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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딱 봐도 캐스팅이 화려하고, 군복 차림에... 라이언일병구하기 스타일의 잘 만든 전쟁영화스럽게 보이는데, 실제론 아주 잔잔한 영화다. 히틀러가 빼돌리던 유럽의 예술작품들을 회수하고 주인에게 돌려주는 임무를 맡았던 실제 부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대'의 자격으로 계급을 달고 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지만 미술사학자, 건축가, 보존처리전문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제목 '모뉴먼츠 맨'은 이 부대의 이름이었고, 반대로 독일군도 '트로피 부대'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부대를 조직해서 전리품을 휩쓸고 다녔다고 하네. '우리가 인류의 예술과 역사를 구하겠어' 하고 뛰어드는 이들을 초인적인 영웅으로 그렸다면 모뉴먼츠맨이 아니라 아이언맨이 되었겠지만, 늙고, 배 나오고, 때론 실패한 개인사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
어릴 때 좋아하다 언젠가부터 좀 멀어졌다 싶었다가 다시 어느 순간 책을 읽게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 지낼 때, 한국 책을 구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어쩌다 보니 귀국 할 때쯤엔 작은 책꽂이를 가득 채울 만큼 책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떤 사람은 다 나눠주고 버리고 오기도 하는데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왠지 책은 버리기가 어렵다. 바리바리 싸들고 그닥 비싸지 않은 우체국 소포로 한국으로 모두 부쳤더랬지. 얼마 전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어지간한 물건은 버리자 싶어 꽤나 많은 물건들을 내다 버렸지만 그 중에서 책은 한 서너권밖에 안 버렸다. 박근혜 전기? 같은 책과 이명박 시절 쇠고기 파동으로 물러난 정운찬 전 장관 자서전하고 한두권 더 버린 것 같다. 정치인 자서전과 전기 상당수가 그렇지만 이 ..
연차 소진 차원에서... 철판 깔고 수목금토일 5일을 내리 쉬었다. 애당초 큰 기대 없이, 할 거 조금 하고 놀고 먹고 쉬면서 보내자 생각해서 그런 건지 일요일이 끝나가도 보통 주말에 느끼는 만큼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일 출근하면 조직개편 발표 후 달라졌을 분위기에 대한 상상 때문일까, 잠이 오지 않는군. 연초에 수 많은 동료들이 자/타의로 퇴사하고 타 부서로 옮기고 어쩌다 보니 내가 last man standing이 되었을 때도 이랬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 간단한 파티 크리스마스 ; 또 파티 목요일 ; 집 청소 금요일 ; 캐리비안 베이 토요일 ; 오전에 쉬고 저녁엔 다른 가족 초대해서 송년회 일요일 ; 종일 쉬엄쉬엄 간만에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일정 상 포기... 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있었던 일이 어떤 일들이 있었나... 생각을 해봤다. 26, 27일에 연차를 내서 그런지 회사에서도 여유가 가득함 ㅎㅎ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역시 연말의 여유다.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웨딩촬영을 했다. 발목까지 찰랑찰랑하는 물이 있는 곳에서 찍는 컷이 있었다. 발이 너~무 시려웠던 생각이 나네. 그리고 촬영 후 토마토이야기에서 와인과 식사를 하는 사이, 사무실 청소로 팀원들은 먼지 마시며 생고생하고 있다는 원망 섞인 문자가 오고, 잠시 후에 퇴근 때는 코엑스몰에 몰려든 인파 때문에 출입구에서 전철역까지 30분이 걸렸다는 하소연 문자가 왔지.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서, 공항에 빨리 가야 하는 사람을 태우고 번잡한 길을 뚫고 달려야 했고, 저녁엔 파티..
