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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1. 초등학교 동창 친구의 아들 돌잔치 오늘 만난 친구들이 '다음 모임은 누구 아들 돌잔치'라는 식으로 다음 만날 기회를 가늠한다. 이제 동갑내기 친구들이 전해오는 소식은 결혼 보다는 돌잔치 소식이 더 많은 것 같다.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 대부분은 졸업 이후에도 같은 동네에서 오래 살면서 키가 크고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해왔다. 멀리 이사를 떠나 사회생활을 할 무렵에야 다시 친구들을 만난 나는, 그래서 여전히 막역하게 지내는 그 친구들 틈에 끼는 일이 반갑고도 뻘쭘하다. 이미 외모는 부장급이 된 그 친구들을 만나다보면 때론 긴가민가한 친구들도 많다. 들어본 듯 한 이름, 본 것 같은 얼굴이 마치 생각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느라 고심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도 늘고..
어제, 2010년 1월 20일 인천공항의 날씨가 안 좋았다고 한다. 서울 시내에선 그저 부슬부슬 비만 내리는 정도였고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공항에선 비행기가 착륙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것과 비행기, 배,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에서 느끼는 날씨, 그리고 고산지대 같은 특수 지역에서 느끼는 날씨는 모두 제각각이겠지. 아무튼, 인천 공항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많은 비행기들이 지연되고, 인근의 다른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비행기는 가까운 중국의 칭다오의 공항에 비행기를 내리고 하염없이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던 중, 이때! 옆에 있던 모 항공사의 비행기가 공항을 뜨더란다. 기다림에 지쳐있던 승객들은 옆의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보곤 "우리도 가자~ 저 비행기는 가는데 왜..
산책 겸 운동을 한다고 오밤 중에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는 길만 다니자니 지루하고 늦은 시간에 골목길을 다니자니 알지도 못하는 길을 밤 늦게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메고 다닐 수도 없다. 그래도 동네 근처에 새로운 길들을 몇 개 새로 개척했다. 낮이었으면 더 골목골목 돌아다녔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다. 아직 길에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남자가) 지나가는 게 신경쓰였을 동네 부녀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속도를 올려 부지런히 지나쳐 걷느라 추운 날씨에 땀도 살짝 났다. 동네(라고 하니 아주 가까운 곳들 같지만 버스 3-4코스 정도 거리의 곳들 포함)에 내가 알지 못했던 음식점이나 골뱅이집(이곳에도 생각외로 골뱅이집이 여럿 있다.)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문득 무수한 집들의 창문들이 ..
DAUM 지도에서는 군부대나 발전소 같은 시설은 숲이나 산으로 처리해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위 지도에서도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는 숲으로 표시되어있군. 이것 때문에 궁금해서 친히 Google Earth라는 걸 깔아봤다. 아... 역시 구글이다 싶은 매끄러운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DAUM 지도에서 숲으로 표시되던 지역에는 위와 같이 시설 그대로를 표시하고 있다. 확대해봐야 그냥 이런 저런 건물들만 있어서 별로 특별할 건 없다. (부산의 조그만 미군부대에서 생활한 터라, 현역시절 방문해보고는 용산미군기지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긴 했었다.) 내친 김에, 카투사 시절, 카투사로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고 당시 PLDC(Primary Leadership Development Course)라고 불리던 미육군 ..
군대에서 2번 크리스마스를 맞았었다. 지금은 없어진 부산 하야리야 미군부대에 배치받은 건 1998년 12월 23일이었다. 자대에 도착한 첫날 밤이야 누구나 그렇듯 정신없이 신고식으로 지나갔지만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군바리의 마음에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특별한 날이었나보다. 다른 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 그 날은 신병인 나를 포함한 소대원 모두가 함께 서면에 나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고참들이 모두 나보다 키가 작았는데 그나마 키가 큰 고참의 옷을 빌려 입고 길을 나섰다. (카투사의 첫 휴가 필수 준비물이 '사복'이다. 난 아직 휴가를 다녀오기 전이라 사복이 없어서 빌려입어야 했다.) 부대 안에서는 눈을 땅바닥에 붙인 듯 아래만 보며 걸어야 했다. 고참들 얼굴..
