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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번거로운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 저 작은 발로 까치발을 선다고 해서 얼마나 더 높이 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아이가 힘을 다해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는 모습이 좋아서, 또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새로 생긴 놀이터에 가고, 동물원에 가고, 수족관에 가고 그런다. "저기봐 저기! 고래야!" 부모의 외침에는, 신기하고 재밌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출장 끝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었다. 공항에서 집에 오는 길에 자꾸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가는 걸 참아가며 부지런히 왔건만, 워낙 늦은 시간인지라 당연히 아이들은 곤히 자고있고, 내일은 망할 놈의 워크샵이라 저녁에도 아이들을 볼 수 없고... ..
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원래 갑자기 생각난 시는 김소월이 아니라 박목월의 왕십리였다. 왕십리 박목월내일 모레가 육십인데나는 너무 무겁다.나는 너무 느리다.나는 외도가 지나쳤다.가도가도바람이 입을 막는 왕십리. 우연의 일치인지, 두 시인의 같은 제목 '왕십리'에는 둘 다 '가도, 가도'라는 문구가 나온다. 반복되는 네 글자로 좌절, 피로..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물리적인 시공간이나 통장 잔고 여유와는 다른 점이 있다. 만원을 들고 7천원짜리 2천원짜리를 샀으면 1천원짜리를 사면 딱 맞고 무리가 될 것도 없는 쇼핑과는 달리... 내가 가진 열 시간을 그렇게 꼭 맞춰 쓰다가는 압력밥솥 밸브처럼 압력이 넘쳐나는 (그래서 '꼭지가 돈다'는 표현이 나온 것일지도) 일이 생긴다. 혼자 아이를 볼 때는 아이의 작은 잘못에도 짜증이 나는데, 아이 엄마가 있을 때는 육아의 부담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워낙에 느끼할 정도로 애정 표현을 하는 성격이다보니 일부러 다른 사람이 보라고 이뻐하는 티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그런 거 아님 .. --;; 아이들이 외가댁으로 떠난 후 집에 오니 지저분한 것들부터 눈에 보인다..
회사에 들어간다는 '입사'를 중국에서는 '입직'이라고 쓴다. 일본식과 중국식과 한국 자체 방식의 한자어가 이것 저것 사용되는 한국식 한자 단어들이 그렇듯, '입사'라고 해도 아마 상당수 중국인들이 이해를 할 것 같긴 하다. 입사지원을 하나 써봤다. 자세히 쓰지 않고, 그냥 옛날에 만든 것 업데이트하는 정도로 하고 말았다. 요즘 생각만 하던 일인데,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뭔가 할 일을 한 것 같은 기분. 지원한 곳이 나에게는 아직 짬이 모자르다 싶은 자리이고 운좋게 합격해도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는 아닐 것도 같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오늘 오랜만에(?) 유치원 발표회를 보고, 막상 발표 내용은 고만고만한 '재롱' 수준이기에 사실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런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에..
육아와 직장생활의 틈새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가 영화... 그래서 틈 나면 영화 보는 게 루틴처럼 되었었는데, 생활이 더 타이트해지다보니 이젠 영화를 보는 일마저도 마치 숙제하듯 하는 기분이어서, 최근에는 영화를 조금(?) 줄이게 되었다. 워낙 주어진 시간이 없다 보니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즐기러 가는 게 아니고 숙제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나 짬짬이 문화 생활 한다'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것처럼 억지로 가는 느낌이 가끔 든다. 그런 와중에도, 공짜 영화 괜찮은 것들이 뜨면 그래도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나마도 몇 번 끊어서 볼 때가 많다. 책도 수십 번 끊어 읽는 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영화도 한두달 걸려서 보아도 대충 연결은 된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데도 요즘 TOM HARD..
