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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인터넷의 등장 이후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생겨난 현상인 것 같다. 무개념+ 형태로 다양한 집단이 거론되는 일. 흉악범죄 뉴스를 접할 때면 세상이 흉흉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옛날보다 정보가 널리 전파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개념 집단도 원래 많았던 것인지, 아니면 무개념 소식이 많아진 건지, 그건 알 수 없다. 공유버튼을 누르고 두 번 정도 화면을 터치하면 원본이 전달될 만큼 정보의 전달이 쉬워졌고 그만큼 분노도 쉽게 퍼져나간다. 같은 이야기인데, 분노도 지금 세상에 분노할 일이 더 많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분노를 공유하기가 더 쉬워졌다. 홍콩 만큼은 아니지만, 살아남기 꽤나 어려운 이곳 한국에서 살면서 분노도 쉽게 쌓이고 이 분노는 핸드폰 앱을 통해 쉽게 퍼져나간다. 그리..
낯선 풍경으로의 도피. 퇴근 길 버스에서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이 문득 궁금했다. 로드뷰에서 우연히 보고 찾아보니 이미 몇 년 전 철거된 특이한 건물이 보인다. 지금 지어지는 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비 전문가가 설계한 듯한 구조와 낡은 모습.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하는 저녁 시간, 나는 서울의 숨은 명소(?)를 탐닉했지. 비가 그치지 않을 것처럼 엄청나게 퍼붓더니 거짓말처럼 폭염주의보니 하면서 잊혀졌다. 그래도 조금만 걸어도 신발과 바지가 젖어버리던 그날... 나는 우수(?)에 젖어 감상으로 도피... 평소 피규어를 수집하는 취미도 없지만 핫딜(?)이라는 이야기에 충동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결국 오랜 후지만 충동적으로 결제까지 했다. 어린 시절 재밌게 보았던 스누피 만화를, 아이들은 캐릭터 이름..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치 않아 서로 떨어질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성산포에 대한 시, 그 중 한 구절. 살아서 피웠다 한들, 지는 꽃에게 아쉬움이 없으랴. 아쉬움이 없다는 건 반성하지 못하는 이들의 착각 아닐까. 완벽하지 못한 인생, 아쉬운 것도 자연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아쉬움의 크기만큼 슬픈 것도 그렇다.
혼자 하는 여행을 특별히 선호하진 않지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으니) 혼자라도 가야 할 때가 있다. 1) 같이 갈 만한 사람이, 2)마침 그 여행지를 좋아하고, 3) 마침 그 시기에 시간이 나야 가능하니까. 매년 돌아오는 회사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준비하면서, 가볼 곳들, 먹고 싶은 음식, 동선을 그려보고, 시간을 맞춰보고, 여기에서 하고 싶은 것, 저기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일하는 틈틈이 채워넣어보았다.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 '어차피 할 거니까', 하면서 시간을 내서 한 일. 그런데 오늘, 주말 오후 간만에 여유를 느끼며 누워있는데, 어제 여행 일정을 짜던 일이 생각나고, 문득, '아 그 시간이 즐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여행 자체로 즐겁기도 하지만, 여행 준비도 못지 않게 즐거운 일이..
하루 만에도, 5년 만에도 어찌 보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고급차를 타보면 큰 차이를 못 느낀다 했다. 그러다 그전에 타던 평범한 차를 타면 그제서야 '내가 그 동안 탄 차가 좋았구나' 한다는 이야기. 5년 후에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오늘을 돌아보고 있을까. 2002년에 우연이라면 우연, 누가 보기엔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된 사람과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전야前夜. 5년 후 그 날은, 오늘과 비교해서 그 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하는 것 말고도, '5년 전 결과가 달랐더라면 지금은 어땠을지' 라는 고민도 해보아야 한다. 시대가 지워준 짐을 기꺼이 져낸 사람이, 건강하게 원래 있고자 했던 곳으로 돌아갈 그 때까지, 그를 선택하고 의지한 모두는 지켜보고 지켜줄 필..