한국 뉴스의 만년 톱뉴스인 정치 관련 기사를 빼놓고, 요즘 가장 큰 뉴스는 신종 플루인 것 같다. 처음에 돼지와 관련이 있어서 Swine Flu라고 불리다가, 돼지고기랑은 무관한데 돼지값 떨어지고 고기집 장사 안된다는 의견에 힘입어 H1N1이라고 불리더니, 이것도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지금은 '신종플루'라고 불린다. 영어로는 감기를 가리켜 가장 흔히 쓰는 말이 flu이지만 여기에 '신종'이라는 한자어를 붙였는데, 'Team장(長)'의 뒤를 이을 짬뽕외래어로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연예인 김현중, 조권, K Will 등 다수의 연예인이 신종플루에 걸리는가 하면 예비군훈련 취소, 수능격리시험 준비, 다수의 행사 취소와 같은 관련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주식쟁이들이 잘 아는 것처럼 손세정제 회사의 주..
나는 몇 달에 한 번씩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곤 한다. 추가 수정할 내용이 많을 리 없지만 한 번씩 돌아보고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직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업데이트가 필수인데, 구인을 하는 회사에서 구직 사이트를 검색 할 경우에는 업데이트한지 오래 된 이력서는 일단 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 이직 의사가 없더라도 업데이트를 해두면 새로 연락이 오는 회사들을 보면서 '아 이런 회사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점도 많다. '서울에는 내가 아는 회사 말고도 참 벼라별 회사가 다 있구나', 그리고 '내가 몰랐던 이런 괜찮은 회사가 있구나' 하는 것도 나름 소소한 배움거리다. 그런데 이미 몇 년은 된 일이지만, 이렇게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
동방신기가 처음 데뷔하던 때가 생각난다. '유노윤호', '영웅재중' 같은 유치찬란한 4글자 이름이 우습다는 생각 정도였는데 어느 틈에 '실력 있는 아이돌'이란 평을 듣는 아시아의 손꼽히는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대체로 동방신기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회사의 입장을 지지하는 두 편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사안별로 다르지 않나 싶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는 아니지만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재미있기도 해서 간단히 생각나는 부분만 써보면 다음과 같다. 1. 불평등한 수익분배 주장과 현금 110억 지급 아시아를 아우르는 동방신기의 인지도에 비교할 때 6년 간 4명에게 현금 110억이란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3.6억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동방신기가 데뷔 첫 해부터 지금과 같..
꽤 오래 전에 갖고 있던 폰카로 찍은 사진이다. 잘 보이진 않지만 현수막에 박힌 날짜를 보면 2008년 5월 2~3일에 열린 철쭉제를 알리는 현수막인가보다. 관공서에서 개최하는 축제에서, 시민들을 초대하는 행사 현수막에 저렇게 생뚱맞은 영어를 써주는 센스! 이건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이젠 어디서나 외국사람을 보기 쉬운 세상이 됐지만 그렇다고 늘어난 외국인들이 모두 영어권에서 온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면 저 현수막은 누구 보라고 만든 걸까? 며칠 전에는 신촌 전철역을 지나가는데 '미샤'라는 화장품 가게가 내부 수리중이라며 매장 겉면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내부 수리중인 매장 겉면을 보기 좋게 막아놓은 건 좋았지만 거기에마저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어가 쓰여있었다. (내부 수리중인 미샤 매장 겉..
다소 과격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제목을 골라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딱 적합한 표현인 것 같아서 위와 같은 제목을 골랐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노래 중에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라는 노래에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글에 쓰려고 하는 내용은 위 노래와 하등 관계는 없음.) -=-=-=-=-=-=-=-=-=-=-=-=-=-=-=-=-=-=-=-=-=-=- 언제가, 회사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문득 '양복이라는 옷차림 자체가 서양식인데 왜 이렇게 다들 진지하게 양복을 입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 맞는, 혹은 유행에 부합하는, 혹은 어쨌거나 '간지나는' 양복을 논하고 그에 맞는 구두와 시계, 넥타이와 셔츠를 논하는 모습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