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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검찰도 아니고 경찰이 재벌2세? 3세?의 불법행위를 파헤치고 결국 때려잡는 영화 '베테랑'에 이어 검찰이 최고 권력자를 때려잡는 내용의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온 날, 문득 요즘 가끔 해왔던 생각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그 전에, 히로시마 원폭이 사실 한국이 떨군 것이니 하는 그런 만화가 있었다. '불문율'이라는 만화인데, 같은 작가 만화 중에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작살낸다는 '남벌'이라는 만화도 있었다. '사실은 이렇게 대단한 나라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답답함에 그런 이야길 그려낸 것이 아닐까.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나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 같은 사람이 실제로는 한국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꿈꿔보는 영화가 등장하는 것 아닐까. '내부자들..
-늘(?) 근육질 멋진 모습만 나오는 데 익숙했던 배우가 엄청 살을 찌운 모습 -제니퍼 로렌스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 -사기꾼들의 이야기. 그러나 사기꾼도 오션스일레븐이나 미션임파서블류의 전지전능하고 신이 내린 타이밍을 자랑하는 류가 아니고, 수사기관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마치 실제 회사생활을 보는 듯한. -코믹한 대사가 없이도 재즈 bgm과 코믹한 느릿한 편집이 인상깊은 -출퇴근 세 번에 나누어 폰으로 보며, 이렇게나마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
딱 봐도 캐스팅이 화려하고, 군복 차림에... 라이언일병구하기 스타일의 잘 만든 전쟁영화스럽게 보이는데, 실제론 아주 잔잔한 영화다. 히틀러가 빼돌리던 유럽의 예술작품들을 회수하고 주인에게 돌려주는 임무를 맡았던 실제 부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대'의 자격으로 계급을 달고 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지만 미술사학자, 건축가, 보존처리전문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제목 '모뉴먼츠 맨'은 이 부대의 이름이었고, 반대로 독일군도 '트로피 부대'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부대를 조직해서 전리품을 휩쓸고 다녔다고 하네. '우리가 인류의 예술과 역사를 구하겠어' 하고 뛰어드는 이들을 초인적인 영웅으로 그렸다면 모뉴먼츠맨이 아니라 아이언맨이 되었겠지만, 늙고, 배 나오고, 때론 실패한 개인사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
'서평'이라고 매번 말머리를 달긴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글 대부분은, 특히 이 책에 대한 글은 평가의 글은 아니다. 그렇다고 '독후감'이라는 제목은 초등학생 방학숙제용인 것 같은 느낌이고. 꼭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늘 하던 대로 일단 말머리는 달았다. 아무튼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읽었다. 영화는 이미 개봉할 적에 보았고,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골랐던 것 같다. 그래, 책으로도 한 번 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애당초 나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거니와, 나름 한국 문학계의 명사인 박범신 작가의 작품을 평가한다는 말을 달 수는 없겠다. 뭐... 나름의 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 갈망, 욕망에 대해, 늙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
니얼 퍼거슨...이라는 사람의 훨씬 두꺼운 책 '문명'인가 하는 책을 사놓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이 책은 훠~얼씬 얇고 내용은 적다. 라디오 강연(?) 모음 성격의 책이라 읽기 쉽고 군데 군데 끊어읽기 좋다. 무슨 요약본 쓰듯이 챕터마다 내용 요약을 하는 편리한 구성이다. 처음에 이 책을 펴고 좀 짜증도 났다. 분량이 적은 점을 커버하려고 글자도 키우고 줄간격도 띄우고 하드커버까지 씌우고... 그렇게 해서라도 1.5만원을 꼭 받아야 했던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그 부분이 짜증났던 책. '시크릿'이나 '밀리언달러티켓'같은 사기성 제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기성제본 내가 본 책 중에 worst no.3다. 제본으로 장난 치는 거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하고... 저자의 예전 책에서 서구문명이, ..
얼마전에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조작 사건으로 작가가 절판을 선언한 책이다. 나도 온라인서점의 리스트를 보고 골랐으니 나도 낚인 셈이다. 책장사 최악의 불황이라는데 언발에 오줌눈 격이 됐다. 어쨌든 절판이라면, 본의 아니게 한정본이 된 걸 수도 있겠다. 처음에 시작하며 보니 기나길었던 조선시대 어느 시절이려니 했는데 조선시대가 끝나갈 무렵이 배경이다. 작가는 당시 '전기수'라는 직업 이야기꾼을 통해서 맥이 끊긴 이 땅의 이야기하기의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재미있어서, 막상 손에 잡은 뒤론 쉬이 읽어내려갔는데 책 끝머리 작가의 변이 더 재밌었다. 이 소설은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실제 사건을 차용한 부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았더라도 소설은 신문만큼이나 실제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신경숙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고, 인기 드라마 원작자라는 점만 알고 책을 펼쳐 들었다. 나이는 많아도 소녀 감성의 글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예상 대로다. 꼭지 별로 짧게 짧게 구성된,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글들로 묶여 있는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가 무라카미의 일상 속의 잡담을 모아 엮은 책이고, 이 책은 짧긴 짧을 망정 '소설'로 쓴 글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던 글이라는 점, 작가가 일상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로 가볍게 시작해서 마무리한 글들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어떻게 말하면 명성에 기대어 참 쉽게 대충 쓰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짧은 글..
TIME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서 소개를 했기에 진작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 황금 같은 개인시간이 생겼을 때 딱 하나 볼 영화로 고르기엔 망설여졌었다. 결과는 예상과 대충 비슷... 잘 만든 영화가 있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는데 잘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즐겁던지 슬프던지 아름답던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장애인 역할을 할 때는 실제로 걷지도 않을 정도로 배역에 푹 빠진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나 주연 못지 않게 칭찬(?)을 받은 주인공 부인 역할 전문 샐리 필드나, 이 정도 영화 아니면 연출엔 관심이 없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나 하나 하나 '잘 만든' 영화의 보증수표들. 어쩌면 감동 받고 싶은 마음만 있지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은 아니구나.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있긴 하다. 그 책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책의 무게감이 많이 달라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께는 제법 되지만 종이질도 얇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서 생각보다 단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을 알기 전에 표지 그림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낡은 잡화점에 대해 어린 시절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를 떠올리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일본 잡화점은 이렇게 생겼을까? 문득 궁금해지네. 내용은... 설명하기 애매하다. 어디까지 설명해야 스포일러가 아닐 수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에서 익명의 고민들을 상담해주는데 그 고민 상담 서비스가 시공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가..