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10)
theZINE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이 다가오는데 무식쟁이들의 음모론이 우세한 어이없는 상황과 기타 등등. 재밌는 영화지만 너무 직접적인 비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화 속에 (혜성 따윈 믿지 말고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는 뜻의) Don't Look Up 모자를 쓴 사람들, 그런 지지자들을 선동하면서 내뱉는 메세지는 백인노동자working class white 뿐인 정치인과 (마찬가지 이유로) 현실 정치인에 큰 족적을 남긴 트럼프를 떠올리게 하고, 심지어 무개념 덩어리로 묘사되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철없는 대통령 아들인데, 역시 트럼프의 인척들이 백악관 요직에서 일한 것과 비슷하다. 영화 속, 오직 돈만 밝히는 똑똑하고 말을 더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흥미로운 기사, 에세이를 읽고 거기에서 언급된 인물, 책, 이야기를 찾아서 읽곤 했었다. 사피엔스나 총균쇠 같은 책들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 삶의 끝인 죽음에 대해서도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문학도와 의사의 길 사이에서 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힘겨운 과정의 끝에 다다를 무렵에 폐암 선고를 받고 오래지 않아 명을 달리한 Paul Kalanithi라는 의사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며 쓴 글이다. 그리고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Nina Riggs라는 작가가 전이성 유방암에 걸린 후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얼마 전 출판 에디터의 책을 읽었더니 이 책의 출판 과정이 조금은 상상이 된다. 블로그와 인스타에 캠핑에 대한 글을 쓰다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을 낸 듯 하다. 자료 사진, 일러스트 같은 사진, interleaf같은 사진,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여러 상황에 정성 들여 찍은 캠핑 사진들은 잠깐 시간 들여서 만들 수 있는 자료는 아닐 것.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회사 도서관 선반에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어서 골나왔는데, 누군가 신청한 걸 내가 집어온 건지, 관리 업체에서 트렌드 따라 갖다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알았지만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다. 요즘 캠핑 책을 몇 권 보다보니 어느 정도 공통점, 차이점이 있다. 캠핑 장비 쪽은 한번 파고들면 따로 책 몇 권이 나올 테니 적당히 짚거나 아예..
21세기자본이라는 책이 유명한 책인 건 알겠는데 일단 시작하면 다 읽는데 한참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관심이 적은 분야이기도 해서 선뜻 고르지 못했다. 이 책은 만화로 쉽게 되어있어서, 겉핥기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골랐다. (만화 페이지와 글자로만 된 페이지가 각각 절반 정도.) 주된 내용은 이렇다. 자본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노동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인류는 적어도 지난 100~200년간은 소득격차를 벗어난 적이 없다. 전쟁이라는 파괴를 겪으며 불연속적인 시기가 생기지 않는 한, 자본소득 성장을 통해 격차는 커지기 마련이다 등등.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자본의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직관적이고 널리 수용되는 생각 아닌던가.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
무슨 책인지 모르고 시작해서 재밌게(읽었다는 말이 무색하고) 읽으면서도, 내 생각이 많이 바뀌게(했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만든 책(인데 엄청 오래 걸려서 읽었다.) 이 책은 현재 인간을 사피엔스라는 종류로, 정확하게는 위에 사진에 나온 표현대로, 사피엔스라는 '속'으로 명확히 구분한 후, 이 사피엔스라는 '속'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고 미래의 고민거리까지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우선 기초적인 잘못된 지식인데 이번에 알게 된 것은 교과서나 어린이 과학잡지에서 접했던 '네안데르탈'인 같은 것이 인류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상'격이 아니라,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 관계에 있던 영장류로, 말하자면 현 인류의 직계 조상보다는 가문이 끊긴 방계에 해당한다는 점.) 사피엔스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
이 책도 띄엄띄엄 읽어서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기는 힘든데, 큰 줄기는 아래처럼 한줄씩 적으면 이해가 될 듯 하다. - 일본의 자민당과 우파 정치를 관통하는 '일본회의'라는 조직이 있다. 정당도 아니고 일종의 포럼 같은 조직이지만, (이 책 출판 당시 기준)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자민당과 우파 정당의 원내 정치인 대부분이 적을 두고 있을 만큼 커다란 조직이다. - 정치인을 제외하고 이 모임의 주축은 종교단체이다. 일본 전국 8만개에 이르는 신사, 그리고 생장의집이라는 종교단체가 관여되어있다. 생장의집이라는 종교단체는 20세기 초반에 상당한 세를 불렸고 그 창시자가 우파 정치의 이론적인 기반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이 종교단체는 교주의 세대교체 이후 정치 참여에서 멀어졌다. - 전국에 그 많은 신사들을 총괄하..
