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담끄적끄적 (192)
theZINE
미국 프로야구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양대리그의 우승팀이 맞붙는 월드리그 챔피언십이다. 그래봐야 자기들끼리 하는 거면서 '월드'는 왜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름 붙이는 사람 마음이긴 하다. 그런데 예전에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가(맞나? MLB를 잘 안 보니) 월드리그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평소에는 다른 주의 다른 도시에서 온 야구팀끼리 경기를 주고 받았지만 그 해에는 두 팀이 모두 뉴욕의 팀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농담삼아 월드 리그가 아니라 'Subway League'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철만 타면 두 팀의 홈경기장을 오갈 수 있었기 때문. 카드 이용 현황을 조회해봤는데 이것저것 클릭하다보니 교통카드 이용현황도 나온다. 별 쓸모는 없지만 나름 재미있는 기능이다. 내가 뭘 타고 언제 어디를 갔는지..
군대에 있을 때 지겹도록 보고 만졌던 차다. 바퀴가 달린 판대기에 누워 차 밑에 들어가서 오일이 새거나 하는지 점검을 하러 들어갈 때가 있었는데, 장난감으로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이어서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짐칸의 저 문은 수백번 열고 닫았다. 트럭 타이어 가는 일이 생각보다 무지 빡셌다. 부대에 갓 들어간 신병 시절에, 겨울에 저 지붕을 열고 앉아서 국도를 달리던 것도 생각난다. 추운 것도 문제지만 찬 바람이 부니 숨 쉬기도 힘들었지.지붕에 난 구멍을 '터렛'이라고 하는데 저기에 앉을 때는 의자가 없어서 안전벨트 같은 걸 걸어놓고 거기에 앉는다.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에 띠모양으로 줄이 생김. 맨 몸도 아니고, 이런 저런 장비를 몸에 덕지 덕지 붙이고 메고 둘러차고 저 공간에 들어가려면 무지 좁을 ..
상해에서 자취를 하면서 요리를 가끔 해먹다보니 '음식에는 제철이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제철 음식은 맛도 좋고 값도 싸다. 반대로 말하면 제철이 아닌 음식을 먹으려면 더 비싼 돈을 주고도 더 맛없는 걸 먹어야 한다는 말씀. 과일을 사먹을 때도 제철 과일을 주로 골라 먹었다. 더 적은 액수로 더 맛있는 과일을 살 수 있었기 때문. 요즘은 직장에 다니며 혼자 살다보니 간단한 요리 외에는 해먹지 않는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은 음식재료가 남아서 못먹고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굴이 땡긴다. 겨울에 파는 신선한 굴은 그닥 비리지도 않고 맛도 상쾌하다. 겨울이 가기 전에 굴을 많이 먹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시장에서 담아놓고 파는 굴은 왠지 찝찝하고, 가끔 마트에서 파는 ..
설날 연휴 내내 날씨는 맑았다. 아쉽게도 몸상태가 안 좋아서 고생을 했는데, 그렇지만 않았다면 훨씬 더 즐거웠을 며칠을 보냈다. 역시 뭘 하든 체력이 중요하다. 잘 놀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을 또 확인했네. 송정 바닷가에서 태양을 찍었다. 여기저기서 햇빛을 많이 봐서 며칠 새 조금 타진 않았을까. 이번엔 몸이 안 좋아서 고생을 했지만 그 와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놓치는 것이 아쉬웠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몸만 괜찮았다면, 직접 발로 걸어다니면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 집에도 다녀오고 군생활의 추억이 남은 곳 부산도 다녀왔다. 돌아다니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 왔을 때 편안함 역시 그 못지 않게 좋아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집을 나서는 '명절'을 생각..
토요일 아침이면 공용 세탁기가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 연휴 첫 날, 첫 스케줄은 빨래하기. 창문으로 볕이 들기에 건조대를 일부러 볕이 드는 곳으로 옮겨놨다. 그러고 보면 빨래를 볕에 말린 것도 오래전 일이다. 연휴라서 그런지 평소 주말보다 모든 것이 조용하다. 서울 사람들이 우루루 가족을 만나러, 아니면 놀러 떠나버린 요즘이 아마 1년 중에 길거리에 차가 가장 적은 날이 아닐까.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점심식사로는 된장에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 밥을 비벼먹고 설거지를 하고... 손에 물이 마르질 않는다. 주부습진이 왜 걸리는지 이해가 간다. 한참 부산을 떤 후에야 드디어 가만히 앉아 쉴 시간. 좀 조용히 앉아서 책이나 읽고 싶은데 결국 내가 만들어서 한 일들이니, 주부의 생활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
(play를 눌러야 음악이 나옴) 작년 12월 연주회의 MP3파일이 나왔다. 전자공학과 최은철 박사가 encoding한 작품...^^ 전체 21곡 중에 한 곡만 올려본다. 노래를 부르면서, 합창을 한다는 사실이 새삼 즐거웠던 곡. How Can I keep from singing? (번역제목: 내 삶에 노래 흐르네) All rights reserved @ Yonsei Glee Club O.B.
