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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유튜브에서 이 책의 출간을 즈음한 북콘서트 같은 영상을 재밌게 본 생각이 나서 집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사 도서관에 입고 신청을 했고, 출퇴근 길에 읽어가며 완독을 했다. 두껍지도 않고 마침 날이 추워지면서 그럭저럭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 했다. 누가 보면 주머니가 보기 싫게 불룩해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작가가 여행다운 첫 여행이었던 대학생 시절 중국여행부터 시작해서, 살아오며 거쳐온 몇 차례의 의미 있었던 여행과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 여행과 인생의 관계와 같은 생각거리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는 작가의 책 중 내가 읽어본 검은꽃의 배경인 멕시코에도 직접 다녀왔었고, 뉴욕에서는 몇 년이나 되는 시간을 살다 오기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멕시코까..
무자녀 인생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거론하는 것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기를 보는 것을 즐기지 않고, 양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것을 '아기를 싫어하는 냉혈한'으로 오해하는 시선이 그렇다. 책을 읽어보니 무자녀인 사람들의 삶은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과 일치하는 면과 불일치하는 면이 모두 있었는데, 그래도 대체로 선입견과 다른 면이나,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개인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해보고 따져볼 것도 없이 무자식 인생이 상팔자다. 차분한 저녁식사,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는 주말, 계획대로 만들어가는 인생...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대개 본인이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포기한 가치들이다. 같은 조..
1. 종이책 - 역시 책 읽기에는 종이책이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좋다. 표지와 내지의 질감과 종이 종류, 판형의 크기, (낡은 책의 경우) 종이 냄새 같은 것들도 독서라는 경험의 일부가 되기 때문. - 책장에 책이 늘어나면 뿌듯한 장점도 있지만 집이 자꾸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애들 장난감, 애들 옷, 애들 퍼즐 같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는 약소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아이들 교재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버리는 책도 있지만, 내가 사는 책의 대다수는 기약 없이 자리를 잡고 들어앉게 된다. 후딱 읽고 쿨하게 중고로 팔아버리는 트렌드도 있던데, 아직은 쓸 데 없는 책 욕심에 중고 처분이 내키진 않는다. -전자책을 읽을 때 손으로 원하는 곳을 슥슥 찾아 읽기가 어렵..
"그때 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이 재일조선인들의 어려운 삶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지녔던 휴머니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 아직 가난의 존재가 일상 속에서도 느껴지던 고도경제성장 이전의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의 감수성은 국적을 쉽게 뛰어넘었다." 원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1340.html 예전에 보수와 진보 각각의, 국내/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모순된 관점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쓸 때 문제의식이 상기되는 글이다. (이 포스트의 제목은 어떤 정치학자의 책 제목을 따왔다. 결국 민주화의 완성은 없을 것이고 있다 해도 그 이후에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인용..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art, technic)을 기술(state)한 책. 트럼프가 1987년 경 출판해서 30주씩이나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다고 하는 책. 살까 말까 생각만 하던 책인데 11월의 무료 e-book으로 풀렸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11월이 끝나기 전에 읽어봤다. 번역문이긴 하지만 술술 읽히는 자전적 이야기. 물론 트럼프가 서재에서 차분하게 직접 쓴, 그런 글은 물론 아닐 것이다. 누가 대신 정리하고 다듬었겠지만 여전히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는 묻어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몸에 배어있고,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한다거나, 진실이 섞여 있어서 반박하기 쉽지 않은 거짓말을 하는 말투 등, 이래저래 알려진 트럼프의 스타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부분은 ..
통신사 서비스 중에 매달 음악 스트리밍 300곡과 영화, TV프로그램, E BOOK 무료 보기가 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와 책은 그때 그때 바뀐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책들이라 흥미가 가는 책은 그 중에서도 일부이고, 독서시간도 많지 않으니 그 중에 다 읽는 책은 별로 없다. 저 책은 그렇게 무료로 읽을 수 있엇던 책인데 처음에 천천히 읽던 것을 열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막판에 스퍼트를 해서 다행히 다 읽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들이 그렇게 예언해왔던 중국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2020년을 전후해서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불가능하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몇 십년 안에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GDP를 추월할 수 없을 ..
오늘도 관련 없는 것들로 이어나간다. 우선 '올더머니'라는 영화를 봤다. 전설적인(?) 부자였던 폴 게티, 그의 손자가 유괴되었는데도 돈을 아껴대고 비싼 조각이나 그림 모으는 데에만 돈을 쓰던, 그러다 외롭게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국어 제목 붙이는 센스가 7080을 연상시키는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 영화를 다 본 후에 보니 원래 제목은 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이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비중이 낮은 명절이었던 크리스마스를 지금과 같이 큰 행사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알고 보니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라고 한다.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개과천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문화가 생겨..
E book 표지화면을 그대로 캡쳐했다. 진작에 받아놓고는 미루다가 다운로드 유효기간 마지막날 당일에 피치를 올려서 마무리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을 향해 달려라, 인가 하는 소설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제는 완전히 다르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문체, 사회 현상을 스쳐 지나가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예전 그 책과 비슷하다. 글에 묻어나는 작자의 개성이라는 것은, 어떤 재주 좋은 이들은 위조도 가능은 하겠지만, 보통은 글에서 결국 묻어나기 마련이다. 어딘가에서 단서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the truth oozes out at every pore 라는 표현이 또 생각나네. 리딩튜터라는 독해책에 나온 예문인데 자주 생각난다. 윤상이 이름을 숨기고 누군가에게 곡을..
평소에는 그다지 자막 거부증이 없는데 어제는 그냥 한국영화가 보고싶었지. 이 영화는 왠지 대사가 선명하고 말도 길지 않고 귀에 꽂히는 맑고 건조할 것 같았다. 일제시대가 배경이라는 점을 생각못했다. 생각보다 자막이 많았네. 동문관계가 끈끈하지는 않은 학풍 탓일지, 아니, 누구나 그런 거겠지만, 그동안 윤동주 시인이 선배라는 느낌이라던지, 나와 멀게나마 관계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의 고뇌를 이해하게 해준 시간. 다른 이의 삶을 살고 다른 이의 경험을 경험하는 것이 영화인데 그런 면에서 다른 이의 고민이 느껴졌다면 좋은 영화라 해야겠지. 윤동주시인이 다닌 릿교대에서 매년 2월 기일즈음에 추모 채플이 열린다고 한다. 언제가 기회되면 한 구석자리에 앉아있고 싶다. 그전에 조금이..
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원래 갑자기 생각난 시는 김소월이 아니라 박목월의 왕십리였다. 왕십리 박목월내일 모레가 육십인데나는 너무 무겁다.나는 너무 느리다.나는 외도가 지나쳤다.가도가도바람이 입을 막는 왕십리. 우연의 일치인지, 두 시인의 같은 제목 '왕십리'에는 둘 다 '가도, 가도'라는 문구가 나온다. 반복되는 네 글자로 좌절,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