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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7080도 아니고 백년전쯤 중국이 내전으로 혼란스럽던 시절에 난민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 7백만이 넘지만 당시 백만이던 인구가 두배가 넘게 몰렸다니 얼마나 난장판이었을지. (사실 내 생각엔 홍콩은 현대적인 정부가 생긴지 수십 년 된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는 난장판에 가깝다. 잘 돌아가는 난장판이랄까...) 홍콩 역사박물관은 면적이 아주 넓진 않지만 중국어와 영어만 적혀있고 게다가 전시물에 붙은 안내문구는 왜 그리도 작고 조명은 글자가 안 보이게 해놨는지... 암튼 그래서 4시간을 꽉 채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제 홍콩 역사는 빠삭한 기분? 전시물 중 옛날 흑백 영상에 잠깐 스쳐가는 저 장면에 바구니 속 두 아이가 내 아이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전에 휘말린 고향을 떠나온 저들에게..
실없는 말장난으로 일단 가볍게... 2010년인가 짧게 다녀왔지만 가봤다고 하기도 뭣한 짧은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갔지만 여전히 여정은 짧기 그지 없었고 관광이 아닌 출장이라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곳도 가고, 관광객들이 가는 곳은 못 가고... 멀리 건물 위로 살짝 보이는 하얀 모서리를 가리키며 '저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대가리'라는 설명을 듣기도 하고,시드니에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많이 떠들고. 호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적으로도 아주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 가있는 내내 가끔씩 조금씩 비가 왔다. 도착한 아침에는 특히나 차창에 흐를 정도로. 마중나온 분의 차에 타면서 으레 차의 오른쪽 좌석으로 걸어가려는데 그런 경험이 많았는지 곧바로 '왼쪽이예요'라고 한다. ..
온도는 5도~10도에서 더 내려가지 않지만 습하고 바람이 세고 옷도 두껍지 않아 춥다. 3월에 곧 다시 갈텐데 딱 좋은 날씨가 되어있겠지. 설날 지나 다녀올 호주는 지금이 여름일 테고. 지난 12월에 가본 발리는 후덥지근하고 눅눅한 날씨 뿐이었고. 계절이란 게 뭔지. 대만의 골프장은... 꽤 괜찮은 편이라고 해도 한국의 골프장들보다 훨씬 상태는 떨어진다. 상태라 함은... 클럽하우스 건물 상태, 잔디 관리 상태... 이런 건데, 그늘집에서 먹는 국수 한 그릇에 5천원도 하지 않으니... 일본도 골프장 내 음식이 바깥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함. 그네들이 벚꽃새우라고 부르던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 대만은 결혼식 하객에 답례품으로 이런 폼나는 선물을 준단다. 홍차와 과자 세트. 결혼식 다녀온 거래처 부사장..
늘 여름이고 1년에 세 번 농사를 짓는 이 나라 사람이 나고 자라서 말을 배울 때, 아마 초등학생쯤, 다른 나라에 계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배울 땐 그게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여기는 눅눅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오래된 건물들에는 비와 습기 속에 살아가기 위한 동남아 특유의 긴 처마가 자주 눈에 띈다. 울창한 나무와 곳곳을 덮은 이끼, 살 곳이 많아 수가 많아진 벌레들과, 그 벌레를 먹고 사는 새와 도마뱀들. 심지어 이곳을 즐겨찾는 호주사람들도 발리의 풍경의 일부다. 푹 쩔어서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기운이 쭉쭉 빠지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적응 해버리면 그만인 듯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젖병과 온수까지 챙겨 다니는 여행이 고되지 않을 수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
여행을 가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평소에 별 생각없이 일상을 보내다보니 상대적으로 여행 중에 생각을 많이 하는 건 맞다. 고딩시절 독해문제집 지문에, 여행 중에는 매번 다른 곳에 가고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 든다는 글이 있었다. 여행기라는 모양새의 글을 쓴지 오래인데, 잊어버리기 전에 써야할텐데...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연말이군. 선거도 있고, 연휴에... 쉬어보자꾸나! 그게 목표다.
