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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역시 스타 작가답게 작가 사진이 공식 표지 이미지에도 많이 쓰인다. 굳이 무슨 내용인지 찾아보지 않고 고른 책인데, 예상 외로(?) 미래 인류와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다. 미래의 삶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현실적일 삶의 소소한 장면들을 개연성 있게 구성해보고, 그 안에서 작가는 사람과 구분하기 힘든 인공적인 HW, SW와 사람이 공존하는 삶,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란 것이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어폐가 있지만 말이다. 문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생각났다. 찾아보니 벌써 21년 전의 영화다. 오래되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영화 말미에는 주인공 데이빗이 오랜 시간 동안 잠들었다 깨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보존 여건만 양호하면 로봇은 얼마든지 오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네이버 영화평을 여러 개도 아니고 딱 한 개 읽어보았는데, "앞뒤 잘 잘라서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취지의 그 평이 딱 맞다. 간츠 만화책은 여러 권이다 보니 영화로 만들려면 20세기 한국 드라마 스타일의 '기승전멜로'를 만들 게 아닌 이상, 전투 장면의 '그림'과 삶과 죽음이 갈리는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긴 하겠다. 오랜만에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물이 떠오르는 건... 나뿐은 아닐 것 같다. 선과 악(?)이 싸우는 동안 도시는 엉망진창으로 파괴되고, 그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것에 비해서는 (마치 텅빈 세트를 부수기라도 한 것처럼) 그다지 잔인하지도 않고, 나중에는 그 누구도 재건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언제나 도시는 평소처럼 돌아가는 듯..

독후감은 아니지만 이미 블로그에 이 책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개전 초기 엄청난 실력으로 일본 해군과의 전투에서 연전 연승하는 장면을 신나게 읽다가 본격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장면을 읽을 때가 되니,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결과를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갈등 국면에 접어드는 스트레스가 느껴진다는 글이었다. 황현필님의 임진왜란 시리즈 유튜브 영상에서 드라마틱하게 표현된 부분이 책에서는 많이 절제되어 있어서, 생각보다는 원균 때문에 답답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원균은 세상 보기 드문 역사적 악당이지만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은 악당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자가 조절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번에 관련 글을 쓸 때 표지 사진을 가져다 썼는데, 다시 표지 사진을 찾다 ..

저자를 잘은 모르지만 IT 칼럼니스트라 하면 맞을 것 같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고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야 라고 어느새 나름 괜찮아진 현실을 음미하고 감탄하는 내용은 아니고, 외형적으로 선진국을 이뤄냈다면 이제는 이렇게, 저렇게, 노력을 더 해서 내실도 높여보자는 제언들을 모은 글이다. 한국이 외형적인,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사회의 작동원리로 깊숙히 자리잡지 못했다고 하던 시절 민주주의를 논했듯, 선진국의 겉을 갖춘 건 맞고 앞으로는 속(내면)도 갖춰보자고 하는 듯 하다. 글을 많이 쓰는 분인지 문체가 쉽게 읽히고, 나열된 사례들이 꼰대스럽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도 많았다. 무겁지 않은 자기개발서로 주말에 한 권 읽기에 좋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하나씩 거쳐가는 학습과제들이 있는 것처..

