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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니얼 퍼거슨...이라는 사람의 훨씬 두꺼운 책 '문명'인가 하는 책을 사놓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이 책은 훠~얼씬 얇고 내용은 적다. 라디오 강연(?) 모음 성격의 책이라 읽기 쉽고 군데 군데 끊어읽기 좋다. 무슨 요약본 쓰듯이 챕터마다 내용 요약을 하는 편리한 구성이다. 처음에 이 책을 펴고 좀 짜증도 났다. 분량이 적은 점을 커버하려고 글자도 키우고 줄간격도 띄우고 하드커버까지 씌우고... 그렇게 해서라도 1.5만원을 꼭 받아야 했던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그 부분이 짜증났던 책. '시크릿'이나 '밀리언달러티켓'같은 사기성 제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기성제본 내가 본 책 중에 worst no.3다. 제본으로 장난 치는 거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하고... 저자의 예전 책에서 서구문명이, ..
적당한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번역체 표현이지만 그냥 냉전의 유산이라고 적었다. 기사를 읽다 보니 러시아의 모스크바 지하 네트워크에 대한 글이 있다. 길게는 짜르 시절부터 피신과 보물 저장을 위해 모스크바 지하에 굴을 파기 시작했고, 스탈린 시절에 본격적으로 지하 대피소, 지하 군사령부, 그리고 각 요지를 잇는 지하 통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Bunker42라고, Red Army의 Command Center였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들어서 옮기는 건 불가능;;;) 왠지 소련은... 서양과는 다른 과학 원리(?)와 과학 체계를 발전시켜왔을 것 같은 막연한 이질감이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럴 리는 없지만) 워낙 소련/러시아라는 곳은 접해본 바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여행자 물가가 세..
중학생 때부터 추석이나 방학에는 책과 영화에 빠져 지낼 때가 많았다. 이사를 한 후 친구가 많지 않던 시절에 몇 안되는 오락거리였으니까. 지금 같으면 컴퓨터에 빠져 지내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상주하며 게임이나 줄창 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컴퓨터를 처음 가진 건 그 뒤로 몇 년이 지난 후다. 아무튼 그땐 대안도 없었다. 영화 보기엔 밤이 좋다. 책을 보기에도 밤이 좋다. 한강변으로 이사오고 볕이 좋은 창가에서 책을 읽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한 30분만 지나도 눈이 아파서 오래 볼 수가 없다. (열대 해변가도 마찬가지다. 해변에서 차가운 음료수에 빨대를 꽂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프리랜서 같은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 밝은 곳에서 뭔가 집중해서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올빼미 생활..
육아일기이긴 한데 워낙 오랜만에 쓰니, 사실 제대로 쓰려면 쓸 게 너무 많거나, 아니면 큼직한 것들만 적어야 할텐데. 너무 어지럽혀진 집을 치우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지기보단 첫 손질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잠시 망설여진다. 더군다나 성장이라는 카테고리를 지난 번에 만들어놓고 이번에 그 카테고리를 고르면서 growth가 아닌, 盛裝(훌륭하게 잘 차려입는 것)이란 단어가 생각나네? 하는 딴 생각만. 어제 18개월 영유아 검진을 데려 갔다. 아침부터 같이 놀고 밥도 해먹이고 청소도 하고, 나도 피곤해질 무렵이니 아기도 약간은 나른했을 타이밍. 주사를 맞고 울기까지 했으니 잠들기 좋은 컨디션이긴 했지만 돌아올 때 버스를 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는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겨우 한 정거장 오는데 잠이 들..
기일을 기억하고 지나간 삶을 기념하고 망자를 추억하는 방법은 어때야 할지, 이제 9주기를 맞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기에게 삼촌의 사진을 보여주고 삼촌이라고 알려줬다. 이제 엄마아빠의 가까운 형제의 얼굴은 거의 익혔는데 이 사람은 누구지 하는 표정.(아기의 표정을 어른들이 멋대로 해석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오래전에 장례식을 치른지 얼마 되지않아서,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전에, 그 땐 결혼을 하기도 훨씬 전이었으니까, 내 결혼에 동생 둘 모두 함께 하지 못하게되서 아쉽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느 한두가지 특정 순간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그래서 그런 상상도 했었던 것 같다. 이제 내년에 10주기쯤 되면 그땐 아이에..
