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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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앱 첫 화면이나 그 외에도 쉽게 보이는 곳에서 어떤 책 제목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다음 번에도 일부러 찾지 않아도 그 책 제목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면, 그 책은 대한민국에 몇 안되는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적게 읽네 어쩌네를 떠나서 한국에서 인세 수입만으로 먹고 살 만한 작가는 전체 인구 중에 극 소수일 것이다. (물론 작가의 소득이 인세 수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리하여 워낙 잘 나가는 책인 것 같아서 나는 굳이 읽고싶지 않은 마음 반(심지어 이 책은 10만부 기념 스페셜 에디선!!), 그 만큼 공감이 될 것 같다는 마음 반으로 이 책을 골랐다. 열심히 살아온 정신과 의사가 파킨슨 병에 걸려 좌절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그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가, 예전에 서평..

저자는 지방대의 교수이고, 저자가 실제 접하고 경험한 지방대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문에 연재한 짧은 이야기의 모음이었는데, 연재가 이어지면서 주제도 다양해지고 무거워지고, 책으로 엮으면서 수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문에 '면 소재지에 있는 모교'라는 표현이 있다. '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조차도 가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어디에선가 지방대 폐교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학교 앞에는 번화가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약간의 하숙집, 원룸, 식당, PC방만 있는 조용한 동네, 그러다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그마저 흉가처럼 변해버린 동네의 이미지. 주인공은 변변한 대학으로 쳐주지도 않는 '모교'를 졸업하고 '취준'이라는 '미래'를 위해 '편의점 알바'나 '배달..

'파도수집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전에 우연히 먼저 접했던 아래 '하와이하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 하와이를 좋아하니 하와이가 들어간 책이 눈에 띄면 일단 펼쳐보는데, 회사 도서 코너에서 우연히 읽은 책이다. 부부가 모두 미술 전공에 삽화나 교재 만화 그림 같은 일을 하니 외국에 살면서도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는 복 받은(?) 부부인 것 같다. 하와이 생활에 대해 부인이 쓴 이 책의 삽화는 남편이 그렸다. 생각지 못하게 부기보드라는, 그림처럼 서핑보드보다 훨씬 작은 보드로 파도를 타는 취미에 푹 빠진 남편과 본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와이 생활이 주제이지만 부기보드 이야기도 전체 이야기의 몇 할 정도는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낸 취미였던 것 같다. 남편 이우일 작가의 그림체는 (교재나 학습만화..

딴지일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체로 적어나간 탈기독교인의 무신론설. 글을 쓰고 받고 하는 과정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고 한다. 딴지 게시판에는 목회자를 포함해서 다수의 기독교인이 있으니, 아마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이리저리 한마디 보탠 유저들이 많았을 듯 하다. 이 책 각 장의 끝부분에는 그 장의 논지에 대한 예상되는 반문과 이에 대한 답을 미리 해놓았는데, 거기 실린 '예상질문'들은 아마 딴게에서 받았던 대표적인 질문들이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악플이 꽃 피는(?) 익명의 공간에서조차, 정치적인 문제로는 격렬하게 치고 받는 것에 비해서는 종교 자체에 대한 공방이 많지 않다. 종교적인 배경으로 아무리 욕 먹을 짓을 해도 특정인이 아닌 종교 자체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본인..

한국 사람 누구나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사건을 알고 있는 것에 비해 그 배경이나 의미는 정작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의 식민지 경영을 위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자 일본의 제국주의의 핵심 권력자. 어디를 가든 특별 열차와 고위 외교관이 응접을 나오는, 안중근의 총에 맞아 죽었을 때 조선 전국에서 순종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조문과 성금 모금을 했을 만큼 일제에서도 손꼽히는 권력자. 일본에서는 상당히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산실인 조슈번 출신이자, 그 극우주의자들을 길러낸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다. (얼마 전 서울시 포스터에 친일 상징물들이 총출동했을 때 등장한 것들 중에도 조슈번의 상징 새, 상징 나무가 있었다.) 안중근의 이미지는 ..

유시민작가가 두권으로 펴낸 유럽도시여행 에세이다. 1권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번에 읽은 2권은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여행했다. 여행 안내서가 아닌,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이 주는 어떤 것이 있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 길바닥 위에서 여정旅程이라는 배경을 깔고 펼쳐지는 로드무비도 마찬가지. 웹진형식으로 글을 써보던 시절 내 이야기거리 중 하나가 배낭여행이었고, 지금도 여행을 다녀올 때면 (이내 잊어버리지만) 생각의 싹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출퇴근하며 핸드폰과 TV만 보며 지낼 때는 그런 새싹이 돋는 일이 드물다. ) 유시민작가는 지금도 다른 방식으로, 본인에게 익숙하고 더 편한 방법으로 여전히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여행지의 다양한 흔적들 가..

어떤 책인지는, 이 책 첫장에 나온 글이 좋을 듯 하여 그대로 갖고 와봤다.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지명되었지만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그 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 즉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파란 눈의 스님이 되어 17년간 수행했다. 승려로서 지킬 엄격한 계율조차 편안해지는 경지에 이르자 마흔여섯의 나이에 사원을 떠나기로 하고 승복을 벗었다. 환속 후에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유쾌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스웨덴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급격히 몸의 기..

요약하면 제주 오름 여행 책인데, 단순하게 요약하자니 아쉬운 생각이 드는 책이다. 대표적인 오름 40곳의 역사,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의미를 풀어쓴 글이다. 에세이 많이, 가이드북 약간, 역사책 약간. 축구로 치면 4.3.3. 정도. 기자 출신 작가가 제주를 사랑한 사진가 고 김영갑과의 인연으로 시작해서 제주 올레를 만들어낸 재단 이사장을 자주 언급하다가 다시 김영갑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순서와 비중이 곧 이 책 저자에게 제주, 오름이 의미하는 것들을 요약해서 말해준다. 기자 출신 작가라고 하면 연상되는 그런 걸쭉하고 소박한 느낌이 진하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정서와는 다른 종류의 감성이다. 이를 닦아도 스며나오는 옅은 소주 냄새를 풍길 것 같은 중년 남자 감성이 가..

제목만 보면 무슨 책인지 알기 어렵다. 카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카페에 대한 책은 많다. 어쩌다 보니 집에도 카페 창업, 카페 소개, 커피 만들기 등 커피와 카페에 대한 책이 이미 여러 권 있는데 그 책들과는 다른 관점의 책이다. 카페 '경영' 개론이다. 네 곳의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 사장이 스스로 경험한 것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카페 경영에 대한 조언, 강연들을 해오면서 쌓인 생각들을 책으로 정리했다. 세세한 실무적인 부분을 다루진 않는다. 카페 경영의 큰 틀과 방향에 대한 책이다. 카페의 브랜딩(포지셔닝)의 중요성이 가장 큰 주제이고, 카페의 매출(이익)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매장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업종이 달라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역시 스타 작가답게 작가 사진이 공식 표지 이미지에도 많이 쓰인다. 굳이 무슨 내용인지 찾아보지 않고 고른 책인데, 예상 외로(?) 미래 인류와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다. 미래의 삶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현실적일 삶의 소소한 장면들을 개연성 있게 구성해보고, 그 안에서 작가는 사람과 구분하기 힘든 인공적인 HW, SW와 사람이 공존하는 삶,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란 것이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어폐가 있지만 말이다. 문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생각났다. 찾아보니 벌써 21년 전의 영화다. 오래되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영화 말미에는 주인공 데이빗이 오랜 시간 동안 잠들었다 깨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보존 여건만 양호하면 로봇은 얼마든지 오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