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31)
theZINE

책을 읽고 짧게 핸드폰으로라도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꼼꼼히 읽지도 않는데 그냥 책을 덮고 나면 소중한 내용들이 쉽게 휘발되어 잊혀진다. 캠핑에 늦깎이 입문해서 이래저래 요즘 관심사가 이쪽으로 쏠려있다. 단적으로 나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서운 놈, 유튜브의 추천 영상 상위권에 항상 캠핑 용품 리뷰나 캠핑 브이로그가 나온다. 차박을 중심으로 캠핑 초보에 적합한 정보들을 소개하는데 가볍게 쉬이 읽히고, 유용한 정보도 많다. 한 때 시트가 평평하게 눕혀지는 유일한 차종으로 음란도라는 별명이 있던 올란도를 타고 전국 각지로 아이들까지 포함해 차박을 다녔다는데 다양한 종류의 캠핑을 수시로 즐기는 모습이, 캠핑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아이들 학원 스케줄 때문에 주말에 어디 놀러가기도 힘든데 나도 이..

아주 오랜만에 올리는 서평(?)이 상가 투자 실용서적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동시에 여러 권을 조금씩 읽다가 최근에는 이 책을 끝냈다. 부동산이란 게 뭔지 호기심도 생기고 생활에 관련도 많고 해서 한 동안 유튜브도 찾아보고 책도 두어권 읽어본 것 같다. 부동산 서적은 전문 분야에 대한 실용 서적이라 내가 평가를 하거나 감상을 적을 만한 부분은 없고, 다만 기존에 봐온 유튜브나 부동산 블로거의 글이나 (이 책도 저자의 블로그 글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부동산 서적의 특징 같은 것이 느껴졌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내놓는다는 말처럼, 부동산 전문가나, 부동산 수익 내기에 진심인 사람들은 정책을 평가하기보다는 주어진 조건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반이라면, 또 한편..

망원동에서 나고 자라 내부고발자가 되어 떠도는(?) 삶을 살게 된 저자가 (그간의 곡절과는 별개로) 망원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책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라 겨울에는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기도 좋은 책. 퇴근길에 이 책을 읽다가 한강을 건너는 전철 창가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갬성에 잠기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망원동이라는 동네에, 성미산이라는 존재가 종종 등장한다. (어릴 때 동네 형들을 쫓아다니며 나무가 듬성듬성했던 '대머리산'에 오르던 생각이 나는데 그 산이 어디 무슨 산이었는지 모르겠다.) 동네에 산 하나 있으면 그 시절 꼬맹이들에겐 중요한 놀이터였지. 지도에는 성미산이 아닌 성산으로 표시되는데 성미산이라는 다른 산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은 곳을 가리키는 이름인 ..

존 마스 작가의 더원. 책 사러 앱을 켰다가 ebook 대여 행사를 하기에 잘 모르는 책인데 그냥 골랐다. (다른 책들이라고 잘 알고 고를 리도 없지만.) 3개월인가 2개월인가 빌리는 돈이 5900원인데 5000원 쿠폰 페이백이라는 말에 공짜 양잿물 드링킹 하는 충동구매... 시간이 되면 짤 없이 반납해야 하는 (ebook 앱에서 시간분초까지 맞춰 자동으로 사라질) 책이라 그런가, 요즘 잘 읽지 않던 책인데 짧은 시간에 다 읽었다. 서평까진 아닌데 예상? 기대?했던 SF가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누군가 공들여 쌓아올린 이야기를 둘러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가상의 상황에 현실을 비춰보고 재미를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제목만 보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감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알로하 나의 ..
소설 은교를 읽은 이후 내내 늙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지내는데, 결국 늙음의 끝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죽음에 대한 에세이로 여러 곳에서 추천글을 접한 책이다. 뉴욕 무슨 잡지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느니, 저자는 하버드 출신 의사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책에 집중하는 데는 도움이 안되는 정보들이지만, 아무튼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샀다.) 책과 무관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특히나 이렇게 지식과 깊은 사유가 녹아있는 베스트셀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겠지. 미국은 그 빈부격차 만큼이나 엘리트와 하층민의 지식 격차도 큰 것 같다. 엘리트는 무너진 초중등 공교육 틈바구니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교를 거치며 부모의 풍족한 부의 뒷받침 속에서, 아름다운 대자연을 가까이에 접하..
이런 책을 읽는다 말하기도 멋적어지는 책들. '글 써서 먹고 살고 싶으냐'고 바로 질문을 받을 것 같은 책 제목들이다. 어쩌다 보니까 이번에 같이 산 책이다. '작가의 수지'는 비행기를 타며 집어든 주말판 신문에서 짧게 소개한 글을 보고 골라들었고, 파란 책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연관 추천에서 본 건가 싶다. '작가의 수지'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이, 이 책의 작가가 교수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별다른 연습이나 습작이라고 할만한 단계도 전혀 없이, 첫 작품으로 큰 상을 받고, 애초에 부업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이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점. 반면 파란 책은, (한국보다 대체로 독서량이 훨씬 많은 미국에서조차도) 작가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내용인 것 같다. 미국이나 일본..