얼마전에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조작 사건으로 작가가 절판을 선언한 책이다. 나도 온라인서점의 리스트를 보고 골랐으니 나도 낚인 셈이다. 책장사 최악의 불황이라는데 언발에 오줌눈 격이 됐다. 어쨌든 절판이라면, 본의 아니게 한정본이 된 걸 수도 있겠다. 처음에 시작하며 보니 기나길었던 조선시대 어느 시절이려니 했는데 조선시대가 끝나갈 무렵이 배경이다. 작가는 당시 '전기수'라는 직업 이야기꾼을 통해서 맥이 끊긴 이 땅의 이야기하기의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재미있어서, 막상 손에 잡은 뒤론 쉬이 읽어내려갔는데 책 끝머리 작가의 변이 더 재밌었다. 이 소설은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실제 사건을 차용한 부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았더라도 소설은 신문만큼이나 실제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파는 소고기 갈아놓은 거, 후리가케(밥에 뿌려먹는 가루들.. 야채, 고기, 치즈, 해물.. 종류 별로 있다. 소고기는 사놓았으니 야채로 골랐음) 소스는 굴소스와 참기름. 후리가케에도 소금이 들어간 것 같아서 굴소스는 조금만 넣었다. 여기에 밥을 넣어 뭉치니 뭉치기도 잘 뭉치고 맛도 괜찮은 듯! 여기에 유부만 더하면 유부초밥 모양새가 나온다. 초가 들어가진 않았으니 정확하게는 초밥이 아니라 유부쇠고기밥? 오늘 합창단 연습이었는데, 이미 빠진지 오래 되었는데, 아기 배고플 시간이라 난 그 시간에 유부쇠고기밥 뭉치고 있었다. 결국 연습은 몇 달째 결석. 난 그 시간에 비닐장갑 끼고 뜨거운 밥 만져가며... --^ 출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주간 이모집에 가있던 아기를 데리러 가는 길이 설레기 까지 ..
신경숙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고, 인기 드라마 원작자라는 점만 알고 책을 펼쳐 들었다. 나이는 많아도 소녀 감성의 글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예상 대로다. 꼭지 별로 짧게 짧게 구성된,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글들로 묶여 있는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가 무라카미의 일상 속의 잡담을 모아 엮은 책이고, 이 책은 짧긴 짧을 망정 '소설'로 쓴 글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던 글이라는 점, 작가가 일상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로 가볍게 시작해서 마무리한 글들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어떻게 말하면 명성에 기대어 참 쉽게 대충 쓰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짧은 글..
만 16개월이 넘어 때늦은 육아 일기를 쓴다. 전부터 육아 하며 느끼는 느낌들을 짧게 짧게 싶었는데 오늘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충동적으로(?) 블로그에 카테고리 추가했다. 아기가 자라는 과정이 곧 인간의 인지 능력 발달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 종종 느낀다. 얼마 전부터 빨래를 갖다 넣으라고 하면 빨래통에 양말 같은 걸 벗어 넣는다. 배고파서 딸기나 귤이 먹고싶을 때 같은 경우, (즉 본인이 아쉬운 상황인 경우) 양말 벗어 빨래통에 넣으라는 말 따위를 특히나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오늘도 양말을 벗길래 빨래통에 넣으라 하니 오늘은 빨래통으로 걸어가다 멈춘다. 빨래통 옆에 잠깐 쌓아둔 빨래들이 있었는데 잠시 고민을 하더니, 손에 든 양말과 바닥에 쌓인 빨래감들이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판단을 했는지, 바..
TIME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서 소개를 했기에 진작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 황금 같은 개인시간이 생겼을 때 딱 하나 볼 영화로 고르기엔 망설여졌었다. 결과는 예상과 대충 비슷... 잘 만든 영화가 있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는데 잘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즐겁던지 슬프던지 아름답던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장애인 역할을 할 때는 실제로 걷지도 않을 정도로 배역에 푹 빠진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나 주연 못지 않게 칭찬(?)을 받은 주인공 부인 역할 전문 샐리 필드나, 이 정도 영화 아니면 연출엔 관심이 없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나 하나 하나 '잘 만든' 영화의 보증수표들. 어쩌면 감동 받고 싶은 마음만 있지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