집필(글쓰다)의 한자는 '붓을 다스리다, 잡는다'는 뜻이다. (집행의 '집') 중국어로는 집필이라고도 하고 편서(글을 엮음), 동필(붓을 움직임)이라고도 하는군. 주침야활하던 시절에는 뭐... 수시로 모니터 앞에서 무언가를 끄적이는 게 일이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자취를 하던 무렵에는 동네 수퍼 가듯 가끔, 그리고 명절 같은 연휴에 홈페이지에 글을 썼었지. 올해 들어서는 특히나 간격이 길어졌다. 그만큼 육아와 직장생활은 병행이 어려운데, 둘째 태어나면 그땐...ㅎㅎㅎ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아무튼, 특히나 정신없던 13년도 해가 저물어 간다. 간만에.. 휴가를 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심야를 맞이한다. 사실 휴가 당일보다도, 휴가 전날 퇴근 후 저녁 시간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물론 즐겁..
외대를 졸업하고 외교부 근무, 메이퀸이었다 맥도널드에서 소일하는 할머니로 유명해졌던 할머니가 얼마 전 무연고자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접한 그 할머니의 글이라고 하는 글. 요샌 공 들여(?) 쓴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탓에 제대로 된 글이라 할지라도, 가상 정체성을 즐기는 누군가의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내 영혼은 해질녘의 강가처럼 평화롭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하얀 어느 모래사장에 다다랐다는 비유는 아름답고 의미는 감동적이다. 맥도널드 할머니의 글이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늘 하루를 채워줄 일용할 양식으로 부족함이 없는 글이라 여기에도 올려본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좋은 글을 접할 수 있다면 이또한 좋지 아니할까.
아이가, 그것도 둘이나 생길 상황이 되니 계획을 안할 수가 없다. 일반적인 은퇴, 학자금... 이런 계획도 물론 중요한데, 그와 별개로, 인생은 어때야 하는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중 휴일이 끝나가는 마당에 그런 생각에 늦도록 깨있었다. 부부가 되어, 상대방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처럼, 부모가 되어 이제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거란 생각도 해본다. (아이의 행복은...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늘 생각하는 것이니) 임신 후에도 출산까지, 성장의 모든 단계 하나 하나가 모두 머나먼 과정인데... 그 길고 긴 여정을 누려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어린이집 문여는 시간이 출근 가능 시간이고 어린이집 문닫는 시간이 퇴근 마지노선인 날이 있다. 물론 매일은 아니고, 어떤 때는 자주, 어떤 때는 가끔. 오늘도 퇴근 마지노선에 퇴근하는데 술 마셔도 안 쓰리던 속이 쓰리다. 어제도 출근한 팀원에게도 미안하고, 늦도록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민하에게도 미안하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어도 그냥 화나는 날이 있듯이 상황 때문에 미안하고 면목없는 날도 있다. 내일은 일로 아침부터 지방에 가야 하는데 어린이집 문여는 시간에 맞출 수 없어 이리저리 알아보다 방법을 찾긴 했다. 방법이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보다도 더 속이 쓰리겠지.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른 기쁜 일이 있고 밥맛 떨어지는 일상이 있다. 다이어트 효과는 좋은데 흰머리도 늘어간다.
'서평'이라고 매번 말머리를 달긴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글 대부분은, 특히 이 책에 대한 글은 평가의 글은 아니다. 그렇다고 '독후감'이라는 제목은 초등학생 방학숙제용인 것 같은 느낌이고. 꼭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늘 하던 대로 일단 말머리는 달았다. 아무튼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읽었다. 영화는 이미 개봉할 적에 보았고,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골랐던 것 같다. 그래, 책으로도 한 번 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애당초 나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거니와, 나름 한국 문학계의 명사인 박범신 작가의 작품을 평가한다는 말을 달 수는 없겠다. 뭐... 나름의 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 갈망, 욕망에 대해, 늙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
서태지가 은퇴를 선언하며 이야기한 창작의 고통은 무언가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예술은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시인 바이런의 집안이 그랬다던가, 우울증의 가족력과 창조적 재능의 연관성에 대한 책도 있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재미있는 가정이 등장한다. 우울증과 외로움 따위에 괴로워했던, 감수성 예민한 천재들의 고통 속에 수 많은 명작이 탄생했다고 할 때, 만약 그들이 지금과 같은 약물치료 등 기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고 대신 인류는 명작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면? 하는 가정이다. 거기에 대해선 당연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겠지만, 아무튼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한참 후에야 소설로 은교를 읽던 중 사진 속 저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