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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는 책인데도 이렇게 짧게 마무리되는 글이 반갑다. 여러 편의 초단편 소설을 묶은 얇은 책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누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라들었다. 작가가 누군지 말고는 전혀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세 번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스러워지는 횟수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우선,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 단편집이었구나'(꽤 읽고 난 후에야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 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쓴 책이구나'(동물하고 사람이 대화를 한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에 쓴 글이구나(EU의 전신 EC가 뉴스에서 어쩌구 하는 내용이 나와서 '설마' 했는데 그 EC였다.) 이런 정보를 모른 채로 읽는 것도 스스..

송길영 부사장, 이제는 송길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던 시절 회사 교양 강좌에서 처음 접했다. data mining이라고 하는 게 그때는 big data가 유행이던 시기여서 더 유명세의 파도를 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스스로가 송작가의 책을 뽑아들면서 뭘 기대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살짝 헷갈렸다. data mining 전문가라는 개념이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고, data mining에서 파생된 '미래의 트렌드 읽기'에서 다시 나아가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data mining은 이미 세상에 나온 정보 기반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최근의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통찰보다는 송작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대선 낙선 이후 한창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쯤부터인 것 같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그리고 퇴임 이후 SNS계정에 책을 소개하는 느낌으로 쓴 글을 모은 듯 하다. 애초에 일기장 끄적이듯 남긴 글이 아니고 대중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어서, 정치 활동을 한창 할 때와 겹치는 것이 당연하겠다.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영세한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괜찮은 책들을 나라도 소개해서 약간이라도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SNS에 짧게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덧붙이는 정도의 글이라서 꼭지 하나 하나가 길이가 길지 않고 쉽게 넘어간다. 내 취향에 괜찮다 싶은 책들은 소개 글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분량으로는 퇴임 ..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를 쓴 저자의 책이 있길래 그 세 권을 읽어보았으니 이 책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1쇄로 끝나는 책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던데 십 몇 쇄까지 인쇄가 될 정도로 '베스트셀러' 서가에 놓여진 경력이 있는 책, 저자인가보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던 대기업 직원과 건설사 사장의 이야기에서 그 둘의 아들들의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다양한 사업 철학, 재테크 철학을 줄줄 읊는다.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1학년 때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이 바닥(?) 초보에게 적합한 책이다. 내 나이에 읽기에는 솔직히 너무 유치해서 딱히 추천은 못하겠다. ㅡㅡ;;

어쩌다 보니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의 서평(https://thezine.tistory.com/577) 이후 강상중 교수의 책을 다섯 번째로 독후감 겸 서평을 쓰게 됐다. 작가는 재일교포라서 일본어가 더 익숙한 사람이고, 그래서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책인데, 느낌은 원래 한국어로 쓴 책인 것처럼 문체의 느낌이 대체로 비슷하다. 번역자가 그때 그때 다른데도 그런 것은 번역을 잘 한 것인지, 작가의 문체의 특성 덕분인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변화의 시기가 오면, 그 변화의 시기를 가장 먼저 접하고 파도에 올라타는 사람이 있고, 그 변화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위에 나오는 '마지막 사람들'은 나쓰메 소세키가 겪었던 메이지 유신이라..

방송작가인 저자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며, 여행지에 연관된 소설이나 간단한 역사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언급하며, 소설 이야기와 함께, 소설 속 '구보씨'가 거닐었던 시청, 소공동 길거리의 옛날 명소를 소개하고, 거기에 얽힌 감상과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가 느꼈으면 하는 그 장소만의 감정, 느낌들을 담고 있다. 책 뒤표지에 실린 추천사에 '역사 연구에 답사는 꼭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짧막하게 반복되게 들어서 누구나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는 것들도, 이젠 흔적이 많이 남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서서 볼 때 느껴지는 현실감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평소 잠들어있던 것 같은 감정과 지식의 감각들이 깨어나고 새로..

내가 평소 고르는 책이 월 4~6권인데 보통은 내가 고른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땡기는 책이 별로 없었던 달도 있고, 가끔은 드물게 내가 선택해놓고 막상 펼쳐보니 맞지 않는 책이라서 마저 읽지 않고 덮은 책도 있기에 두세달 이상 길게 보면 내가 고른 책 수 = 내가 읽은 책 수가 되는 편이다. 회사 도서관에 신간 코너, 정확히 말하면 새로 입고된 신청 도서들이 꽂히는 공간이 있다. 오래된 책을 신청할 수도 있으니 신규 입고 코너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많은 책이 꽂혀있진 않지만 서점에 온 양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 '왜 못잘까', '슬기로운 수면생활'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나와 비슷하게, 잠생활이 과히 편치 못한 동료 누군가가 함께 신청한 도서가 아닐까, 라는..

옛날부터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종종 읽어왔지만, 한 번은 출판 기념 강연에 가서 사인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은 헐레벌떡 반가움에 읽고 보는 책은 아니다. 정치 고관여층에 속하는 사람으로서는 유시민 작가의 정치 관련 저작을 읽자면 이미 부분적으로 유튜브, 방송, 다른 정치 인플루언서의 코멘트 같은 경로를 통해 아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는 아는 내용이고, 내용은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그럼 굳이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작가의 '유럽도시기행' 같은 책에서도 정치의식이 드러나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접하는 정치 현실이 담긴 책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를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신간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 3권도 드디어 읽었다. 반납을 했다는 알림문자에 바로 갔을 때는 책이 없더니 하루이틀 후에 가니 책이 있다. 어떤 상황이려나. 이 책 시리즈는 내가 본 책 중에 만화책을 제외하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이자 시리즈일 거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한 '레 미제라블'은 작은 글자로 1,000페이지 정도씩 두 권으로 되어있어서, 재밌게 읽으면서도 시간은 꽤 걸렸던 생각이 난다. 김부장 시리즈는 점심시간 1번 퇴근시간 2번만에 읽고 내일 반납 예정. 빨리 읽는 맛(?)도 있다. 송과장은 아마도 저자 송희구 본인 경험과 현실과 지향점이 섞인 인물이겠지? 읽고 나니 특이하긴 특이하다. 김부장 정대리 권사원 송과장으로 이어지는 직장인 블루스 연작인가 싶다가도 3권..

정확한 제목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2,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지난 번에 읽은 김부장 1편(https://thezine.tistory.com/m/593)에 이어서 3권까지 나와있다. 지난번에는 김부장은 그 나이대&세대의 평범하게 비루한 인물이었고, 이번에는 대리, 사원급의 나이와 관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사회 초년생 인물의 이야기다. 두툼한 하드커버 표지에, 큰 글씨에 넓은 줄간격에 자주 나오는 간지(interleaf, 間紙)에, 분량으로 따지면 꽤나 양이 적은 책이다. 신국판(152×225mm)으로 나오는 책들의 보통 글씨, 보통 줄간격이었으면 세 권 합쳐서 한 권 정도로 나왔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트렌드에 맞아서 잘 팔리는 책일 텐데 그래도 너무 날로 먹는 분량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