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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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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이나 다름 없이 생긴 중앙선, 역사가 어둑해지니 밤기차를 타러 가는 양 여행 기분이 났다.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는 내내 오늘따라 유난히 초파리가 많이 부딪히더니 서빙고역에는 불빛마다 떼로 날아다닌다. 우연히 읽은 서평을 보고 엊그제 집어든 소설책을 읽으며 집에 왔다. 전철을 내리며 책을 덮는데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긴 날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이 정도면 하루치 적당히 보냈다. 7월 같지 않게 선선한 날씨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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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재료들로 종종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작품 수준(?)의 고하를 논하기에는, 특수관계자인 만큼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운 관계로 차치하기로 하고. 나름의 완결성을 가진 무언가를 계속해서 생산해낸다는 점에 있어서 가장 기특한 부분이다. 그렇게 무언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할 거리를 찾아내고 만들고 해내고 창조해가기를 바라는 마음. Carry on, keep on going, son. 그러자면 핸드폰과 TV 보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같이 대화하고 같이 공부하는 지난하고도 즐거운 노력이 필요하지. 핸드폰은 우리의 적!(나에게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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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영어로 candle light이지만 이 사진의 조명은 candle light이지만 촛불은 아닌... 향초를 놓고 그 위에 뜨거운 조명을 비춰서 불꽃 없이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냥 알아서 탈 줄 아는 초에 굳이 전기 많이 쓰는 전구를 켜는 미련한 조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갬성' 하나로 이 조명은 제값을 한다. 베란다 나의 독서 공간에 당장 쓸 스탠드가 없어서 일단 이거라도 갖다 켰다. 내 집을 하나씩 점령해가고 있는 샤오미 물건 중에 곧 독서등이 추가될 예정인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직구 배송 일까지는 여기에 둬야겠다. 집에 있는지도 몰랐던 헛개수차 티백을 우려낸 따뜻한 물과 함께 간만에 독서 타임... 바빴던 월요일을 이렇게 마무~으리. 금요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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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 휴게소에서 차에서 내리면 어승생악 정상까지는 30분 거리라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 부지런히 걷다 뛰다 했더니 하산은 12분만에 했다. 주차장이 해발 1000미터 정도, 정상은 1200미터 높이인데 이 정도로도 귀는 조금씩 막히곤 했다 왕관처럼 활짝 핀(?) 고사리를 지나 정상에 다다르니...정상에는 통신사 안테나가 나를 반겨준다. 안테나는 정상 말고 그 옆 봉우리에 설치한 대둔산의 센스가 아쉬워 제목을 부조화라고 적었다.그리고 뜻하지 않게 일본군 진지의 유적이... 이 조용한 곳에서 진지를 만들고 지키고 있는다 한들 얼마나 방어 효과가 있었을까. 내부는 어두워서 대충 보고 나왔는데, 다시 사진을 보며 생각해보니 75년전 진지를 만드는데 동원되었을 도민과 강제노동을 시켰을 일본군은 각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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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시 때때로 쌀쌀하긴 하지만 후드티 하나 걸치면 창문을 열고 있어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맹렬한 추위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고 한낮에는 확실히 봄 하늘. 오래 전 어떤 후배 집에 갔는데, 동향 베란다에 별다른 것 없이 편해보이는 의자 하나 뿐이었지만 그냥 앉아 책을 읽기엔 참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끔은 내 집에 내 공간이 없구나 느끼기도 했는데 가구를 두어번 옮기는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게 베란다에 내 자리가 다시 생겼다. 학생 시절, 막차 시간만 생각하며 쫓기듯 놀다가 돌아온 늦은 밤, 잘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탠드 불만 켜놓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순간이 다시 돌아오려면 더 긴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베란다에 앉아 늦은 밤 맥주가 됐건, 차가 됐건,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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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ship of a librarian. 말장난이 잠시 하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면 여정 중간중간 고된 순간들이 찾아온다. 특히 아이가 있으면 그렇다. 밤 늦거나 아예 밤샘 비행인 이번 여행은 특히 고되다. 그 고생을 하고 2박 같은 3박으로 짧게 가는 것도 고생이고. 여행의 즐거운 순간들도 마찬가지로 일정을 보내던 중간 중간에 찾아온다. 아이들이 기억할 순간들이 나와 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요 며칠을 또 한동안 이야기하겠지.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선택적인 기억의 세례를 받은 추억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구나.
회사의 직속 임원 몇 명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줄줄이 날아가고 이게 무슨 일인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던 와중에 외삼촌이 임원 진급을 했다는 뉴스 단신을 접한 건 참 아이러니. 대한민국에서도 소수만 들어가는 대기업에서 그 중에서 소수만 달 수 있는 직딩의 별이라는 임원 자리인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래도 그렇게 빨리 무엇이 달라질까 했는데, 막상 조직도는 하루 아침에 바뀌어있었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결재도, 보고도, 결정도 할 일이 없어져버린 분들은, 아마도 본인들 생각에도 이미 하루도 더 나갈 이유가 없어졌구나 느끼며 주말에 박스 하나 정도의 짐 챙겨서 떠나지 않았을까. 한 분은 오늘 이전에 대표를 맡았던 계열사에 들러 인사를 하고 왔다고 한다. 다른 한 분은 처음 입사..
소설 은교를 읽은 이후 내내 늙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지내는데, 결국 늙음의 끝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죽음에 대한 에세이로 여러 곳에서 추천글을 접한 책이다. 뉴욕 무슨 잡지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느니, 저자는 하버드 출신 의사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책에 집중하는 데는 도움이 안되는 정보들이지만, 아무튼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샀다.) 책과 무관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특히나 이렇게 지식과 깊은 사유가 녹아있는 베스트셀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겠지. 미국은 그 빈부격차 만큼이나 엘리트와 하층민의 지식 격차도 큰 것 같다. 엘리트는 무너진 초중등 공교육 틈바구니 속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교를 거치며 부모의 풍족한 부의 뒷받침 속에서, 아름다운 대자연을 가까이에 접하..
이런 책을 읽는다 말하기도 멋적어지는 책들. '글 써서 먹고 살고 싶으냐'고 바로 질문을 받을 것 같은 책 제목들이다. 어쩌다 보니까 이번에 같이 산 책이다. '작가의 수지'는 비행기를 타며 집어든 주말판 신문에서 짧게 소개한 글을 보고 골라들었고, 파란 책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연관 추천에서 본 건가 싶다. '작가의 수지'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이, 이 책의 작가가 교수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별다른 연습이나 습작이라고 할만한 단계도 전혀 없이, 첫 작품으로 큰 상을 받고, 애초에 부업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이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점. 반면 파란 책은, (한국보다 대체로 독서량이 훨씬 많은 미국에서조차도) 작가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내용인 것 같다. 미국이나 일본..
언젠가부터 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모임이 갑자기 생겨서 실로 7-8년만 만난 고3 반 친구들. 그냥 실없는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편하고 좋았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기분 좋았던 말은 너 참 특이했다. 유별났다. 라는 말 유일무이한 특질이 있다는 말, 그냥 별나다는 말. 삶의 순간들을 의식해가며 멍 때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그런 말이, 오늘 참 듣기에 좋았더라. 아빠 직원 남편 기타등등 사회적인 내 역할들과는 무관하게 나라는 인간성을 바라봐준 말이라 느껴졌다.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잠깐 원시적인 나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돌아왔다. 다들 가장으로 직원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