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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유튜브에서 이 책의 출간을 즈음한 북콘서트 같은 영상을 재밌게 본 생각이 나서 집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사 도서관에 입고 신청을 했고, 출퇴근 길에 읽어가며 완독을 했다. 두껍지도 않고 마침 날이 추워지면서 그럭저럭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 했다. 누가 보면 주머니가 보기 싫게 불룩해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작가가 여행다운 첫 여행이었던 대학생 시절 중국여행부터 시작해서, 살아오며 거쳐온 몇 차례의 의미 있었던 여행과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 여행과 인생의 관계와 같은 생각거리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는 작가의 책 중 내가 읽어본 검은꽃의 배경인 멕시코에도 직접 다녀왔었고, 뉴욕에서는 몇 년이나 되는 시간을 살다 오기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멕시코까..
때가 되어 찾아간 날, 계획에 없었지만 꽂 한 송이 올려야겠다고 갯바위 꽃을 따다 가시에 찔렸다가, 거센 바람에 날려보냈다. '삼촌, 내년에 다시 올게요.' 인사를 시키고 나니, 요섭이 조금 덜 외로울 수도 있겠다 마음이 놓였다. 해마다 비 오고 바람 부는 6월 10일. 기억하고 있을테니 다시 꼭 만나자.
잘못을 해서 혼냈는데, 늘 자신에게 사랑만을 말해주던 엄마 아빠가 자신을 혼내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나보다. "엉엉, 나 아빠 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 혼내. ㅠㅠ 나한테 )이러지마 ㅠㅠ" 언젠가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목욕을 하자고 했더니 아주 신이 나서 누나에게 빨리 목욕하러 가자면서 "누나, 우리 빨리 부끄러워지자!(=옷 벗자) 꺄하하하" 더러운 것을 닦은 휴지를 변기에 던져넣었는데, 그 모습이 본인이 방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보였는지 (다 알아~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히히 아빠 장난꾸러기~~(장난꾸러기와 말썽꾸러기를 구분 못함)" 외국에 있는 엄마와 영상통화 하는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엄마 어디야? 나도 거기에 있고 싶어 (나도 엄마랑 같이 있고 ..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할 때 카투사 중 일부에게 미군병장학교(PLDC)에 갈 기회(?)를 주는데, 어쩌다 보니 거기에 나도 참가했었다. 미군들은 병장 진급대상자라면 꼭 PLDC를 수료해야 하지만, ROKA(Republic Of Korea, Army 약자인데, 약자 가... 흠... 못 멋진듯?), 대한민국 육군은 당시 기준으로 6.6.8.6 이었다. 군생활 21개월차가 되면 (특별히 영창에 다녀오거나 하지 않았다면) 누구나 병장이 될 수 있다. (잘난 놈도 이병이 되어야 하고, 못난 놈도 결국 병장이 되는 곳.) 그런 마당에 카투사는 굳이 PLDC를 갈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지만, 그 바닥에선 나름 인정을 받고, 중대나 소대 별로 리더급 카투사에게 그 기회를 주곤 했으니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긴..
오래전 읽다 만 책을 펼쳐드니 책꽂이로 꽂아놓은 옛날에 다니던 미용실 명함이 나왔다. 니켈 실장... 카드뮴 실장... 요즘은 리튬 실장이 잘 나갈지도. 프랜차이즈? 지점도 많고 오래된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문득 궁금... 지금 든 생각인데, 원소 주기율 표를 보고 들어온 순서대로 닉네임을 정한 것일지도! 그럼 120명 정도 들어올 때마다 리셋되서 헬륨2, 수소2... 오늘은 그냥 실없는 농담 하는 밤.
입대 날짜 받아놓고 하루 하루가 자유와의 이별 같았다. 사람에 따라 쉽게 가기도 하는데, 난 몇 달을 '이등병의 편지'와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보냈지. 어제 밤늦게 걷기 운동을 나갔다. 가끔 동네 산책로를 걷고 뛰고 달리기 APP에 기록을 했었다. 어제 그 기록을 찾아보니 동네 산책로 걷기 운동은 딱 1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땐 그래도 걷다 뛰다 했는데 이번엔 거의 걷기만 했다. 마음은 '뛰기도 해야지' 하는데 몸이 극구 거부. 주말에는 가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GYM에 간다. '적어도 매주 세번은 해야 운동이지...'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그마저도 안하고 있구나 싶어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자고 생각을 바꿨다. 어제 밤, 뻐근할 정도로 홍제천변을 걷고, 오늘 아침에는 근력 운동을 했더니 종일 몸..
집에서 멀지 않아 이 집으로 이사온 이후로 '한 번 가야지' 생각했던 곳.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으로 '염두'에 둬왔던 곳이다. (염두(念생각 념頭머리 두)라는 말 자체가 '무언가가 늘 생각의 가장자리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이 든다.) 입장에 앞서 방 한칸으로 된 역사관에서 서오릉에 묻힌 왕족들의 소개 글을 읽었다. 그리고 릉을 하나씩 둘러보는데 문득 "내가 지금 (왕의) 가족 묘지를 둘러보고 있는 거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족묘이긴 하다. 남편과 부부, 누구의 부인, 누구의 어머니... 10대 초반에 시집 와 20살 정도에 일찍 세상을 떠난 왕비, 왕이 된지 1년 만에 죽은 예종, 드라마 주인공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장희빈, 아들 사도세자가 죽은지 2년 후 세상을 떠난 영빈 이씨.....
무자녀 인생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거론하는 것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기를 보는 것을 즐기지 않고, 양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것을 '아기를 싫어하는 냉혈한'으로 오해하는 시선이 그렇다. 책을 읽어보니 무자녀인 사람들의 삶은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과 일치하는 면과 불일치하는 면이 모두 있었는데, 그래도 대체로 선입견과 다른 면이나,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개인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해보고 따져볼 것도 없이 무자식 인생이 상팔자다. 차분한 저녁식사,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는 주말, 계획대로 만들어가는 인생...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대개 본인이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포기한 가치들이다. 같은 조..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 한 분은 (선생님들이 보통 그렇듯/그랬듯) 수업 사이 사이 주의를 집중시킬 겸, 혹은 그냥 생각이 나서 수업 외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유독 대화의 주제가 무기력했다. 아마 그 분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수업 시간 잡담에서도 드러나서 그럴 것이다. 그 선생님이 이 이야기는 몇 번 반복했던 것 같다.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너희들 졸업하고 대학 가고 군대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늙고 나면 죽는다. 결국 다 죽으려고 사는 거다.' 이런 이야기. 과정과 종착지에 대해 혼동, 또는 관점을 달리 해서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살다 보니 언젠가는 죽는 것이지, 죽으려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 죽는 게 목적이라면 그 전에라도 언제든 선택의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연말..
1. 종이책 - 역시 책 읽기에는 종이책이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좋다. 표지와 내지의 질감과 종이 종류, 판형의 크기, (낡은 책의 경우) 종이 냄새 같은 것들도 독서라는 경험의 일부가 되기 때문. - 책장에 책이 늘어나면 뿌듯한 장점도 있지만 집이 자꾸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애들 장난감, 애들 옷, 애들 퍼즐 같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는 약소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아이들 교재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버리는 책도 있지만, 내가 사는 책의 대다수는 기약 없이 자리를 잡고 들어앉게 된다. 후딱 읽고 쿨하게 중고로 팔아버리는 트렌드도 있던데, 아직은 쓸 데 없는 책 욕심에 중고 처분이 내키진 않는다. -전자책을 읽을 때 손으로 원하는 곳을 슥슥 찾아 읽기가 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