잘살아보세를 전국민이 노래까지 만들어 외쳤던, 지금 기준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시절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한 때는 웰비잉이 유행이 되고 다시 힐링이 유행하고 이젠... 바꾼애 정부에서의 생존이 유행이 되기까지, 키워드는 바뀌곤 했지만 사는 방법이나 사는 형태가 삶의 지향점이라는 점은 늘 비슷했던 것 같다. 웰비잉은 참살이라고도 하더라. 그 웰비잉하고는 다른 뜻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 생각?을 종종 한다. 한번뿐인 인생을 벌써 반쯤 살아와서, 마흔이라는 실감나지 않는 숫자를 마주하기까지의 삶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만족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 그런데, 요즘 한국사회는 한방에 훅 가는 사회다. 모험을 즐기기엔 천진한 두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현..
중국의 상해나 더 더운 지방에서 섭씨40도가 넘을 경우 학교나 회사가 휴업을 해야하는데, 아무리 더워도 '공식 온도는 39.8도쯤에서 더 올라가지 않더라는 이야길 들은 적 있다. 이번 중국의 미세먼지 적색경보는 뉴스에도 나왔는데, 아마도 실제 적색경보 기준은 진작에 일상적으로 달성(?)했을 것이나 이번엔 먼지가 독해도 너무 독해서 당국도 마지못해 적색경보를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구한 이번 북경 공기 사진이다. 가본 사람들은 이게 스모그가 좀 심하다 하는 수준이 아님을 알게 하는 어마어마한 미세먼지. 온갖 오염물질이, 전용 마스크가 아니면 거를 수도 없는 미세한 크기로 날아다니는데,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병으로 드러날 것 같다. 오래전 첫째가 돌도 되기 전, 잠..
검찰도 아니고 경찰이 재벌2세? 3세?의 불법행위를 파헤치고 결국 때려잡는 영화 '베테랑'에 이어 검찰이 최고 권력자를 때려잡는 내용의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온 날, 문득 요즘 가끔 해왔던 생각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그 전에, 히로시마 원폭이 사실 한국이 떨군 것이니 하는 그런 만화가 있었다. '불문율'이라는 만화인데, 같은 작가 만화 중에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작살낸다는 '남벌'이라는 만화도 있었다. '사실은 이렇게 대단한 나라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답답함에 그런 이야길 그려낸 것이 아닐까.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나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 같은 사람이 실제로는 한국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꿈꿔보는 영화가 등장하는 것 아닐까. '내부자들..
한 달 키워 잡아먹을 닭의 닭장도 최소 이 정도 공간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명체에게는 각자 어느 정도의 기본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대전 본사에 오니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그렇고 이 공간이 부럽구만. 중국에서 오는 손님은 북경에 폭설이 내려서 도착이 늦어진다고 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짐 없이 오느라 속주머니에 접어서 들고온 잡지나 읽어야겠다. 언젠가 나의 서재가 생기면 저런 원형 책장을 두르려고 한다. 외관을 위해 타원으로 만든 듯 하지만 모양은 원형이 좋다. 가운데 의자와 책상이 있고, 원형 책꽂이에는 책도 있고 스피커도 있고. 원형이어서 어디로든 손을 뻗으면 멀지 않은 곳에 책이 있고 물건들이 손에 닿는 공간. 고등학생 때 집 모형을 만들었는데 도안을 열심히 ..
이력서를 쓰는 입장에서 보는 입장이 되어본 것은 오래 전이지만 (아주 오래전, 우연찮게 채용 관련한 일을 조금 경험할 때),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간 건 오늘이 처음. 학과 사무실에서 지원서를 아무 거나 골라서 입사하던 시절은 나에게도 전설인 먼 옛날이고, 취직이 어려운 일이 된 것도 이미 15년? 이상 된 것 같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캠퍼스 리크루팅 중 사무실이 지방이라고 하니 학생들 다수가 우루루 일어나서 나가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때 그 시절보다도 훨씬 혹독한 상황인 것 같다. 실제로 어떤지는 간접적인 경험 뿐이지만, 실제로도 괜찮아보이는 지원자들도 구직 활동이 1년 이상 긴 경우가 수두룩한 걸 보면 확실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A의 개수가 딱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