에도 아이들을 볼 수 없고... ..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물리적인 시공간이나 통장 잔고 여유와는 다른 점이 있다. 만원을 들고 7천원짜리 2천원짜리를 샀으면 1천원짜리를 사면 딱 맞고 무리가 될 것도 없는 쇼핑과는 달리... 내가 가진 열 시간을 그렇게 꼭 맞춰 쓰다가는 압력밥솥 밸브처럼 압력이 넘쳐나는 (그래서 '꼭지가 돈다'는 표현이 나온 것일지도) 일이 생긴다. 혼자 아이를 볼 때는 아이의 작은 잘못에도 짜증이 나는데, 아이 엄마가 있을 때는 육아의 부담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워낙에 느끼할 정도로 애정 표현을 하는 성격이다보니 일부러 다른 사람이 보라고 이뻐하는 티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그런 거 아님 .. --;; 아이들이 외가댁으로 떠난 후 집에 오니 지저분한 것들부터 눈에 보인다..
회사에 들어간다는 '입사'를 중국에서는 '입직'이라고 쓴다. 일본식과 중국식과 한국 자체 방식의 한자어가 이것 저것 사용되는 한국식 한자 단어들이 그렇듯, '입사'라고 해도 아마 상당수 중국인들이 이해를 할 것 같긴 하다. 입사지원을 하나 써봤다. 자세히 쓰지 않고, 그냥 옛날에 만든 것 업데이트하는 정도로 하고 말았다. 요즘 생각만 하던 일인데,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뭔가 할 일을 한 것 같은 기분. 지원한 곳이 나에게는 아직 짬이 모자르다 싶은 자리이고 운좋게 합격해도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는 아닐 것도 같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오늘 오랜만에(?) 유치원 발표회를 보고, 막상 발표 내용은 고만고만한 '재롱' 수준이기에 사실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런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에..
육아와 직장생활의 틈새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가 영화... 그래서 틈 나면 영화 보는 게 루틴처럼 되었었는데, 생활이 더 타이트해지다보니 이젠 영화를 보는 일마저도 마치 숙제하듯 하는 기분이어서, 최근에는 영화를 조금(?) 줄이게 되었다. 워낙 주어진 시간이 없다 보니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즐기러 가는 게 아니고 숙제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나 짬짬이 문화 생활 한다'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것처럼 억지로 가는 느낌이 가끔 든다. 그런 와중에도, 공짜 영화 괜찮은 것들이 뜨면 그래도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나마도 몇 번 끊어서 볼 때가 많다. 책도 수십 번 끊어 읽는 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영화도 한두달 걸려서 보아도 대충 연결은 된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데도 요즘 TOM HARD..
잘살아보세를 전국민이 노래까지 만들어 외쳤던, 지금 기준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시절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한 때는 웰비잉이 유행이 되고 다시 힐링이 유행하고 이젠... 바꾼애 정부에서의 생존이 유행이 되기까지, 키워드는 바뀌곤 했지만 사는 방법이나 사는 형태가 삶의 지향점이라는 점은 늘 비슷했던 것 같다. 웰비잉은 참살이라고도 하더라. 그 웰비잉하고는 다른 뜻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 생각?을 종종 한다. 한번뿐인 인생을 벌써 반쯤 살아와서, 마흔이라는 실감나지 않는 숫자를 마주하기까지의 삶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만족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 그런데, 요즘 한국사회는 한방에 훅 가는 사회다. 모험을 즐기기엔 천진한 두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현..
한 달 키워 잡아먹을 닭의 닭장도 최소 이 정도 공간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명체에게는 각자 어느 정도의 기본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대전 본사에 오니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그렇고 이 공간이 부럽구만. 중국에서 오는 손님은 북경에 폭설이 내려서 도착이 늦어진다고 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짐 없이 오느라 속주머니에 접어서 들고온 잡지나 읽어야겠다. 언젠가 나의 서재가 생기면 저런 원형 책장을 두르려고 한다. 외관을 위해 타원으로 만든 듯 하지만 모양은 원형이 좋다. 가운데 의자와 책상이 있고, 원형 책꽂이에는 책도 있고 스피커도 있고. 원형이어서 어디로든 손을 뻗으면 멀지 않은 곳에 책이 있고 물건들이 손에 닿는 공간. 고등학생 때 집 모형을 만들었는데 도안을 열심히 ..
이력서를 쓰는 입장에서 보는 입장이 되어본 것은 오래 전이지만 (아주 오래전, 우연찮게 채용 관련한 일을 조금 경험할 때),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간 건 오늘이 처음. 학과 사무실에서 지원서를 아무 거나 골라서 입사하던 시절은 나에게도 전설인 먼 옛날이고, 취직이 어려운 일이 된 것도 이미 15년? 이상 된 것 같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캠퍼스 리크루팅 중 사무실이 지방이라고 하니 학생들 다수가 우루루 일어나서 나가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때 그 시절보다도 훨씬 혹독한 상황인 것 같다. 실제로 어떤지는 간접적인 경험 뿐이지만, 실제로도 괜찮아보이는 지원자들도 구직 활동이 1년 이상 긴 경우가 수두룩한 걸 보면 확실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A의 개수가 딱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평가..
주말에 혼자 애 둘을 보는 것은... 이렇다. 쌍동이 부모들 보면 '아 나보다 고수지.' 하고 한 수 접는 마음이 들고, 외동이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 (물론 마음 속으로만) '하나는 참... 쉽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둘째는 첫째보다 갓난 아기 시절 사진이 많지 않은 듯 하다. 한두달 지나 목욕을 하며 엄마와 눈을 맞추던 모습이 신기하고 예뻤던 첫째와 달리, 생후 초기 관문을 지나는 모습이 처음처럼 신기하지는 않기 때문인 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 (둘을 다 봐야 하니 사진 찍을 여유가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테고.) 그러나 아기들도 생후 울고 싸고 자는 것 외에 미묘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생기고 나면, 그때부턴 아기의 개성이 조금씩 드러난다. 감정이란 것은 단순히 그 아기의..
여주인공 역할의 특징 중 다른 것은 다 같고, 단 외모만 평범한 그런 캐릭터는 없을까? 일단 위에 도라에몽 여주인공은 이쁘다. 만화 H2 여주인공도 이쁘다. 엽기적인 그녀 주인공이 전지현이 아니라 신봉선이었으면 어땠을까.(신봉선님 쏘리) 여주가 이쁜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만약 안 예쁜 배우였어도 내가 그 영화를 똑같이 재밌게 봤을 것 같진 않다. 만약 실제 그랬으면 아마 악플 깨나 달렸을 거다. 돈이든 외모든 스펙이든, 남다른 우위를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가 그 점을 의식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아우라가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똑같이 뭔가 아는 척을 해도 '아, 역시 저런 지위에 있으니 고급정보를 접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그 이야기에 더 신뢰가 생기는 그런 것. 반대로 똑같이 괴팍한 행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