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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1. 열흘 사이 세 군데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쓰러지신 후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가시고, 최근 급격히 지병이 악화되었다가 잠시 호전되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후 떠나시고, 2년 가까이 병상에서 고생을 하다 떠나신 분. 게다가 추석 연휴도 있어서 장례를 치르는 가족 당사자들은 더 허전하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에도 변함 없이 일해야 하는 많은 업종 중에는 장례 관련 종사자들도 있었구나 싶었고. 2. 부산에는 영락공원이라는 공원묘지가 있어서 부산에서 치르는 화장의 대부분은 그곳에서 치른다고 한다. 부산 말고도 몇 곳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원묘지의 이름에 '영락(永樂;영원한 즐거움)'을 쓰고 있다. 오늘 새벽에 다녀온 양재 끝자락에 있는 추모공원의 이름은 시안時安이다. 영원한..
시험과목으로서의 역사라는 과목은 참 재미없었는데 역사책이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뒷이야기는 이다지도 흥미진진하다. 역사책을 읽으며 사건들의 퍼즐, 인과관계, 인물과 사건의 관계가 정리되고 이해되는 맛에 책을 읽는다. 역사는 기록되는 순간 사가(기록자)의 역사가 된다고는 하지만, 일어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명확할 텐데, 요즘은 명확한 역사라도 아니라고 우기면 그렇게 된다고 믿는 또라이들이 많다. 그냥 재미로 읽다가도 이해하고 기억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그런 놈들 때문에 유일한 취미소일거리를 하는 와중에도 의식을 해야하는 것이 한편으론 억울. 내일은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고딩 시절, 10년 넘게 책장에서 먼지만 모으던, 심지어 일본식으로 세로로 제본되어 읽기 힘든 낡은 책..
느즈막히 퇴근하는 길, 강변북로가 너무 막히더니, 막히는 곳을 보니 어떤 차가 완전히 타버려서 쇳조각들만 남아있었다. 어떤 사고였는지 모르지만 몇 시간 전에는 누군가, 늘 그랬던 것처럼 시동을 걸고 늘 가던 곳으로 출발하는 길이었겠지. 점쟁이들이 먹고 사는 이유, 다양한 종교에 사람들이 의지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미래의 불확실성이지만,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사실... 시간은 유한하고 기회는 한 번뿐인 것들, 한번에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당연해보였지만 그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모여 지나간 미래가 된다. 피곤한 퇴근 길, "시간 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많이 보던 시절, 스스로가 헐리웃 매니아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결국 비디오가게 선반을 채운 영화들 대부분은 미국영화였지. 어디서 난 사진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 언터처블의 기차역 총질 장면이(슬로우 모션으로 유모차가 계단으로 굴러가는) 생각난다. 사춘기여서 그랬는지 살던 곳을 떠나와서 그랬는지 원래 올빼미 체질이어서 그랬는지, 아무튼 밤에 깨있는 시간이 많은데 책도 좋지만, 영화가 제일 좋았다. (그땐 세상에 읽을 만한 책이 이렇게 끝도 없이 많을 줄 몰랐지) 외로운 밤 비디오 일체형 브라운관 티브이는 지금 스마트폰 못지 않은 소중한 IT기기였다. 그속에 펼쳐지는 미국의 이런저런 풍경을 보다보니 한번도 가본적 없는 미국이란 곳이 정 들고 익숙해지다 못해 묘한 향수가 생길 지경이었다. 한..
'아이 자면 책 읽어야지, 영화 봐야지', 하지만 막상 때되면 졸음만 몰려온다. 외가댁에 가있는 아이들도 지금쯤 지쳐 꿀잠에 빠져있겠지. 차에 타고, 어딘지도 모르고 내리고, 다시 타라면 타고, 또 새로운 곳을 향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꽤 힘들었을것같다. 그래도 첫 카시트 경험을 무난히 치러낸 둘째가 고맙고 대견하다. 출장을 가거나 하면 아기가 참으로 보고 싶었는데, 이젠 보고픈 아이가 둘이 되었다. 다시 서울에 와서 집 청소에, 빨래에, 씻고 누운 지금도 책 한 권 집어왔지만, 일단 움직이지 않는 조용한 바닥에 몸을 누이니 눈꺼풀이 무겁다. 선풍기 바람 때문인지 눈이 뻑뻑해진다. 블로그에 한 두 마디 쓰고 그냥 잠을 청하기로 한다.
