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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일요일이 특히 흔할 것인데, 멘탈이 흔들리는 날이 있다. 흔들린다 아니다로 말하긴 뭐하지만 평소보다 약해지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 그렇지 않은 날에 난 참 멘탈이 좋아. 좋아졌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조금 멘탈을 저축해뒀다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마음이 편해지는 주문, 만트라 같은 글이 많은 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PC통신에 글을 쓰던 건 내가 글을 쓰며 기분을 다스린 것인데, 오늘은 쓸데없이 커뮤니티를 오가며 글을 읽다가 문득 이중에 마음을 다스려주는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게 있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절실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일주일 시작.

핸드폰 ebook을 읽으러 아파트 정원에 나왔다가 개중 멀쩡한 단풍잎을 고르긴 했는데, 종이책처럼 페이지 사이에 꽂아서 보관할 수가 없네.

먹이에 가까이 자리잡을 여건이 되는 동물이 더 크게 자라는 것처럼 단풍도 볕이 좋은 자리의 이파리가 더 잘 익어 보인다. 동물은 자리를 옮길 수 있지만 심어진 자리 자란 각도 그대로 바람에만 일렁일 뿐인 나무들. 단풍잎을 담아와서 나의 베란다 공간에 1㎡짜리 가을 땅을 만들면 좋겠다. 그런데 '벌레가 묻어오지 않을까? 그럼 이파리를 살짝 훈증처리를 할까? 그럼 단풍 이파리가 익어서 이상해질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하고, 아까 아파트 단지를 돌며 '저기 이파리들은 깨끗해보이긴 하는데...'하는 생각도 했다. 늦가을도 가을이니까 아직은 좋다. 내일 저녁 비예보가 있다. 많이 떨어지겠구나.

딴지일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체로 적어나간 탈기독교인의 무신론설. 글을 쓰고 받고 하는 과정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고 한다. 딴지 게시판에는 목회자를 포함해서 다수의 기독교인이 있으니, 아마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이리저리 한마디 보탠 유저들이 많았을 듯 하다. 이 책 각 장의 끝부분에는 그 장의 논지에 대한 예상되는 반문과 이에 대한 답을 미리 해놓았는데, 거기 실린 '예상질문'들은 아마 딴게에서 받았던 대표적인 질문들이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악플이 꽃 피는(?) 익명의 공간에서조차, 정치적인 문제로는 격렬하게 치고 받는 것에 비해서는 종교 자체에 대한 공방이 많지 않다. 종교적인 배경으로 아무리 욕 먹을 짓을 해도 특정인이 아닌 종교 자체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본인..

봄이나 가을의 문제점(?)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두 계절은 특히 조석으로 일교차가 크다보니 새벽에는 아직 겨울이네, 낮에는 아직 여름이네 하다 보면 지나가기 일수. 가을과 봄은 그렇게 끝과 끝이 확실하지 않고, 길이가 길지는 않은, 완만한듯 빠른 기울기로 변화하는 계절. 하지만 그래도 그 정점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고 가을은 단풍의 색깔이 그 시기를 알려준다. 지금 저 밖에는 헷갈리지 않도록 큰 산의 경사면 전체가 울긋불긋 해져서 누가 뭐래도 지금은 가을이야 하고 선언한다.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수 많은 장소 중 한 곳. 섬이 많고 물이 맑아 해산물이 풍부하고, 언덕이 많은 섬길이 거제, 통영과 여러 모로 비슷한 곳. 이름을 아름다운 물이라고 지을 만하다. 남해안의 해안선에 이런 멋진 곳이 많이 있겠구나.
어제 오늘 오는 비는 유독 빗방울이 이리저리 튀고 부서지는 느낌이다. 크게 방울 방울 떨어지는 비와도 다르고 흩날리며 내리는 비와도 다른 느낌. 눈송이의 질감에 따라 진눈깨비, 싸리눈, 함박눈, 다르게 부르는 것처럼 비도 방울비, 가루비 같은 구분이 있을까 궁금하다. 요 며칠 내린 비는 더 튀고 많이 부서져서 내리는 양에 비해 더 시야를 가린다. 가을비 내린 후에는 반팔 차림 외출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계절은 한바탕 내리는 비가 갈피가 된다.

한국 사람 누구나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사건을 알고 있는 것에 비해 그 배경이나 의미는 정작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의 식민지 경영을 위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자 일본의 제국주의의 핵심 권력자. 어디를 가든 특별 열차와 고위 외교관이 응접을 나오는, 안중근의 총에 맞아 죽었을 때 조선 전국에서 순종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조문과 성금 모금을 했을 만큼 일제에서도 손꼽히는 권력자. 일본에서는 상당히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산실인 조슈번 출신이자, 그 극우주의자들을 길러낸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다. (얼마 전 서울시 포스터에 친일 상징물들이 총출동했을 때 등장한 것들 중에도 조슈번의 상징 새, 상징 나무가 있었다.) 안중근의 이미지는 ..

유시민작가가 두권으로 펴낸 유럽도시여행 에세이다. 1권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번에 읽은 2권은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여행했다. 여행 안내서가 아닌,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이 주는 어떤 것이 있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 길바닥 위에서 여정旅程이라는 배경을 깔고 펼쳐지는 로드무비도 마찬가지. 웹진형식으로 글을 써보던 시절 내 이야기거리 중 하나가 배낭여행이었고, 지금도 여행을 다녀올 때면 (이내 잊어버리지만) 생각의 싹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출퇴근하며 핸드폰과 TV만 보며 지낼 때는 그런 새싹이 돋는 일이 드물다. ) 유시민작가는 지금도 다른 방식으로, 본인에게 익숙하고 더 편한 방법으로 여전히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여행지의 다양한 흔적들 가..

어떤 책인지는, 이 책 첫장에 나온 글이 좋을 듯 하여 그대로 갖고 와봤다.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지명되었지만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그 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 즉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파란 눈의 스님이 되어 17년간 수행했다. 승려로서 지킬 엄격한 계율조차 편안해지는 경지에 이르자 마흔여섯의 나이에 사원을 떠나기로 하고 승복을 벗었다. 환속 후에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유쾌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스웨덴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급격히 몸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