용산 아이맥스가 가진 나름의 상징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라는 상징성, 화면이 멋진 영화라면, 특히 SF영화라면 일부러 가고 싶은 곳. 화면이 끝내주는 영화를 제대로 봤다 할 수 있는 곳. (영화 장르가 코미디나 드라마였다면 굳이 용아맥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래 전 주말 새벽에 벌떡 일어나 '알리타, 배틀엔젤'을 보러, 오늘은 집에서 일하면서 보낸 휴가 같지 않은 휴가지만 시간이 빠듯한데 오후 늦게 용산으로 달려간 것도, 용아맥에서 끝내주는 영화를 본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즐거운 경험이라는 상징성, 갬성 때문이다. 연말이고 휴가인데 일하거나 빈둥대기만 한 게 아니라 '아 이거 꼭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뭔가를 했다는 기분은, 그냥 가까운 일반 상영관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스파..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이 다가오는데 무식쟁이들의 음모론이 우세한 어이없는 상황과 기타 등등. 재밌는 영화지만 너무 직접적인 비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화 속에 (혜성 따윈 믿지 말고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는 뜻의) Don't Look Up 모자를 쓴 사람들, 그런 지지자들을 선동하면서 내뱉는 메세지는 백인노동자working class white 뿐인 정치인과 (마찬가지 이유로) 현실 정치인에 큰 족적을 남긴 트럼프를 떠올리게 하고, 심지어 무개념 덩어리로 묘사되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철없는 대통령 아들인데, 역시 트럼프의 인척들이 백악관 요직에서 일한 것과 비슷하다. 영화 속, 오직 돈만 밝히는 똑똑하고 말을 더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흥미로운 기사, 에세이를 읽고 거기에서 언급된 인물, 책, 이야기를 찾아서 읽곤 했었다. 사피엔스나 총균쇠 같은 책들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 삶의 끝인 죽음에 대해서도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문학도와 의사의 길 사이에서 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힘겨운 과정의 끝에 다다를 무렵에 폐암 선고를 받고 오래지 않아 명을 달리한 Paul Kalanithi라는 의사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며 쓴 글이다. 그리고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Nina Riggs라는 작가가 전이성 유방암에 걸린 후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얼마 전 출판 에디터의 책을 읽었더니 이 책의 출판 과정이 조금은 상상이 된다. 블로그와 인스타에 캠핑에 대한 글을 쓰다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을 낸 듯 하다. 자료 사진, 일러스트 같은 사진, interleaf같은 사진,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여러 상황에 정성 들여 찍은 캠핑 사진들은 잠깐 시간 들여서 만들 수 있는 자료는 아닐 것.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회사 도서관 선반에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어서 골나왔는데, 누군가 신청한 걸 내가 집어온 건지, 관리 업체에서 트렌드 따라 갖다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알았지만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다. 요즘 캠핑 책을 몇 권 보다보니 어느 정도 공통점, 차이점이 있다. 캠핑 장비 쪽은 한번 파고들면 따로 책 몇 권이 나올 테니 적당히 짚거나 아예..

21세기자본이라는 책이 유명한 책인 건 알겠는데 일단 시작하면 다 읽는데 한참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관심이 적은 분야이기도 해서 선뜻 고르지 못했다. 이 책은 만화로 쉽게 되어있어서, 겉핥기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골랐다. (만화 페이지와 글자로만 된 페이지가 각각 절반 정도.) 주된 내용은 이렇다. 자본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노동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인류는 적어도 지난 100~200년간은 소득격차를 벗어난 적이 없다. 전쟁이라는 파괴를 겪으며 불연속적인 시기가 생기지 않는 한, 자본소득 성장을 통해 격차는 커지기 마련이다 등등.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자본의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직관적이고 널리 수용되는 생각 아닌던가.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

무슨 책인지 모르고 시작해서 재밌게(읽었다는 말이 무색하고) 읽으면서도, 내 생각이 많이 바뀌게(했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만든 책(인데 엄청 오래 걸려서 읽었다.) 이 책은 현재 인간을 사피엔스라는 종류로, 정확하게는 위에 사진에 나온 표현대로, 사피엔스라는 '속'으로 명확히 구분한 후, 이 사피엔스라는 '속'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고 미래의 고민거리까지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우선 기초적인 잘못된 지식인데 이번에 알게 된 것은 교과서나 어린이 과학잡지에서 접했던 '네안데르탈'인 같은 것이 인류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상'격이 아니라,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 관계에 있던 영장류로, 말하자면 현 인류의 직계 조상보다는 가문이 끊긴 방계에 해당한다는 점.) 사피엔스가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