E book 표지화면을 그대로 캡쳐했다. 진작에 받아놓고는 미루다가 다운로드 유효기간 마지막날 당일에 피치를 올려서 마무리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을 향해 달려라, 인가 하는 소설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제는 완전히 다르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문체, 사회 현상을 스쳐 지나가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예전 그 책과 비슷하다. 글에 묻어나는 작자의 개성이라는 것은, 어떤 재주 좋은 이들은 위조도 가능은 하겠지만, 보통은 글에서 결국 묻어나기 마련이다. 어딘가에서 단서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the truth oozes out at every pore 라는 표현이 또 생각나네. 리딩튜터라는 독해책에 나온 예문인데 자주 생각난다. 윤상이 이름을 숨기고 누군가에게 곡을..
담배연기, 꾀죄죄한 낡은 소파, 음침한 분위기의 만화방이 '카페'가 수식어로 붙는 공간으로 바뀐지도 이미 오래된 것 같다. 우선 금연인 점이 좋은데, 요즘 흔한 저런 골방식 부스에서 담배를 핀다면 냄새가 감당이 안될것 같긴 하다. 이사온 후 가까운 만화방을 찾아보고 장소를 알아봐둔 곳인데 실제로는 엊그제 처음 갔다. 어린이집 입학식에 갔다가 비는 시간에 가봤다. 만화방을 오랜만에 가면 가장 먼저 생기는 문제는... 요즘 읽을 만한 만화가 뭔지 모른다는 점. 그래도 오며 가며 귀동냥한 제목으로 이 만화, 저 만화 1권만 들고 가서 훑어본 후 종목을 선정한다. 원래 옛날에도 만화방에서 라면을 사먹진 않았던 터라 봉지라면은 건너 뛰었는데, 데스크에 광고하고 있는 조그만 치즈케이크가 맛있어 보여 케이크 한 조각..
오래전, 아는 형님(JTBC 프로그램 제목과 무관ㅋ)이 중국 거래처에서 선물받은 아마족 킨들을 줬다. 이걸로 읽을 수 있는 한글로 된 책을 찾으려고 korea로 검색했더니 나온 책 중, 북한에서 귀순한 이현서라는 사람이 쓴 책이 나왔다. 살 만한 한글책이 많지 않아서 이렇게 우연히 눈에 띈 책들의 샘플만 다운받아놓았었지. 그리고, 요즘 TED 앱을 설치하고 강연 영상을 틈틈이 듣는데, 여기에도 그때 그 이름이 등장했다. 일단 영상을 보고 나서 검색을 해봤다. 책의 공동저자인 이름이 왠지 미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은 아닐까 하는 잡스런 호기심으로 .... 그런데 그런 내용은 없고, 이 사람의 페이스북이 나왔다. 여러 나라에 가서 강연을 하고 있고, 내가 샘플로 접한 북한탈출기 책은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는 또 비슷한 느낌으로 '일상'을 포함한 제목의 글을 썼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제목은 일상 N인데, 다음에 생각나면 일상 N+1로 해야 하려나. 사람마다 수면 습관도 다르고 잠들고 깨는 리듬도 다르기 마련. 오늘 아침은 아침 잠 없는 둘째도, 아침 잠 많은 첫째도, 그 중간쯤 되는 나도 모두 비슷하게 잠이 깼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침대에서 누워있고, 둘째는 그런 아빠와 누나 위를 굴러다녔다. 한껏 쳐놓은 커튼으로 방 안은 아직 그늘져 있었고, 셋 다 잠은 깼지만 아무 말이 없이 밤잠의 여운을 음미하는 중이었지. 그러다 누군가의 방귀 소리가 그 균형을 깨버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초적인 주제. 그렇게 기분 좋게 잠이 다 깬 후에야 커튼을 열고, 아이들은..
내용과는 관계 없는 사진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킴. 밤 늦게 편지를 쓰고 낮에 읽고는 찢어버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기분은 무슨 일이 있고 없고 상관 없이 하루에도 시간대에 따라 그렇게 달라진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협상 전략을 논할 때, 내 쪽의 시한을 공개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에 쫓기면 하지 않을 양보도 하게 되기 때문. 술에 취해 여기저기 연락을 했다가 다음날 통화 목록을 보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밤과 취기가 겹치면 실수도 증폭되겠지.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연말이나 명절이나 또는 단순히 날씨가 좋은 오후에 하고는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그런 동물이니까. 오래 전 영화 중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였던가, 12월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