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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외대를 졸업하고 외교부 근무, 메이퀸이었다 맥도널드에서 소일하는 할머니로 유명해졌던 할머니가 얼마 전 무연고자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접한 그 할머니의 글이라고 하는 글. 요샌 공 들여(?) 쓴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탓에 제대로 된 글이라 할지라도, 가상 정체성을 즐기는 누군가의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내 영혼은 해질녘의 강가처럼 평화롭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하얀 어느 모래사장에 다다랐다는 비유는 아름답고 의미는 감동적이다. 맥도널드 할머니의 글이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늘 하루를 채워줄 일용할 양식으로 부족함이 없는 글이라 여기에도 올려본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좋은 글을 접할 수 있다면 이또한 좋지 아니할까.
아이가, 그것도 둘이나 생길 상황이 되니 계획을 안할 수가 없다. 일반적인 은퇴, 학자금... 이런 계획도 물론 중요한데, 그와 별개로, 인생은 어때야 하는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중 휴일이 끝나가는 마당에 그런 생각에 늦도록 깨있었다. 부부가 되어, 상대방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처럼, 부모가 되어 이제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거란 생각도 해본다. (아이의 행복은...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늘 생각하는 것이니) 임신 후에도 출산까지, 성장의 모든 단계 하나 하나가 모두 머나먼 과정인데... 그 길고 긴 여정을 누려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어린이집 문여는 시간이 출근 가능 시간이고 어린이집 문닫는 시간이 퇴근 마지노선인 날이 있다. 물론 매일은 아니고, 어떤 때는 자주, 어떤 때는 가끔. 오늘도 퇴근 마지노선에 퇴근하는데 술 마셔도 안 쓰리던 속이 쓰리다. 어제도 출근한 팀원에게도 미안하고, 늦도록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민하에게도 미안하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어도 그냥 화나는 날이 있듯이 상황 때문에 미안하고 면목없는 날도 있다. 내일은 일로 아침부터 지방에 가야 하는데 어린이집 문여는 시간에 맞출 수 없어 이리저리 알아보다 방법을 찾긴 했다. 방법이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보다도 더 속이 쓰리겠지.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른 기쁜 일이 있고 밥맛 떨어지는 일상이 있다. 다이어트 효과는 좋은데 흰머리도 늘어간다.
서태지가 은퇴를 선언하며 이야기한 창작의 고통은 무언가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예술은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시인 바이런의 집안이 그랬다던가, 우울증의 가족력과 창조적 재능의 연관성에 대한 책도 있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재미있는 가정이 등장한다. 우울증과 외로움 따위에 괴로워했던, 감수성 예민한 천재들의 고통 속에 수 많은 명작이 탄생했다고 할 때, 만약 그들이 지금과 같은 약물치료 등 기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고 대신 인류는 명작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면? 하는 가정이다. 거기에 대해선 당연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겠지만, 아무튼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한참 후에야 소설로 은교를 읽던 중 사진 속 저 문구..
중학생 때부터 추석이나 방학에는 책과 영화에 빠져 지낼 때가 많았다. 이사를 한 후 친구가 많지 않던 시절에 몇 안되는 오락거리였으니까. 지금 같으면 컴퓨터에 빠져 지내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상주하며 게임이나 줄창 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컴퓨터를 처음 가진 건 그 뒤로 몇 년이 지난 후다. 아무튼 그땐 대안도 없었다. 영화 보기엔 밤이 좋다. 책을 보기에도 밤이 좋다. 한강변으로 이사오고 볕이 좋은 창가에서 책을 읽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한 30분만 지나도 눈이 아파서 오래 볼 수가 없다. (열대 해변가도 마찬가지다. 해변에서 차가운 음료수에 빨대를 꽂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프리랜서 같은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 밝은 곳에서 뭔가 집중해서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올빼미 생활..
기일을 기억하고 지나간 삶을 기념하고 망자를 추억하는 방법은 어때야 할지, 이제 9주기를 맞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기에게 삼촌의 사진을 보여주고 삼촌이라고 알려줬다. 이제 엄마아빠의 가까운 형제의 얼굴은 거의 익혔는데 이 사람은 누구지 하는 표정.(아기의 표정을 어른들이 멋대로 해석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오래전에 장례식을 치른지 얼마 되지않아서,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전에, 그 땐 결혼을 하기도 훨씬 전이었으니까, 내 결혼에 동생 둘 모두 함께 하지 못하게되서 아쉽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느 한두가지 특정 순간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그래서 그런 상상도 했었던 것 같다. 이제 내년에 10주기쯤 되면 그땐 아이에..
문득 생각해보니 80세 수명을 가정하면 딸과 함께 할 시간이 45년 정도. 둘째는 그것보다도 짧을 거고. 지금처럼 내 무릎에 앉고 기대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뽀로로 노래를 듣는 시간은 그것보다 훠~~~얼씬 짧을 테고. 그런 생각을 하니 별 일 없이 지나던 주말 저녁이 소중하고 즐겁고... 슬프구만.
어린이집에 있는 아기를 데리러 가야 해서 주중에는 야근이 어렵다. 많이도 아니고 1-2시간씩만 더 하면 해결될 일이 대부분. 아기를 재운 후 일을 마저 하고 자기도 하지만 그걸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주말에도 공사가 다망하다 보니 일요일에야 시간이 비는데, 아기를 데리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기 이모 집에 맡겨놓고 왔다. 아무리 바짝 일을 하더라도 낮잠 자는 1-2시간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왕복 1시간 거리인 곳에 데려다 놓았고, 이제 곧 데리러 갈 참. 아기와 단 둘이 차에 탈 때는 카시트에 앉혀놓고 룸미러로 종종 눈을 맞추며 말을 걸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30분씩 카시트에 앉아 울기도 한다. 이제 데리러 가야 하는데, 주말에도 별로 놀아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마음 같아선 카시..
폐인의 기본 조건은 주침 야활이 아닐까 한다. 학생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주침야활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강 과목이 많지 않고, 모두 오후 늦게 수업이었고, 거주지는 반지하였으며, 밖을 향한 창문에는 비행기 담요를 스테이플러로 박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빨라도 두세시에 일어났고, 저녁에 집에 오면 본격적인 밤생활 시작. 게임도 조금은 했지만 스타크래프트 한두게임에 그쳤다는 점 하나는 다행이었다.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미드, 영화, 만화책을 보며 긴 시간을 보내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직접 쓴 글과 직접 편집한 사진들로 채웠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적어도 70-80 먹고 은퇴하기 전까진 불가능할 듯한 라이프 스타일.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주침야활이 그 때 뿐이었..
책이나 읽을 겸, 외출 좀 할 겸 길을 나섰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피하고 싶어서 그냥(?) 커피숍에 왔다. 이런 곳의 가장 큰 장점은 소파가 편하다는 점! 근데 보통은 흡연실 좌석이 더 좋다. 손님들 중에 흡연자가 많은 걸까? 아무튼 별로 냄새가 안나서 나도 흡연석에 앉았는데 분위기가 특이하다. 칸막이 너머로 "자퇴, 물류창고 알바, 선생님, 정말 끊었다" 이런 말도 들리고, 벽을 보고 사방을 막은 희한한 모양의 커플석들에는 분명 사람들은 있지만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낮잠이라도 자나?ㅋ 테헤란로쪽 카페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옛날에는 대부분 카페가 이랬는데, 요즘엔 대부분 카페가 딱딱한 나무 의자만 가득한 브랜드 커피숍들이다. 이런 카페들의 다른 특징은 커피값이 비싸다는 거. 아메리카노도 오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