어디서 나왔을까, '불광동 휘발유' 하는 식으로 조폭 별명을 짓는 게. 아마 최양락, 이봉원이 활약하던 시절의 KBS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이었던 것 같다. 노량진에서 킹크랩을 사먹은 이야길 쓰려다가 이런 표현이 생각났다. '나 노량진파 킹크랩이야~ 조심해~' 입구에 들어섰다. 어릴 때라면 그저 비린내 나고 구정물이 튀는 시장으로 보였겠지만 지금 이곳은 욕심나지만 모두 가질 순 없는 물건으로 가득찬 전자상가로 보인다. 왼쪽에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나의 동행들 오늘의 주인공, 킹크랩...이 아니고 비슷한..... 대게? 아무튼 킹크랩보다 작고 킹크랩보다 싸다. 처음엔 킹크랩인 줄 알고 사려고 했는데 킹크랩이 아니었다. 어쩐지 생각보다 싸더라니. 얘는 피부 관리 좀 해야겠네. 왜 다른 놈들은 깨끗한데 이 녀..
주초에 눈이 꽤 왔다. 그것도 이틀 연속. 눈 오는 날은 누구나 느끼는 묘한 느낌이 있다. 눈송이가 소리를 흡수해서 약간 먹먹하고 고요한 느낌 말이다. 아침엔 늘 바쁘다. 저녁엔 어영부영 30분, 1시간도 잘 보내면서 아침엔 왜 그리 타이트한 건지, 알면서도 늘 타이트하게 산다. 나만 그런가? ^^ 바쁜 와중에 왠지 느낌이 들어 창문을 열어봤다. 전날 일기예보에서 눈이 온다는 걸 본 것도 같았고. 슬리퍼에 눈이 쌓였다. 이대로 며칠 지나면 추운 날임에도 녹아 말라 없어지겠지만. 베란다에 나서면 옆건물 지붕이 보인다. 옆건물은 유치원이다. 유치원 지붕이라 그런지 나름 아기자기한 모양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지만 우리 나라 건축은 아직 국민소득 수준을 못 따라온다. 그저 '생존'만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
이사를 했다. 원래 살던 곳에서 걸어서 2분이면 가는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용달차도 없이 승용차로 네 번인가 왔다갔다 하며 짐을 나르고 소파는 그냥 들고 옮겼다. 원래 살던 곳은 방이 좁기도 했고 햇볕도 별로 들지 않았다. 전에는 방이 어두운 걸 신경쓰지 않았는데 성향도 바뀌나보다. 2003년에 반지하에서 1년을 지낼 때는 밤낮이 바뀐 생활 탓에 창문을 담요로 막아버리고 살기도 했는데 말이다. 이사를 하려고 방을 알아볼 때 첫째 기준은 넓은 방이었다. 원룸이 넓어봐야 한계는 있겠지만 그 중에 넓은 편인 방을 찾길 원했다. 새로 이사온 곳은 베란다까지 딸린 남향 방이다. 아래층보다 내가 사는 5층이 조금 면적이 작아서 옥상같은 베란다가 딸려있다. 먼저 살던 방에서 일요일이면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볕이 ..
프랑스 해안에서 2차 대전 때 추락한 비행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최근은 아니고 두어달 전쯤) 깊은 바다 속에 잠긴 것도 아닌데 몇 십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하늘을 날기 위해 최대한 가벼운 몸체로 설계하고 만든다지만 모양새는 여전히 쇳덩어리인 비행기. 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는 해방을 위해 악전고투하던 시절에 하늘을 날며 전쟁을 벌이던 제국들의 추억이 묻어난다. 학교 다닐 때는 지긋지긋했던 역사. 세계사든 국사든 참 재미가 없었다. 연도를 외워서 순서를 기억해야 하고 정조의 대표적인 개혁정책이 무엇이고 누가 만든 동전의 이름이 무엇이고 하는, 순전히 시험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답하는 데 초점을 둔 수업들. 아마 선생님들로서는 학사일정이라는 궤도를 벗어날 수가 없었을테지만,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