배민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가 쓴 책이다.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책 읽기에 대해 쓴 책이다. "꼬리를 무는 독서법" 이 책에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로 거론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무어냐면, 어떤 책을 읽다가, 그 책에 주석으로 등장한 책에 관심이 생겨서 그 책을 찾아 읽는 식의 꼬리물기식 독서법이다. 내가 블로그에 얼마 전에 '출판사 에디터가 쓴 글 쓰기 책'에 대해 글을 썼는데, 애초에 그 책을 알게 해준, 다른 '글 쓰기에 대한 책'에는 김봉진의 이 책도 언급이 되어 있었다. 어제 회사 도서관에 다른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마침 이 책이 눈에 띄길래 빌려왔다. 세상에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내가 고르고 읽은 책들은 이렇게 인연이 닿아있다. 이 책과, 어제 악평(?)을 한 '아들 돈 공부'를 빌려서 어제..
롯데 유통사 임원 퇴직 직후부터 50일인가를 쉬지 않고 매일 글을 써서 출판했다고 한다. 저자가 유튜브의 평소 보지도 않던 채널에 게스트로 초대된 영상이 추천이 되어서 우연히 보게된 후 알고보니 요즘 잘 팔리는 책인 것 같다. 퇴직 후 쉼 없이 한 달음에 주우욱 써내려간 글이라는데, 그것이 문체에서도 느껴진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에서 직장에서의 나름의 업무 경험과 직장에서의 인맥을 통해 접하는 세상의 지식들이 있고, 그것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서 임원으로 마무리를 한 사람에게는 세월과 노력에 비례해서 더 많이 쌓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네 믿슈미다' 하는 마음으로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일상 속의 교양이 더해지면 이런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재테크에 ..
책이 한 권 나오는 과정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책을 '쓰는' 기술보다도 책을 '출판하는' 기술이 내용에 대한 더 정확한 설명인 것 같다. 책을 쓴다는 것이 오로지 저자 1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출판사와의 협업의 결과물이고 특히 에디터는 전 과정을 함께하는 공동작업자라는 것을 알게됐다. 책이란 것이 이미 다 쓴 글을 맞춤법만 검사해서 인쇄하는 것처럼 단순한 작업에 가깝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에디터라는 글쓰기 동반자 역할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리고 글쓰기 작업을 하는데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 잘 정리되어있다. 글쓰기 외에도 출판업에 대해 궁금하고 이해하고픈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 미래의 에디터가 읽어도 좋을 책. 에디터 출신이시라 그런지 요소 요소 잘 정리되어있고, 저자를..
책을 읽고 짧게 핸드폰으로라도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꼼꼼히 읽지도 않는데 그냥 책을 덮고 나면 소중한 내용들이 쉽게 휘발되어 잊혀진다. 캠핑에 늦깎이 입문해서 이래저래 요즘 관심사가 이쪽으로 쏠려있다. 단적으로 나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서운 놈, 유튜브의 추천 영상 상위권에 항상 캠핑 용품 리뷰나 캠핑 브이로그가 나온다. 차박을 중심으로 캠핑 초보에 적합한 정보들을 소개하는데 가볍게 쉬이 읽히고, 유용한 정보도 많다. 한 때 시트가 평평하게 눕혀지는 유일한 차종으로 음란도라는 별명이 있던 올란도를 타고 전국 각지로 아이들까지 포함해 차박을 다녔다는데 다양한 종류의 캠핑을 수시로 즐기는 모습이, 캠핑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아이들 학원 스케줄 때문에 주말에 어디 놀러가기도 힘든데 나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