두번째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만 기억에 남아서 #2다. 어린이집에서 쓰는 이불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쓰던 거라 아이가 무척이나 아끼고 집착한다. 주말엔 집에 갖고와 빨아서 다시 보내곤 하는데, 종종 아이는 빨래를 하러 이불을 가져가는 것도 못참곤 한다. 어젠 일요일 저녁이 되도록 빨래를 하지 못해서 눈치만 보다가(?) 순간포착 주의 흐트러트리기 작전 끝에 세탁기에 넣어 급속코스를 돌리는데 성공. 그리고도 한참을 다른 놀이에 열중하던 아이는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닥 아무렇지 않다는 말투로 "빨래했어?" 이야기 하곤 쿨하게 다른 놀이에 다시 열중한다. 순간 찔렸던 엄마아빠는 다른 말로 주의를 돌리는 척 했지만, 한편으론 아이가 부모의 유치한 작전을 눈치챈건지 아니면 우리가 제발저려 한 건지 ..
어릴 땐 혼자 깨있는 일이 생기면 외롭고 싫었는데, 중학생 무렵부터 밤에 늦게 자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방학이나 긴 연휴에는 리듬이 완전히 바뀌곤 했다. 가장 큰 취미는 동생 친구네 비디오 가게에서 공짜로 비디오를 빌려보는 일이었다. 밤새 보고, 졸리면 자고, 눈 떠지면 밥 먹고, 또 영화 보고. 그 다음으로 많이 한 일은 아마 편지 쓰고, 일기 쓰고, 책 읽고 하며 밤을 보낸 것 같다. 한 방에서 지내던 나의 동생들은 어쩌면 자는데 불이 켜있어서 짜증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스탠드 불빛도 밤에는 꽤 밝으니. 그렇게 밤을 새면서 뭘 했나 생각해보면, 공짜 비디오 외에는 다 활자 매체였다. 용돈으로 사느라 심혈을 기울여 고른 책과 집에 있던 책 읽기, 친구가 보낸 편지 읽기, 거기에 답장 쓰기, 두꺼운 노..
비면인지 불면인지 잠이 안와, 이참에 내일 아침 버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도 다시 누워도 잠이 안와. 간만에 공을 치니 근육도 살짝 뭉쳐. 그래도 금요일이니 다행. 황금연휴가 주중에 끝나, 한 주가 짧다는 건 또 다른 행복. 이런 뻘글 쓰고 누우면 이젠 잠이 올런지. 아오, 이러니 피부가 안 좋아지지. 등만 대면 자는 것은 신이 내린 축복.
1. 지난 9일, 선배의 아이가 뇌수막염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며칠 전에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으니... 아프고 숨을 멈추기까지 불과 2-3일이었던 것 같다. 갑작스런 소식... 2. 그리고 얼마 후 어떤 강사가 초등학교에 강의를 간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난장판이어서 강의를 이어갈 수가 없어서 문자로 꿈을 이야기해달라고 하고 강의를 마쳤다고. 고아원에서 살면서 밤에 알바를 하던 한 아이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단다. 3. 토이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노래 가사에 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라는 이름 앞에 때론 힘겨워 눈물 흘릴 때면 이 노래를 기억해 주렴 너에게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은 선물 꿈 많던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
홍콩. 대만. 상해. 그리고 북경. 그리고 그 근처 도시들, 한 때 종종 날아갔던 곳들인데 (나름 한 때 나의 나.와.바.리...였던) 한동안 내근만 하다 요즘 들어 다시 출장을 다니게 된다. 다시 반가운 기분, 활기찬 공기... 사업부의 출장은 그 자체로는 흥미로운 일들이다. 그런데 동료들에게 이런저런 일들이 있다보니 기분은 싱숭생숭.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겪다보기 그렇다. 오래전 드라마 손자병법에 혹시 이런 일들도 나왔을까. 일단은 홍콩 무박2일 출장부터 해결하고 생각해야겠다! 시마과장 류의 허무맹랑한 직장인 이야기말고 한국 직장인의 드라마를 그리면 그것도 재미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