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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모바일 기기와 SNS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PC를 옹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생산적인 활동에는 PC가 우세인 듯 하지만 모바일OS가 PC와 비슷한 형태의 옵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 외에도, 정보 습득 방식이 모바일 & APP 기반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PC 시절 대비 모바일 기기 생산성의 강약을 논하기보다는 모바일 기기의 강점은 다른 방향으로 강화되어왔는데, 어디에서나 핸드폰으로 강의를 듣는다거나 유튜브로 수업, 시사, 부동산, 재테크, 정치...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 자체가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변해왔다고 느낀다. 이렇게 조선미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한 문단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분의 책..

이런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때 반복되는 머뭇거리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는 말, 누구나 다 이미 알고는 있다는 말. 물론 아는 내용, 들어본 내용도 꽤 많이 있다. 반대로 의외였던, 처음 들어보는것들도 있었다. '의외', 즉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을 일부 바로잡거나 새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조언들은 대체로 불편함도 함께 안겨준다. 마음이 찔리게 만드는 조언, '직장인이 이런 조언을 어떻게 따르냐' 싶은 실천이 쉽지 않은 조언, 알고 있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조언... 1. 우선 공통적으로 반복되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온전한 식품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 '정제 곡물', '정제 당' 같..

유튜브가 기성 미디어를 압도하는 강점은 콘텐츠의 다양성 아닐까. OOO텐트 치는 법, XXX 섬 여행, --- 자동차 신모델 리뷰... 생각나는 무엇을 검색해도 대부분은 찾아낼 수 있다. 그 중에는 교양, 역사를 파고드는 준수한 품질의 채널들도 많은 듯 하다. 나도 그런 채널을 가끔은 보는데 이 책을 쓴 사람도 그런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표지에 적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채널 제목인 듯. 이런 교양 채널 중에 기업의 역사, 창업주 이야기 같은 주제도 재미있는데, 이 책은 유명한 회사/브랜드가 탄생한 이야기를 묶었다. 질레트, 3M, 레고, 아디다스, 롤스로이스 같은 큰 회사 외에도 '모노폴리(브루마블의 원조 보드게임)', 아스피린, 페니실린 같은 제품을 다루기도 한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고 ..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퍼와진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서 이 작가의 책 중에 최근에 나온 듯한 책을 골랐던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을 기준으로도 꽤 짧은 단락으로 된 글들, 한 꼭지가 3-4페이지에서 마무리되는 여러 편의 짧은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그리고 그 글들을 나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했지만 크게 내용으로 구분되어있지는 않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본 정지우 작가의 글도 그렇고, 이 책에 나온 다른 글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평소 생각을 비슷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글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이 잘 되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읽다 보면 표현을 더 쉽게 해도 됐을 텐데 하는 문체이다. 딱딱하고 힘이 들어간 느낌. 그..

'여행의 쓸모'라는 책을 새로 펼쳐들고 읽던 중 '궁벽진' 단어를 보고 사전을 찾아들었다. 요리 전문가로 (본인은 요리전문가, 쉐프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듯 하지만) 그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없을 듯한 백종원님이지만, 본의 아니게 그가 퍼트린(?) 단어 하나가 종종 거슬리곤 했다. 백종원님이 요리법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무언가 필수는 아니지만 추가하면 좋을 재료를 추가하면서, '이러면 보기에도 더 고급지쥬'와 같이 충청형 어미와 어우러져서 입에 촥 붙는 표현을 쓰곤 했다. 고급지다는 표현이, 고급스럽다의 잘못된 표현이려니 생각해서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는데, 라고 생각해왔지만 나도 가끔 입에 붙은 고급지다는 표현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보다가 궁벽지다는 표현을 찾아보니..

회사 도서관에 볼 책이 없나 습관처럼 배회하던 중 발견. 계획에 없던 책, 내가 어디서 듣고 고른 책이 아닌(탑다운?)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바텀업?)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쩌면 주부들 대상 같기도 하고, 아침마당을 보는 듯한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책은 십중팔구 쉽게 읽히고 부담도 없고, 살아보니 40대라는 나이가 요즘 사람들에겐 사십춘기 인생의 전환기가 맞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두가지라도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길에 집어왔다. 퇴근 길에 거의 다 읽고 집에서 마저 읽었다. 교육비라는 것은 선행학습, 국영수, 예체능 취미,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회화는 시키자, 언어발달, 독서, 운동량 채우기, 친구 만들어주기, 부모님 퇴근 전까지 시간 ..

세상 많은 책 중에 어떤 책을 내가 읽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인연이다. 1년에 몇 권이나 읽을까. 항상 책을 갖고 다니고, 고르고 하지만 권수로는 그리 많지 않다. 딴지일보에서 기사로 올라온 홍콩 이야기를 읽던 중에 저자의 관점도, 깊이도 재미가 있어서 누군지 찾아보고, 책도 쓴 사람이기에 주문해본 책이다. 학문적인 바탕이 있어 깊이는 있으면서도 여행자로, 관찰자로,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홍콩에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홍콩에서 유학했던 사람으로 홍콩을 바라본 글이다. 홍콩의 랜드마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여행가이드책보다는, 산책 중에 마주친 건물에 담긴 이야기(같은 뜻이지만 보통은 '스토리'라고들 더 많이 부르는)를 재밌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이야기는 그래도 여행에 방점을 ..

제주 사랑의 일환으로 읽은 책들이 많다. 제주야생화 같은 마이너한 책도 있고, 제주 어디 학부모회에서 책 만들기 강좌 수강생들이 단체로 책을 낸 건가 생각이 드는 에세이도 있고, 브런치에서 등단한 작가의 에세이, 만화로 된 여행기도 있었고, 제주 오름을 소개하는 책도 있었다. 그 중에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제주항은 한 명의 작가가 쓴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이다. 몇 백 년 전부터 어쩌면 그 자리였을지 모르는 제주항을 중심으로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각기 다른 시대 배경 속에서 제주 사람들이 살아갔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다. 그 어느 한 편도 유쾌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삶은 참 고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제주의 역사를 다루는 글에는 거의 항상 '척박한 환경'..

서점 앱 첫 화면이나 그 외에도 쉽게 보이는 곳에서 어떤 책 제목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다음 번에도 일부러 찾지 않아도 그 책 제목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면, 그 책은 대한민국에 몇 안되는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적게 읽네 어쩌네를 떠나서 한국에서 인세 수입만으로 먹고 살 만한 작가는 전체 인구 중에 극 소수일 것이다. (물론 작가의 소득이 인세 수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리하여 워낙 잘 나가는 책인 것 같아서 나는 굳이 읽고싶지 않은 마음 반(심지어 이 책은 10만부 기념 스페셜 에디선!!), 그 만큼 공감이 될 것 같다는 마음 반으로 이 책을 골랐다. 열심히 살아온 정신과 의사가 파킨슨 병에 걸려 좌절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그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가, 예전에 서평..

저자는 지방대의 교수이고, 저자가 실제 접하고 경험한 지방대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문에 연재한 짧은 이야기의 모음이었는데, 연재가 이어지면서 주제도 다양해지고 무거워지고, 책으로 엮으면서 수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문에 '면 소재지에 있는 모교'라는 표현이 있다. '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조차도 가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어디에선가 지방대 폐교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학교 앞에는 번화가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약간의 하숙집, 원룸, 식당, PC방만 있는 조용한 동네, 그러다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그마저 흉가처럼 변해버린 동네의 이미지. 주인공은 변변한 대학으로 쳐주지도 않는 '모교'를 졸업하고 '취준'이라는 '미래'를 위해 '편의점 알바'나 '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