유튜브에서 이 책의 출간을 즈음한 북콘서트 같은 영상을 재밌게 본 생각이 나서 집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사 도서관에 입고 신청을 했고, 출퇴근 길에 읽어가며 완독을 했다. 두껍지도 않고 마침 날이 추워지면서 그럭저럭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 했다. 누가 보면 주머니가 보기 싫게 불룩해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작가가 여행다운 첫 여행이었던 대학생 시절 중국여행부터 시작해서, 살아오며 거쳐온 몇 차례의 의미 있었던 여행과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 여행과 인생의 관계와 같은 생각거리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는 작가의 책 중 내가 읽어본 검은꽃의 배경인 멕시코에도 직접 다녀왔었고, 뉴욕에서는 몇 년이나 되는 시간을 살다 오기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멕시코까..
무자녀 인생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거론하는 것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기를 보는 것을 즐기지 않고, 양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것을 '아기를 싫어하는 냉혈한'으로 오해하는 시선이 그렇다. 책을 읽어보니 무자녀인 사람들의 삶은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과 일치하는 면과 불일치하는 면이 모두 있었는데, 그래도 대체로 선입견과 다른 면이나,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개인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해보고 따져볼 것도 없이 무자식 인생이 상팔자다. 차분한 저녁식사,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는 주말, 계획대로 만들어가는 인생...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대개 본인이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포기한 가치들이다. 같은 조..
1. 종이책 - 역시 책 읽기에는 종이책이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좋다. 표지와 내지의 질감과 종이 종류, 판형의 크기, (낡은 책의 경우) 종이 냄새 같은 것들도 독서라는 경험의 일부가 되기 때문. - 책장에 책이 늘어나면 뿌듯한 장점도 있지만 집이 자꾸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애들 장난감, 애들 옷, 애들 퍼즐 같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는 약소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아이들 교재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버리는 책도 있지만, 내가 사는 책의 대다수는 기약 없이 자리를 잡고 들어앉게 된다. 후딱 읽고 쿨하게 중고로 팔아버리는 트렌드도 있던데, 아직은 쓸 데 없는 책 욕심에 중고 처분이 내키진 않는다. -전자책을 읽을 때 손으로 원하는 곳을 슥슥 찾아 읽기가 어렵..
"그때 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이 재일조선인들의 어려운 삶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지녔던 휴머니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 아직 가난의 존재가 일상 속에서도 느껴지던 고도경제성장 이전의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의 감수성은 국적을 쉽게 뛰어넘었다." 원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1340.html 예전에 보수와 진보 각각의, 국내/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모순된 관점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쓸 때 문제의식이 상기되는 글이다. (이 포스트의 제목은 어떤 정치학자의 책 제목을 따왔다. 결국 민주화의 완성은 없을 것이고 있다 해도 그 이후에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