우연히 AFFO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잘 아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조직이 있구나 하는 정도만 알게 됐다. Australian Federation Freetrade Organization의 약자인데, 아마 호주의 철광석 등 광물자원을 중국으로 수입하는 회사 내지는 공기업 성격의 회사인 것 같다. 아무튼 우연히 이름만 들었을 뿐 나랑은 아무 관련은 없다. 새로운 회사를 알게 됐을 때 먼저 보는 것 중에 하나가 Contact Us 부분이다. 이 회사가 어디에 있나 하는 게 궁금해서 주소나 지도를 보고 실제로 어디쯤인지 알아보곤 한다. 생각해보면 별로 중요한 건 아닌데 괜히 이 회사가 어딨나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도 그러려나? 이 회사의 북경 지점을 찾아보니 위 지도에서 A라고 표시된 곳에 있다. 지..

이런 사진은 여행 욕구를 강하게 자극시킨다. 2000년 전쯤 호화로운 항구 도시였을 흔적들을 보면서 그곳의 영화와 쾌락과 슬픔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동남아시아나 중동 국가처럼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때론 불편하기도 한 여행도 좋고, 일본 동경의 쇼핑가를 거니는 것처럼 '쇼핑 같은 여행'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둘 다 재미있는 방식의 여행이지만 나는 굳이 선택하자면 전자를 선택하는 편이다. 쇼핑 같은 여행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다. 다만 전형적인 배낭족으로 조금은 헝그리하게 다니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물론 둘 중에 어떤 방식이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감사히 떠나겠지만 말이다. 위에 올린 Tyre의 사진은 엊그제 받은 중앙선데이에서 따로 오려두었다. 때론 중요한 것도 눈에 띄지..
벌써 아득한 옛날처럼 기억나는 대만,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서 대학가 술집을 간 적이 있다. 외국까지 나가서 한국 사람 만나서 놀고 싶진 않았지만 밤에 돌아다니자니 만만한 게 한국 사람들이었다. 타이페이가 초행이 아닌 사람이 몇 있었던 덕분에 대학가의 술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서울에선 어디서나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맥주집 정도는 있는 것과 비교된다.) 주로 병맥주를 팔고 분위기는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바였다. 그리고 물론 서양 사람들이 많았지.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에는 거의 대부분 영어로 된 낙서들이었다. 읽어보니 영어 강사로 대만에 와있는 미국 사람, 영어 강사로 와있는 미국 외 국가의 사람, 그리고 대만 사람이 한 낙서로 나뉘는 것 같았다. (주머니에 매직이 있었으면 한국 사람이 한 ..
처음 상해에 갔을 때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2주일을 혼자 보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중국어도 못하고, 물정도 몰랐다. 재수좋게 학교에 등록하고 기숙사에 들어갔으니 잠은 자고 학교 갈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기본적인 식사 문제도 쉽지 않았던 그때. 그래도 무작정 감을 따라 돌아다녔는데, 아는 곳이 없다보니 무조건 번화가, 중심지를 찾아다녔다. 요령이랄 것도 없고, 기차역, 전철 갈아타는 역을 찾아 다녔다. 때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꽤 번화하다 싶으면 무작정 내려서 걷기도 했다. 일단 번화가에만 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할 게 있기 마련. 쇼핑을 할 수 있는 상가가 있고, 식당도 다양하고 화려한 간판, 길거리 행인의 사소한 행동에도 호기심으로 두리번거리던 그 시절. 그래도 갈 곳은 빤하다보니 난징..

어제 양평 시골 구석에 있는 모처에 다녀왔다. 회사에서 1박2일로 갔는데, 이런 모임이 대체로 그렇듯 밥 먹고 술마시는 것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멀리 가는 것이 별 의미는 없다. 아마 단순히 숙박시설이 양평쪽, 혹은 경춘선 인근 같은 근교에 있기 때문에 그런 동네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이번엔 색다르게(?) 아침에 주변 산책을 했다. 산책로를 잘 몰라서 5분만에 돌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요즘 온도가 영하 5도 내외를 왔다갔다 하곤 있지만 사무실에서만 지내다보니 추운지 어떤지도 모르고 지낸다. 양평 산골짜기도 기온은 서울보다 더 낮았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 춥진 않았다. 하지만 오가는 차 안에서 내다본 남한강줄기가 얼어있는 모습을 보면 겨울은 겨울이구나 싶다. 저 물줄기 윗쪽 어딘가부터 아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