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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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 3권도 드디어 읽었다. 반납을 했다는 알림문자에 바로 갔을 때는 책이 없더니 하루이틀 후에 가니 책이 있다. 어떤 상황이려나. 이 책 시리즈는 내가 본 책 중에 만화책을 제외하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이자 시리즈일 거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한 '레 미제라블'은 작은 글자로 1,000페이지 정도씩 두 권으로 되어있어서, 재밌게 읽으면서도 시간은 꽤 걸렸던 생각이 난다. 김부장 시리즈는 점심시간 1번 퇴근시간 2번만에 읽고 내일 반납 예정. 빨리 읽는 맛(?)도 있다. 송과장은 아마도 저자 송희구 본인 경험과 현실과 지향점이 섞인 인물이겠지? 읽고 나니 특이하긴 특이하다. 김부장 정대리 권사원 송과장으로 이어지는 직장인 블루스 연작인가 싶다가도 3권..

정확한 제목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2,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지난 번에 읽은 김부장 1편(https://thezine.tistory.com/m/593)에 이어서 3권까지 나와있다. 지난번에는 김부장은 그 나이대&세대의 평범하게 비루한 인물이었고, 이번에는 대리, 사원급의 나이와 관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사회 초년생 인물의 이야기다. 두툼한 하드커버 표지에, 큰 글씨에 넓은 줄간격에 자주 나오는 간지(interleaf, 間紙)에, 분량으로 따지면 꽤나 양이 적은 책이다. 신국판(152×225mm)으로 나오는 책들의 보통 글씨, 보통 줄간격이었으면 세 권 합쳐서 한 권 정도로 나왔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트렌드에 맞아서 잘 팔리는 책일 텐데 그래도 너무 날로 먹는 분량이라는 생각..

중2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가족구성원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청소년기의 감정변화나 심리 관련 책을 몇 권 찾아봤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한 어투로, 코믹한 삽화와 함께 쉽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이고 피괴적인 감정은 막상 닥쳤을 때 본인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본인 감정상태의 본질을 정의하지 못하고 짜증, 무기력, 분노, 자책, 충동적 행동 같은 표면적인 증상만 인식하는 식으로 말이다. (줏어들은 지식으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무기력인데 본인들은 우울증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우울증 진단과 치료-도 못찾는 경우가 있다고 함.)..

제목도, 문체도 '와 진짜 슬렁슬렁 썼다' 싶은 책이다. 처음에 저자가 김부장 캐릭터와 스토리가 떠오르자마자 1박2일 만에 다 썼을 것 같은 단순하고 편한 어투로, 김부장의 상황을 엿보면서 단순히 전달만 하듯 쉬운 문체다. 그래서 회사에서 점심시간 3번 만에 다 읽었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런건 처음. 내용은 평범한 대기업을 다니는 김부장이 평범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회사에 잘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인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설치곤 너무 간단하지만 개인에겐 절실할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되게 쉽게 썼구나 싶으면서도 순간순간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다. 분량도 적고 워낙 쉽게 읽히다 보니 몇 안되는 짧은 인상깊은 장면만으로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뭐지..

일본은 근대화의 길을 걷고부터 국가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엘리트를 양성하는 고등 교육기관을 세웠다. 주요 거점 지역을 대표하는 구제고등학교는 제1고 제2고 같은 번호로 이름 붙여졌고 오늘 날의 고등학교 학제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의 고3~대학1, 2학년 정도로 대학의 예과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교육기관으로 제국대학이 설립되었다. 초기 구제고등학교의 정원은 제국대학의 정원과 비슷해서 구제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제국대학 입학이 보장되었는데 다만 그 안에서도 동경제국대학은 '동대'라 불리고 제국대학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입학시험은 주로 어문학, 외국어, 글쓰기가 전부였던것같다. 당시 한국에는 경성제대, 일본에는 도쿄, 교토, 홋카이도, 오사카, 도호쿠, 나고야, 큐슈 7개, 그..

어쩌다 보니 더 쓰게 된 강상중 작가? 교수?의 독후감. 강상중 작가의 아이돌(?)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과 그 소설의 화자인 '나'라는 인물이 있고, 다른 소설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그 소설의 주인공 '한스'가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와 소설작품들인 듯 한데, 그 두 소설에서 작가가 찾아낸 공통된 주제의식을 이야기하고, 두 주인공의 후일담을 상상으로 쓴 소설이 챕터마다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강상중 작갸가 에세이 작가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소설 문법이 등장할거라고 예상을 못한 탓에 괜히 어색하기도 하고, 독일인 한스가 일본 소설 느낌의 대사를 하고, 한스의 부인이 일본인이라는 설정 등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곁다리 설정들이 이래저래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에..

요즘 연이어 읽고 있는 일본 작가 강상중님이 2013년에 출판한 도시 기행 에세이. 추측하건데 이 분은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인기 작가의 신분이 되자 출판사에서 도쿄의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장소가 상징하고 기념하는 것들에 대한 에세이를 기획한 것 같다. 이 책은, 독자 입장에서는 방문하는 장소 별로 3-4장 분량으로 구분되는 내용이라 연속적인 내용을 따라가는 부담도 없고, 중간 중간에 그 명소들의 사진들이 나와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명소' 목록에는 호텔, 유서 깊은 연극 극장, 미술관, 증권거래소, 도쿄대학, 아키하바라 같은 랜드마크도 있고, 고양이 카페나 고서점가, 슬럼화된 거리 같은 도시의 지나간 역사가 담긴 곳들도 있다. 위..

어떤 명사(유명인), 어떤 단어, 어떤 사건. 여러 번 들어보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달라고 하면 구체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특징도 하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막연히 이름만 들어본 사람, 단어, 사건인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이어령이라는 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이 분이 쓴 책도 있었고, 가끔 신문에 기고문의 필자로 보기도 했고, 다른 책에서 한 꼭지의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쓴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책에는 이어령 교수의 책상도 등장했던 것 같다.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istory.com))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어령 교수가 노환에 췌장암까지 여명이..

아래 목차를 보시라. 태국의 역사, 문화, 언어, 왕실의 의미, LGBT 이야기 등등 '태국 개론 101'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비문이 있거나, 쓸데없이 어렵게 쓴 표현도 없으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채워주는 적당한 설명만 덧붙여서 읽기가 편하다.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두루두루 모아 읽기 쉽게 썼으니 참 좋은 책이다. 태국에 대해 생겨난 약간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책을 느릿느릿 돌아가며 읽는 편인데 쉽게 빨리 마쳤다. 외대 태국어과 교수 2인이 썼다. 몇 년 살고 현지언어도 할 줄 안다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이 아니라, 긴 시간 경험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이 정도 글을 쓰려면 공부하고 검색해본 후 뇌피셜을 더하는..

앞서 올린 [서평]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tistory.com) 책을 읽으니, 이 저자는 인용한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 중에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다.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특정 상황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연설 문구, 소설 구절, 노래 가사, 영화 장면 같은 것들이 많을수록 감정과 생각의 차원이 넓고 깊어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독,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를 인용하는 부분이 많은 듯 해서, 이번엔 나쓰메 소세키를 키워드로 책을 찾아봤다. 인문학도였다면 일찌감치 대학 시절에 이미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았을 것 같다. 수잔 손택은 사회운동가로, 평론가로, 소설가로 유명했던 사람이고, 나쓰메 소세키는(타이핑을 거듭할수록 이 이름은 타이핑하기 번거로운 이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